물론 다른 매체들과의 비교를 한다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독서라는 고유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최대한 다른 매체들과 비교하지 않고 설명해보겠음


다 주관적인 생각이니까 거를건 거르고 들으셈




우선 독서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속도를 조절하고 독자가 스스로 편집을 할 수 있다는 점임


모든 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속도의 측면에서 독자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읽는다는 것은 아주 좋은 독서만의 장점임


모든 사람마다 각자의 리듬이 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 리듬대로 글을 마음대로 감상하고 편집한다는 컨셉


무언가 이상한 대목이 있다거나 단순하지 않은 문장들을 마주쳤을때 글을 읽는 속도를 조절하고 전후 페이지를 둘러보며 장면이나 사건 등을 재구성 하는 재미


이건 정말 독서만이 줄 수 있는 고유의 재미라고 할 수 있음


구체적으로 이게 도대체 어떤 매커니즘으로 재미가 형성되는지 잘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예시를 들겠음


흔히 많은 사람들이 줄거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선형적, 연대기 순으로 읽는 것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독자가 스스로 편집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더이상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문단 속에서 자기만의 장면을 만들거나 발견할 수 있게 됨


비선형적(능동적)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내가 알고 있는 문학작품들을 소개하자면


대표적으로 창백한 불꽃(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하자르 사전(밀로라드 파비치),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팔방치기 혹은 홉스코치(훌리오 코르타사르) 등이 있음




두번째로 재독을 했을때의 만족감이 매우 높음(물론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가정 하에)


문학작품에는 줄거리, 구조, 텍스트(말뭉치), 문체, 상징, 여백 등등 글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 및 연출 등이 들어있음


그 모든 요소들을 독자가 처음부터 다 파악하기란 어려움


몇가지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정복 하는 재미가 또 독서의 매력인 거


처음에는 줄거리나 구조 파악과 같이 큰 요소들을 분석하면서 읽다가 이런 부분들을 이해했다면


이제 다소 사소한 요소인 장면으로 넘어가서 못봤던 부분들을 보충하고(여기서 처음에 논의된 비선형적 독서 경험을 또 느낄 수 있음, 페이지를 뒤져가며 능동적으로 읽기 시작하니까)


더 나아가 문장 혹은 문체 그리고 언어유희같은 가장 사소한 단위까지 분석하면서 정복하는 재미


모비 딕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일단 이 책을 완독하면 제일 먼저 엄청 단순해보이는 줄거리를 마주하게 됨


"모비 딕이라는 이름의 향유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이 복수를 위해 선원들을 이끌고 대서양, 인도양을 지나 북태평양까지 간 다음 적도에서 모비 딕을 만나 침몰한다"


끝.


근데 정말 이게 끝일까?


다시 이 책을 처음부터 되돌아가보면 아마 부주의하게 읽었던 독자는 고래의 어원으로 시작하는 걸 보고 놀랐을 수도 있음


오케이 그럼 이 장을 읽고 난 다음에는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고 하는 그 유명한 첫문장을 볼 수 있게 되겠지?


발췌문 on


이게 끝이 아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묘사, 포경업을 변호하는 문체, 각종 운문, 고래학에 관한 사전적 형식, 고래 그림, 역사적 문헌의 형식, 셰익스피어를 연상시키는 희곡 등등


수많은 스타일과 구조, 형식이 한데 모아져 있는 웅장한 미니어처를 마주하는 재미? <--- 이걸 참아?


이걸 참는다고???


오케이 참았다 치고




세 번째 독서의 장점은 언어를 통해 감정을 제일 다양하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임


독서는 기본적으로 언어로 되어 있기에 언어로 표현되거나 묘사되는 감정을 향유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음


단순하게 우리가 나는 슬퍼, 나는 기뻐와 같이 일차원적이고 뭉뚱그려진 감정이


문학작품 속에서는 자세하게 정말 디테일한 그런 감정들을 포착해서 수집한 다음 자신의 문체로 세공하여 독자에게 제공함


카프카의 절망, 셰익스피어의 재치, 단테의 숭고함 등등 일반화하긴 했지만 작가 자신의 고유한 호흡으로 불어넣은 세밀한 감성 및 감정을 느낄 수 있음


그리고 일반화 이야기 나와서 말하는거지만 카프카라고 해서 절망만을 다루나? ㄴㄴ 유머가 있음 재치가 있음 셰익스피어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지


단순히 감정을 대사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언어 구조와 기법 그리고 스타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침묵과 여백을 통하여서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임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식과 방향으로 감정을 표현하는게 또 문학작품을 읽는데 재미를 느낄 수 있음




마지막으로 책의 유희적 측면을 이야기 하겠음


어휴 귀찮아 다음에 설명하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 중 일부 대목을 인용하는 걸로 마침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이루는 날들 중에는, 우리가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여겼거나 좋아하는 책과 같이 보낸 날들만이 어쩌면 진정으로 충만하게 보낸 날들이다.


숭고한 기쁨을 저지하는 속된 방해물로 생각되어 멀리하려 했던 모든 것들, 가령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을 읽을 때 친구가 와서 같이 하자는 놀이,


페이지에서 눈길을 돌리게 하거나 자리를 바꾸게 만드는 귀찮은 꿀벌이나 한 줄기 햇빛,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지만 손도 대지 않은 채 옆에 있는 벤치 위에 밀어둔 간식,


파란 하늘 속으로 해가 점점 그 힘을 잃어가면 집에 들어가서 먹어야 하는 저녁식사,


하지만 우리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멈추었던 장을 마저 끝낼 생각에 방으로 서둘러 올라갈 생각으로만 가득했는데,


이런 모든 것들이 당시와는 반대로 너무나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그 당시 그토록 열정적으로 읽었던 책들보다 지금의 판단으로는 이쪽이 훨씬 더 소중한 기억이다)


만약 지금도 다시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뒤척이기라도 하면 그 책들은 묻혀버린 날들을 간직한 유일한 달력들로 다가오고, 그 페이지들에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저택과 연못 들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