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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 물으면 정유정이라 대답하는 사람이야. 서점에 갔는데 진이, 지니라는 정유정의 신작이 보이길래 바로 사와서 읽었어.

미비포유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라고 할까? 죽음 앞에 선 사람과 멀쩡한 사람의 우정 내지는 사랑 내용이야. 미비포유의 남주가 사지마비였다면 진이, 지니의 여주는 보노보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 진이(여주)가 사고로 인해 보노보의 몸 속으로 들어가거든.

아쉬웠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는 알겠는데 잘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아. 정유정의 작품치고 흡인력이 강하지도 않았어. 아쉬운 부분과 좋았던 부분을 간략하게 얘기해볼게.

아쉬움 1. 남주가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와닿지 않아.
미비포유의 여주도 남주를 간호하면서 삶을 찾아가잖아. 그 과정이 돈벌이-우정-사랑으로 설득력 있게 잘 표현돼있잖아. 근데 진이, 지니는 그렇지 않았어.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오히려 진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느낌이야. 민주(남주)는 그저 진이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같다는 느낌이야. 결말에는 남주가 자신의 삶을 찾긴 하는데 급전개라고 느꼈어. 빌드업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 2. 굳이 보노보를 등장시켰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보노보 밀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기엔 주제의식이 많이 부족했어. 작가의 의도가 뭐였을지 궁금하네.

아쉬움 3. 정유정 특유의 흡인력이 부족했어.
내가 정유정을 좋아하는 이유의 7할을 흡인력이 차지하는데 이게 많이 부족했어. 지니(보노보)와 진이의 의식이 교차하는걸 너무 디테일하게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중간중간 붕 뜨는 느낌도 있었어. 굳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갈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정유정은 치밀한 계획 하에 글을 쓴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탓인 것 같아. 의식의 교차를 어영부영 넘기기 싫었던듯해.

이게 무슨 불쏘시개 판타지소설은 아니니까 당연히 좋았던 점도 있었겠지?

좋았던 점 1. 여주와 남주의 대비가 좋았어.
민주는 죽어가는 사람이었어. 공익근무중 독거노인의 죽음을 목격한 일도 있었고(노인의 집을 지날때 목소리를 들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생각없이 살다가 집에서도 쫓겨나는 인물이야. 그리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돼.
진이는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영장류센터 수의사였는데, 직업만족도가 매우 높고 침팬지들과 사이가 아주 좋았어. 살아갈 이유가 충분했어. 어머니의 죽음을 겪긴 했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난 케이스라고 할까? 민주는 죽음을 겪고 일어나지 못했잖아.
그런데 진이가 사고로 인해 지니의 몸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캐릭터성이 반전돼. 민주는 진이의 부탁(몸을 되찾게 해주면 1000만원을 주겠다)을 들어주게 되면서 삶을 찾아가. 진이는 계속되는 의식의 교차 속에 자신이 지니와 동화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이 캐릭터성의 대비와 반전에서 오는 느낌이 꽤 좋았던 것 같아. 물론 아쉬움에서 서술했듯 크게 와닿지는 않는데,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인물과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인물의 간극이 매력적이었어.

이정도? 감상을 이렇게 쓰는게 아니라는건 아는데 딱히 감상문처럼 쓰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간단하게 리뷰해보려고 쓴거야. 요즘 많잖아 이런 식의 영화리뷰 유튜버들.
끝! 질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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