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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상자 속의 사나이 + 민음사 체호프 단편선 읽은 후기다
최근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소설의 길이가 재미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다고 반드시 재미있는 소설이 되지 않고, 짧은 소설도 충분히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스피디하고, 고봉밥처럼 전달 하고자 하는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듯한 단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읽은 책은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이다.
첫 작품은 관리의 죽음이었는데 읽고 정말 실망을 많이 했다.
침 한 방울 튄 것으로 안절부절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군대에서 선임한테 잘못을 저지르고 어쩔줄 몰라 하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근데 결말이 너무 허무하고 유치하게 느껴졌다. 작품을 쓰다가 귀찮아서 대충 죽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던 것 같다.
관리의 죽음을 읽은 뒤 이 정도 수준의 책을 내가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평소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는 나의 습관 덕분에 다행히도 계속 읽어 나갔고,
다음 작품들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베짱이"와 "내기"이다.
내연남을 추적하기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서 동네 사람들이 둘의 관계를 다 알게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돈을 걸고 15년 동안 자발적으로 감금생활을 하는 내기도 흥미로웠다. 나였으면 최초 3년은 책을 읽으며 적당히 버티지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런할 것 같다.
주인공은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깨달음을 얻고 출소를 몇시간 앞두고 돈을 포기하고 사라진다.
그가 책에서 얻은 삶의 의미가 무엇이길래 돈을 포기하고 나왔을지 궁금하고, 그냥 나올거면 일찍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의 죽음의 여파로 인해 다른 작품들도 별로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는데 순서가 뒤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자 속의 사나이와 체호프 단편선을 모두 읽은 지금 시점에서는 관리의 죽음도 훌륭한 작품이고 체호프 작품의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읽은 문학동네의 상자 속의 사나이는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이 너무 좋았다.
top3를 뽑으려고 했지만 하나를 포기할 수 없어서 top4를 뽑았다. - 굴, 6호실, 상자 속의 사나이, 귀염둥이이다.
굴에서는 어린아이의 가난이 남들에게 오락거리가 되어 버린다. 참담한 상황을 이렇게 희화화한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6호실의 주인공은 다독을 하며 지적인 대화를 높이 평가하고, 동네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웃긴 점은 그의 병원은 부패로 가득하고 주인공은 진료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 대화가 잘 통하는 6호실의 정신병 환자와 친하게 지내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6호실의 일원이 되는 모습이 오히려 꼴이 좋아 보였다.
상자속의 사나이를 보며 랄로가 떠올랐다. 요즘에는 사소한 것 하나조차 불편해 하며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적질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편하게들 볼 필요가 있다.
귀염둥이는 주인공이 너무 매력있다.
주인공은 한시라도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되고 자신의 주관은 없고 남편의 생각을 복사할줄 밖에 모르는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그녀의 사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자신의 자식도 아닌 꼬마에게도 사랑을 주는 진정한 귀염둥이이다.
작품은 짧지만, 중간에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작가가 이 문장을 왜 썼을까 생각해 보며 읽는 다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동 책을 더 먼저 읽을걸 하는 생각이 들고, 기회가 되면 재독해야겠다.
보르헤스말마따나 이정도 주제의식 메시지면 100페이지에 끊날걸 300~400페이지로 길게 늘어쓴 작품들은 그리 인상 깊게 못읽은듯 휘발성도 강하고
내가 베르나르베르베르, 더글라스 케네디 이런 책들 읽다가 고전으로 넘어온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