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락
'프랑스 왕세자 루이가 헨리5세에게 조롱의 의미로
(프랑스 땅 넘보지 말고 친구들과 테니스나 치라는 의미로) 테니스공을 선물로 보냈고
헨리5세가 이를 재치있게 (답례로 런던의 공, 즉 포탄을 보내주겠다) 받아친 후에 전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
역사적으로는 허구에 가깝겠지만 실제 헨리5세 동시대의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유명했던 일화임
많은 시인이나 작가들이 이 일화를 활용해왔고 당연히 셰익스피어 버전이 가장 유명함
셰익스피어가 이 일화로 뽕을 뽑는게 재밌어서 가져와봄
I. 명백히 드러나는 비유
- When we have matched our rackets to these balls,
We will...play a set [that] Shall strike his father's crown into the hazard.
'이 [선물받은] 테니스공에 어울릴 라켓이 마련되는 대로...
프랑스에서 [테니스] 한 세트를 칠 것이고.... 이것이 프랑스 왕관을 위기로 몰아 넣게 될 것...'
- ...this mock of his Hath turn'd his balls to gun-stones;
'세자의 모욕은 테니스공을 포탄으로 만든 셈이니....'
테니스공이라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받고 자연스럽게
'그래 테니스 쳐보자 우리도 테니스공(포탄) 보낼게?'라는 전쟁 선포로 넘어가는,
이 대사문 전체의 핵심 메세지.
여기까진 한국어 번역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비유인데,
사실 셰익스피어는 이 테니스=전쟁의 메타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감
II. 이중의미
셰익스피어 시대의 테니스를 리얼테니스 또는 로열 테니스라고 불리는데
현대 테니스랑 룰이나 경기양상이 좀 다름.
리얼테니스의 규칙에서 사용되던 단어들이 등장하니 설명을 덧붙임
- We will.... play a set [that] Shall strike his father's crown into the hazard.
crown : (a) 국왕의 왕관 (b) 금화를 뜻하는 내깃돈 단위.
당시 점수산정방식은 내기/도박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한 번 득점할 때마다 15수(sous)씩 얻다가 60수에 도달하면
최종포인트인 1 쿠론/크라운(Couronne/Crown)을 얻으면서 승리했다고 함.
- hazard : (a) 위험 (b) 엘리자베스 시대 테니스 코트 뒷벽에 뚫린 구멍. 공을 여기에 넣게 되면 득점할 수 있음.
(1) 전쟁의 언어: 프랑스에서 [테니스] 한 세트를 칠 것이고.... 이 승부로 그의 부친의 프랑스 왕관(crown)을 위기(hazard)로 몰아 넣게 될 것임'
(2) 테니스의 언어: 프랑스에서 [테니스] 한 세트를 칠 것이고.... 그의 [부친이 판돈인] 금화(crown)를 득점지역(hazard)에 쳐 넣고 이길 것임'
이 구절의 주된 메세지 자체는 앞서 말했듯 '그래 테니스 쳐서 너희 왕관을 빼앗겠다'는 거지만,
전쟁의 언어와 테니스의 언어로 모두 말할 수 있는 중의적인 단어들을 사용함으로써
대충 위와 같은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늬앙스를 가지게 되는게 재밌는 점.
- Tell him he hath made a match with such a wrangler That all the courts of France will be disturb'd With chases.
- wrangler : 싸움꾼 (특히 논쟁을 좋아하는)
- court: (a) 궁정 (b) 테니스 경기장
chase: (a) 군사 추격
(b) 테니스 규칙. 리얼테니스에서는 공이 해저드에 들어가거나, 받아치지 못해서 두 번 튀기면 점수를 얻는데,
두 번 튀겨 떨어진 지점과 뒷벽과의 거리를 따져야 했고 이 규칙을 체이스라 함.
항상 경기중 논란의 여지가 생기는 지점이라서 앞서 나온 단어 wrangler의 말싸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와 연관됨
(c) 공을 쫓는 소리 (Arden shakespeare 주석)
(1) 전쟁의 언어: 세자는 대단한 싸움꾼(wrangler)을 상대하게 되었으니, 프랑스 모든 궁정(court)이 군사추격(chase)으로 시끄러워질 거라 전하시오
(2) 테니스의 언어: 세자는 아주 독한 상대(wrangler)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프랑스의 모든 [테니스] 코트장(court)이 공 쫓는 소리(chase)로 시끄러워질 거라 전하시오
or 세자는 아주 (말싸움 좋아하는) 독한 상대(wrangler)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프랑스의 모든 [테니스] 코트장(court)이 체이스 규칙 판정(chase)으로 시끄러워질 거라 전하시오
거칠게 나누자면 대충 이런 식.
셰익스피어에게 있어 이런 식의 언어유희는 흔한 것이지만,
테니스공으로 전쟁의 명분을 만드는 일화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정확하게 테니스용어와 전쟁용어로 동시에 쓰일 수 있는 단어들만 쏙쏙 골라서 사용하는게 인상적인 부분
근데 셰익스피어는 심지어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감
III. 테니스공 소리
And tell the pleasant prince this mock of his
Hath turn'd his balls to gun-stones; and his soul
Shall stand sore charged for the wasteful vengeance
That shall fly with them: for many a thousand widows
Shall this his mock mock out of their dear husbands;
Mock mothers from their sons, mock castles down;
And some are yet ungotten and unborn
That shall have cause to curse the Dauphin's scorn.
그리고 우리 유쾌한 왕세자에게 전해 주시오
세자의 모욕은 테니스공을 포탄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그리고 포탄과 함께 날아갈 파괴적인 복수에 대해서
그분의 영혼이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할 거라고 말이오
그분의 모욕으로 인해 수천 명의 부인들이 사랑하는 남편을 잃는 모욕을
어머니들은 자식을 잃어야 하는 모욕을
성은 파괴되어야만 하는 모욕을 겪게 될 것이니 말이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이들 중에도
왕세자의 조소를 저주할 자들이 있을 거라고 말이오
본격적으로 가오를 잡고 내가 너희를 어떻게 부술지 위협을 하는 장면인데
두드러지는 부분은 mock이라는 단어의 반복임
mock이라는 단어가 내는 발음소리(-ock)의 특성상
반복했을 때 마치 테니스공을 치는 듯한 소리로 들리게 됨.
마치 테니스공 소리 한 번 들릴 때마다 전쟁의 참혹한 이미지를
하나씩 떠오르게 하는 그런 효과를 내려는듯 읽히는 장면임.
위에 첨부한 영상(1989년 영화 <헨리 5세>)에서 케네스 브래너의 훌륭한 연기도
해당 부분을 잘 들어보면 테니스공 소리를 연상시키게끔
신경써서 발음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위의 2013년 글로브 극장의 영상을 보면
mock이라는 단어를 반복할 때마다 테니스 치는 시늉을 함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의도를 놓치지 않게끔 연기하고 있음.
이야... 그냥 원서 무작정 읽는다고 될게 아니네. 이런걸 다 캐치하고 음미하면서 읽을 레벨이 되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거냐. 적어도 영문과는 나와야겠네
아 영어를 그 정도로 잘해서 자연스레 캐치하는건 아니고ㅋㅋ 이중의미 같은건 각주가 친절한 에디션들 찾아보면 아주 자세히 나와있음. 이 글 쓸 때도 Arden판, Norton판, Oxford판 참고함. 리듬이나 소리적인 측면은 배우들의 해석도 많이 찾아보는편
https://klyro.sarl/yivp
야무지게 읽는구나 너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