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갤 들어온 뒤로 이따금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책을 도대체 왜 읽음?”이라는 질문임


물론, 책을 읽는 이들로 형성된 커뮤니티에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질문 자체를 악의로 상정하고 따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필요 하다고 판단 안 되면 안 읽어도 됨ㅇㅇ”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듯함


이 질문에 대해 달리는 댓글들을 쭉 보고 있다보면 그런 고민에 잠기게 됨


‘어? 이 새끼들 책을 진짜 많이 사랑하나보네?’



어쩌면 나처럼 구력이 짧은 사람은 익명의 유저가 보이는 질문, 아니 그 이상을 넘어선 공격적 스탠스에 그런 생각이 들음


일종의 프로파간다처럼, 다수에 속하지 않은, 그러나 미디어에 노출되는 독서 행위 자체를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에 판단하다보니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허영을 좇는다’라는 적대적, 착오적 인식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음



물론, 이 글을 읽는 독붕이들은 ‘G ROLL 하지 마세요 누가ㅎㅎ;;’라고 하겠지만,


흡사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지하인에 수렴했던 내 입장에서는 그러한 것이라고 보여짐


나는 실제로 그렇게 누군가의 노력을 험담하고 비판하던 자칭 힙스터 시절이 있었음



인간 사회의 공통된, 불변의 법칙, 어떤 상위 학군, 대기업에서도 늘 통용되는 인간의 스탠스는


‘내가 참여하지 않고, 내가 상대에 대해 슬픔(불쾌)을 느낀다면 평가를 절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코나투스처럼, 힘에의 의지처럼, 자기 자신을 유지하거나 증대하려는 힘을 가지는 사람들은 혐오에 시간을 쏟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물론 나는 여느 독붕이와 달리 선천이 미개해서 다른 차원에서 독서에 대한 동기를 얻음


‘아, 이제는 정말 게임도 그만하고, 친구들이랑 술도 그만 먹고, 좀 건설적인 일을 해야겠다’


‘근데 느린 도파민에 당최 적응이 되질 않네?’


‘아, 남들이 나를 감시할 수 있는 카페에서 독서해보자!’, ‘아, 떠벌림 효과처럼 내가 독서하는 모습을 허영처럼 SNS에 게시하자!’


그리고 이런 사회적(커뮤니티적)으로 비판 받을 수 있는, 일련의 행위에서 나는 동기를 찾기 시작했음



담배도 끊었고, 일과 후 운동 이후에도 평일 독서 두 세시간과, 주말 독서 다섯 내지 여섯 시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만 읽어도 알 수 있지만, 9원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함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9원해줄 어떤 또 다른 객체에게 기대며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음


나는 오랜기간 그렇게 믿어왔으나, 그게 아니란 것을 책을 통해 얻기 시작했음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누가 으름장 놓고, 이 책 좋다 저 책 좋다 ㅈㄹㅈㄹ 해도 의미 없다는 거임


걍 니가 필요하고 싶을 때 보면 됨ㅇㅇ 그래서 일부 독붕이들이 말하는 “안 필요하면 안 읽어도 됨”이 설명이 되는 거임


난 그냥 노년의 내가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임


60살에 침대에 누워서 팬티 바람으로 쇼츠 보면서 낄낄 대고 있으면 뭔가 추할 것 같다는 일종의 키치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책을 소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음


책을 안 사고 빌린다, 한 권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아주 소수의 누군가는 거지냐고 비아냥대는데 (직전의 글을 처음 목격하고)


그게 아주 정상인 거임 미래 의식주의 보장을 염려하는 사람 입장에서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려는 게 현명한 것이고.


그 자각이 없다면, 그 이해가 없다면 극단적으로 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게임에 일천 이천 삼천만원 바르던 돈 책으로 가봐라


책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읽고 수용할 수 없는 뇌 용량과 지적 한계에 지치고 겸손해지지ㅇㅇ



나 같은 사람들은 머리가 딸려서, 책을 보관하거나, 밑줄을 치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서 소유욕을 충족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받으면서


다음으로 건너갈 동기를 얻는 성향의 사람들인 거지. 그니까 밑줄을 치니 마니 빌리니 사니 뭐 이런 논의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




왜 우리는 당최 모른다는 사실에서 누군가에게 윽박지르고, 안다는 사실에서 누군가에게 윽박을 지르는 걸까


이런 부분에서 깜짝 홍보로 스피노자 에티카를 추천하며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