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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전례 없는 경제적 호황을 맞았다. 실업률은 약 5퍼센트 수준으로 유지되었고, 출산율이 급격히 상승해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삶의 풍족함은 곧 소비의 확대로 이어졌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과 각종 생활용품이 단순한 생필품을 넘어 중산층 삶의 상징이 되었다. 텔레비전의 대중화는 광고 산업의 급성장을 이끌었고, 소비주의 문화가 일상의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교외의 단란한 가정과 밝은 미래만을 보여줬다. 오늘날 <폴아웃 4>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단편적으로 재현되는 1950년대 미국의 전형적 풍경—예컨대 복고적 교외 마을과 낙관적 분위기—도 바로 이 시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마냥 낙관으로만 채워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은 끝났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 사이의 긴장은 냉전이라는 새로운 대립 구도로 이어졌다. 외부의 적에 대한 경계는 곧 내부의 위협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매카시즘이다. 공산주의 동조자나 반미적 인사를 가려내겠다는 명분 아래 수많은 사람들, 예를 들어 베르톨트 브레히트 같은 문학인부터 찰리 채플린, 심지어 조지 마셜 국무장관까지 고발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충분한 증거 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직업을 잃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한편 동성애자와 흑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역시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풍요와 번영의 이면에는 이처럼 강한 동조 압력과 배제의 논리가 공존했다. 사회는 안정과 정상성을 강조했고, 개인은 그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기를 요구받았다.


예술가들은 대개 이런 분위기와 긴장 관계에 놓인다. 구김 하나 없는 양복처럼 반듯하고 단정해야만 하는 사회적 이상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이들, 주류 문화의 낙관과 순응에 반발하며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한 사람들을 우리는 비트 세대라 부른다.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문학인 3대장으로는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그리고 윌리엄 버로스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약쟁이 동성애자를 담당하고 있는 버로스는 술에 취해 실수로 아내를 사살한 일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53년엔 가명으로 마약 중독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정키>를 출간했고, 이후 탕헤르로 건너간 버로스는 <네이키드 런치>를 완성한다. 


<네이키드 런치>는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따르지 않는 소설이다. 버로스는 문장을 잘라 재배열하는 컷-업 기법을 활용해 글을 썼다. 독자는 그 결과 마약, 배설물, 폭력, 동성애로 이루어진 삽화의 콜라주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기법은 마약 중독자의 분열된 의식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이 괴기하고 발칙한 이미지들은 단편적인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정상적인 사회가 보여주려 하지 않는 이미지다. 예를 들어, 작중 흑인들은 린치당하고 나무에 묶여 산 채로 불타는 등 다수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로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그 장면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또한 마약 중독자들과 동성애자들은 기괴하게 변형된 괴물처럼 묘사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뒤죽박죽인 텍스트 사이 1950년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엿볼 수 있다. 풍요와 질서, 정상성과 가족 이데올로기를 반복 재생산하던 미디어는 이런 장면들을 비추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빛이 강할수록, 그 뒤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TV는 나무에 걸린 이상한 열매를 보여주지 않는다. 몸이 썩어가는 동성애자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버로스는 300페이지 정도 지나야 등장하는 서문에서 

자신을 “기록하는 장치”라 일컫는다. 또 줄거리나 연속성을 부여하려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특정한 심리 과정을 즉물적으로 기록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언어를 분절 가능한 단위로 보며, 그것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언어 자체를 통제 장치로 바라보는 그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질서 정연한 문장 구조를 거부한 것을 질서 정연한 사회 구조에 대한 거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버로스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었고, 자신과 비슷한 비정상인들을 가장 특이한 방식으로 기록했다.


겉으로만은 반듯할 뿐인 사회를 버로스는 뒤틀린 방식으로 바라봤다. <네이키드 런치>의 환각은 곧 시대의 징후가 된다. 1950년대 미국의 순응과 정상성이라는 질서 아래 짓눌려 있던 동성애, 마약, 폭력이라는 정동이 버로스의 기괴한 이미지들을 통해 괴물의 형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고딕 소설에서 사회적 불안이 초자연적 존재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으며 이 사실이 <네이키드 런치>를 단순히 마약 중독자가 개지랄로 쓴 소설이 아니라, 고딕 소설을 정신적으로 계승한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버로스 씨,


무슨 마약하시고 이런 소설을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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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책 다 읽고 파워포인트로 만든 짤이다.

뭔가 이런 짤을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