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대한 굳건했던 믿음이 허물어지는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온전한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가장 치열하고 쓰라린 성장통이다.

처음 절대자에게 기대어 두 손을 모았을 때, 우리는 칠흑 같은 폭풍우 속에서 결코 꺼지지 않을 든든한 등대를 발견한 듯한 안도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피를 토하는 간절한 외침에도 기어이 현실의 거센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 굳게 믿었던 그 구.원의 빛은 사실 나를 구.원하지 못하는 차가운 신기루에 불과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옷자락을 붙잡는 대신, 내 주변에 '실재하는' 투박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위안을 찾아야만 한다.

침묵하는 신보다, 수천 번의 흔들림과 막막함 속에서도 묵묵히 책장을 넘기고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버텨낸 '나 자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안식처이자 유일한 구.원자이다.
간절히 매달렸던 절대자에 대한 환상이 산산조각 나며 겪는 상실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그러나 희망을 던져주고는 이내 무참히 빼앗아가는 그 잔인한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스스로 걸어 내려오기로 한 결단은, 잃어버렸던 내 삶의 통제권과 주도권을 오롯이 내 두 손으로 되찾아오는 가장 용기 있고 위대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