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빈 술병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다! 빈 잔을 제외하고는…'

- <화산 아래서>




술 한 잔 들어갔기에 그냥 오늘은 술과 관련된 한 모더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놀랍게도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의 대표작 <화산 아래서> 또한 국내에 대산세계문학총서에서 번역되었고, 아직도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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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 픽사에서 비겁하게도 선동과 날조로 승부를 하지 않고, 감성팔이로 사람들의 눈물을 빼앗아먹은 전형적인 눈물 착취 영화 <코코>가 있었다.


이 영화는 멕시코의 특이한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영화였는데, 멕시코는 아즈텍 이후로 언제나 해골을 사랑했고, 해골을 기리는 명절까지 만들어내고 말았음을 사람들 또한 알게 되었다.




사실 모더니즘의 걸작 중에서 이 '망자의 날'을 중심으로 다루는 작품은 이미 있었고, 심지어 <코코> 개봉 이전에 이미 국내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누구보다도 술을 사랑했던 주정뱅이 맬컴 라울리의 <화산 아래서>가 바로 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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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이 미치광이 알콜중독자는 굳이 술병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알코올에 환장한 아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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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때론 너무 취해서 웃통까지 탈의하는 추태도 보였지만, 아무튼 이야기해보자.




1909년, 클래런스 맬컴 라울리라는 청년은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충 이 정도 태어난 이들은 모더니즘 2세대 작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더니즘 1세대들의 전성기는 1920년대에 피크를 찍었으니까.



아무튼 영국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심지어 딱히 장남도 아니었으므로 말 그대로 그냥 편하게 살 수 있는 금수저 인생이었다.


실제 청소년 때부터 이미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알겠지만, 대충 땀냄내나는 남학생들 잔뜩 모아넣는 보딩스쿨 같은 거 있지 않은가? 라울리도 정석적으로 그런 코스를 밟는다.


술만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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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가 정확하다면, 우리의 주정뱅이는 14살 때부터 술에 찌들어살기 시작한다.


팩트다)



아무리 그 당시 영국이 오늘날과 다르더라도, 라울리처럼 마시는 건 분명 비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걸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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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조까! 난 뱃사람이 될 거야!"



고딩이 되더니, 뜬금없이 뱃사람이 되겠다고 배에서 8개월 정도 선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문학소년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영국엔 콘래드를 비롯한 영국의 계관시인이었던 메이스필드처럼 뱃사람 출신 작가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대가들은 대개 생계 때문에 젊을 적에 어쩔 수 없이 배를 탓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의 주정뱅이는 금수저를 물었으므로 배를 굳이 타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본인이 타고 싶어서 선원생활을 한 거다.



물론 문학적으론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뱃사람으로서의 생활은 라울리의 작품 세계에 큰 축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 독자들은 즐길 수 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배에서 내린 라울리는 그대로 케임브릿지로 입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이 대학생활 직후, 선원 생활을 밑바탕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알콜 중독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사실 허구헌 날 14살부터 술 처마시는데, 대학교 졸업한 이후에야 터진 걸 보면, 생각 외로 맬컴의 간은 튼튼했을 거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 결혼을 하였는데, 아내를 따라 뉴욕으로 갔다가 중증 알콜중독에 걸려서 그대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


퇴원 직후 그는 멕시코에 정착을 하여 멕시코 문화를 보고, 후대 자신의 작품의 토양을 마련하면서 계속 술을 처마신다.


알콜중독에 걸렸지만, 누구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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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리에겐 오직 술과 문학만이 보약이었다


그는 멕시코에 머물고, 또 캐나다에 머무는 사이, 오늘날 그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화산 아래서>를 출간한다.


물론 그가 살아있을 당시엔 끝내 절판당하지만, 죽고 나선 재평가받는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 하루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 소설은 라울리 본인을 연상하는 알콜중독에 걸린 한 영사의 마지막 날을 그린다.

심지어 지옥으로 떨어지는 말로우의 파우스투스 박사를 오마쥬하며 비참한 알콜 중독자의 최후를 비장하게 그린다.


마치 라울리 본인이 자신의 최후를 예견하듯.


'때론 내가 스스로가 처했다고 느끼는 건 이런 거야,

위대한 여행자로서 놀라운 땅을 발견했지만,

그 지식을 세상에 알려주기 위하여 돌아올 순 없는 상황이지.

그리고 그 땅의 이름은 지옥이야.'

- <화산 아래서> 중




<화산 아래서>를 출판하고 난 후로도 맬컴 라우리는 자신이 알콜중독이라는 지옥에 빠져있다고 느꼈고, 이를 문학적으로 승화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마치 단테가 신곡으로서 순례를 하듯, 그는 자신이 출간했던 작품들과 출간을 계획한 소설들을 묶어서 <끝나지 않는 여행>이라 불리는 단테식 신곡을 계획하며, 글 쓰는 걸 멈추진 않았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50대에, <화산 아래서>를 비롯한 2권의 책만을 출간한 상태에서 급사하고 만다.


그의 죽음에 대해선 자살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있을정도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물론 술을 너무 마셔서 죽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14살 때부터 술과 문학만 마셔온 우리의 알콜 중독자 모더니스트는 그렇게 술과 함께 세상을 떠났고,

그가 죽은 이후, 그의 원고들은 오늘날까지도 출간되며, 그의 <화산 아래서>는 알콜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밤 <화산 아래서> 한 잔을 하며, 모히또에 가는 건 어떨까?



라울리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지어놓았는데, 안타깝게도 묘비에 새겨지진 못하였지만,

실로 그의 삶을 요약한 문장이므로, 옮겨본다:


여기 맬컴 라울리가 잠들다, 최근까지 술집에 있었으며

그의 글 솜씨는 현란했고, 때론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는 매일 밤을 살았고, 매일 낮 술을 마셨다.

그리곤 우쿨레레를 연주하며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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