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간실격'이란 무엇인가?
고건 요조가 본인 스스로에게 내린 정의임.
다른 닝겐들이 요조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각기 다르겠으나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마담은 요조를 '하느님' 같았다고 회고함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보면
요조는 자신을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 생각했다는 건데
어떤 이에게는 그 존재가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거임
고렇다면 '인간실격'에서 '인간'이란 뭘까?
'당연히 인간 종을 말하는 거 아냐?'라고 반문하겠지만
'인간실격'이라는 정의는 요조가 스스로 내린 것이기 때문에
관념적이거나 상투적인 의미의 '인간'이 아닌
요조라는 인물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고민해야 함
일차원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인간처럼 생긴 자들을 그냥 인간이라고 부름.
더 나아가서 흉악범들에게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짐승만도 못한' 성질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포함됌
'인간은 이러해야 하고 짐승은 저러해야 한다'라는 기준은 시대나 사회에 따라 때로는 암묵적으로, 더러는 명시적으로 정해진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임.
그러므로 '인간실격'이라는 정의는 단순히 요조가 인간답지 못함은 의미하지 않음
그 '인간답지 못한' 것 역시 인간에 속해 있기 때문임.
요조가 정의하는 인간이란 인간종이라기보다는 '나'를 제외한 '타자'에 가까움.
요조는 평생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과 동화되지 못함
놀이거리라 여긴 공공시설들이 사실은 극단의 실용성에 의해 탄생했다는 걸 알고 실망하는 부분이나
뒤에서는 욕하고 앞에서는 아부하는 주변인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에서
요조는 타인과 완전 다른 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작든 크든 요조와 같은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거임
나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아무도 없는 아파트 계단에 멍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기도 했는데
(묘한 서늘함과 공허감이 좋았던 것 같음)
당연히 부모님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했음
크면서 튀는 행동을 하면 따돌림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평범해지려고 노력하자 개성도 사라졌지
요조가 문학적 가공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는 그의 기질이라던가 크고 작은 사건들은
타자와 나를 나누고자 하는 자아의 감수성─에 대한 메타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음
요조는 여러 소동을 겪으며 인간 세계에 섞이기를 포기하고 인간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마침내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만 나는 이 대목을 마냥 절망으로 읽지는 않았음
요조에게 인간이란 무수한 타자인데 그 속으로 걸어가는 대신 자기 자신으로 남기를 선택한 것임
남들과 섞이기 위해 앞뒤가 다르게 행동하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처세로 살아가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사는 대신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것임
물론 요조의 인생은 엉망진창이었고 나약하기도 했고 비겁하기도 했음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요조는 누구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음
요조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엉망진창과 나약함과 비겁함을 안고 있지만
요조처럼 그것을 정면으로 느끼기보다는
이 세상과 어울리기 위해 때로는 외면하면서, 때로는 도피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임.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하느님 같았다'라는 마담의 표현은
진짜 하느님에 대한 비유라기보다는
우리가 숨기고자 하는 개개인 고유의 본성이야말로 하느님에 버금가는 중요한 가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음(있을 거임...)
이제 다자이 오사무쿤이 쓴 다른 작품인 직소도 보고 리뷰를 써라 독붕..♡
와 글 진짜 멋있게 쓰네
오ㅓ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