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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갑자기 태어난다. 얼떨결에 살아간다. 그러다 갑자기 죽는다. 이 소설은 한 사내의 장례식 장면에서 시작해 죽는 순간에서 끝난다. 지금 땅에 묻혀 있는 사내도 한때는 아이였다.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였다. 아버지는 보석상이었다. 사내의 아버지는 다이아몬드를 불멸의 존재라 생각했다. 사내는 광고 회사에 취업한다. 참한 여성과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 둘만 남겨 놓고 사내는 도망친다. 사내는 이제 다른 여자와 또 사귄다. 또 결혼한다. 여자아이 하나를 낳는다. 그러나 외국인 모델과 불륜을 저지르다 깨진다. 사내는 모델과 결혼한다. 그러나 모델 여자가 성적 매력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내는 은퇴 후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친다. 사내의 몸은 끊임없이 삐걱대고 무너진다. 어린아이 때의 탈장 수술, 이어 자라나며 충수염 수술, 심장 수술, 신장 수술 등등... 사내는 늙었지만 마음만큼은 청년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말년에는 허물어진다. 아이러니하게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은 자신과 다르게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형이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사내는 질투하고 미워하게 된다. 그 사실을 깨닫자 사내는 절망한다.
이 실수만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실수, 모든 뿌리 깊고, 멍청하고. 피할 수 없는 실수들로 인한 가책에 시달리다—자신의 비참한 한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면서도, 마치 삶의 모든 파악할 수 없는 우연을 스스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 165
너무 늦었다. 사내의 삶에서 떠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것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를 생각한다. 늙는다는 것의 가장 큰 비참함 중 하나는, 과거를 되돌아볼 순 있으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 83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역정을 내기도 하고,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문해보았다.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 120
절망하기도 한다.
"그는 세 번 결혼을 했고, 애인들과 자식들과 성공을 안겨준 흥미로운 일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다." -102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 사내가 후반에 찾은 것은 '뼈'였다. 사내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유대인 가족들이 묻힌 무덤을 방문한다. 뼈가 있다. 육신은 녹지만 뼈는 남는다. 다이아몬드처럼.
육신은 녹아 없어지지만, 뼈는 지속된다. 내세를 믿지 않고, 신은 허구이며 지금 이것이 자신의 유일한 삶이라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뼈는 유일한 위로였다. -176
사내의 아버지는 사내의 머릿속에서 "되돌아보고 네가 속죄할 수 있는 것은 속죄하고, 남은 인생을 최대한 활용해봐라"고 한다.
그러나 사내는 마지막 수술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 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 188
죽어 버린 인간은 있었던 존재다. 그는 이제 '없었다'. 남은 자들은 있었던 자의 있었던 이야기를 할 뿐이다. 다시 첫 장면인 장례식으로 돌아가 보자. 사내의 친구들 친족들은 그를 회상한다. 그는 어떠어떠한 사람이었고 젊은 시절엔 무엇을 했고 하는 말들이 오간다. 잘 산 인생을 논할 땐 객관적 기준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딱 한번 살 수밖에 없는 것이고,(사내처럼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비춰줄 또 다른 삶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사내는 잘나가는 광고 회사 직원이었다. 외모도 출중했고 말년까지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러나 현명한 여인(두 번째 와이프) 피비를 버리고 비서나 모델과 바람이 났고, 말년에서야 그 사실을 뉘우친다. 그러나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니 물론 하려고 시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시간은 사내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내는 안정된 삶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했는데, 수술 중 죽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죽었으니 사내의 죽음은 호상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하는 사내에게 세상이 'ㅗ'를 날리는, 아이러니한 비정함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그렇게 살다 죽는다. 갑자기 태어나고 갑자기 죽는다. 필립 로스는 늙고 병들고 죽는 얘기를 적절히 전달한다. 감상에 빠지지도 않고 초연함 그런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딱 이 정도의 온도가 좋다. 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다. 모든 사람(Everyman)은 갑자기 태어나고 갑자기 죽는다. 이렇게 어림짐작을 해봐도 되겠다.
그리고 다시 꺼내보는 빈스 맥마흔의 명언:
"Life sucks, and then You DIE!"
로스추
로스까스도 나쁘지 않군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