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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내밀한 악함을 그려놓은 게 참 흥미로웠음. 아마 그 탄력으로 쭉 읽었지 싶음.
일본 문학쪽은 애초에 좋아하질 않아서 문외한인데, 내가 접한 첫 일본 소설이 나미야 잡화점이었나? 그 아직도 베스트 셀러에 올라 있는 책.
특유의 싸구려 신파, 같잖은 교훈 주입, 얕은 이야기를 감추기 위한 어지러운 플롯, 유치함으로 가득 찬 책을 몇 년 동안이나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독자들도 원망스러웠고 써낸 작가도 ....
암튼 그 책이 일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최초의 소설이었음.
한 몇년 있다가 설국 도전했는데 이건 뭐 새로 개장한 가게 앞에서 춤추는 공기인형 마냥 뼈대 없는 이야기가
내가 뭘 들여다보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또 다시 실망 했음.
그러다 읽은 게 금각사. 나한테는 제대로 일본 문학을 맛본 최초의 책.
살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나만이 알고 있는 내밀한 악함, 악한 행위, 악한 생각들을 풀어놓은 게 참 흥미로웠음.
자신의 이상향이자 미의 결정체인 동시에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질투의 대상인 미 그 자체 금각사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근데 다 읽어놓고 생각해보니 높은 완성도 만큼이나 단점도 존시나게 많은 작품이구나 싶음.
다 읽고 나서 복기해보니 처음 실망했던 부분은 주인공이 어떤 기도문처럼 밤에 혼자 기도를 외치는 부분이었는데
이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차고, 무슨 지옥처럼? 되길 염원한다는 식으로 선포하듯 외치는 기도였음.
무슨 어릴적 보는 만화영화에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마왕, 혹은 악마캐릭터가 주인공 앞에 나와서 으레 한번씩 던지는 대사 같은 대사.
이때부터였음. 책 안의 흑염룡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악함을 베이스로하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보는 게 워낙 낯설기도 했고, 흥미로워서 그 탄력으로 술술 읽어나간거지만,
이야기 속의 부정적인(혹은 악한) 단어들을 모두 그 반대급부인 긍정적인(혹은 선한) 단어로 바꾸면
이 책이 꽤나 가볍고 얄팍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음.
예컨대 지옥을 천국으로, 악함을 선함으로, 어두움을 밝음으로, 그런식으로 바꿔나가면서 읽어보면 내내 본 주인공이 얼마나 얕게 구성된 캐릭터인지 간파 됨.
죄와벌 처럼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에게 이입했다가 또 멀어지고, 공감 되었다가 또 거부했다가 감화되는 것과는 달리
시종 '사악함'이라는 무드를 취하는 캐릭터는 시종 '선함'이라는 무드를 취하는 캐릭터만큼이나 매력이 없고, 얄팍하다는 느낌이 들었음.(물론 읽은 땐 흥미로웠지.)
금각사 방화에는 그 내면에 꽤 여러차례 겹겹이 쌓인 동기가 자리하고 있지만 결국 말하고 있는 바가
"얘는 원래 사악한 인간이니까 결국 그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하는 식으로 귀결하는 것같은 느낌이었음.
물론 파괴적인 행위로 세상에 충격적인 교훈을 준다던가, 혹은 자신의 성관념을 지배하는 금각에서 탈피하려는 동기도 있었음은 책에 나와있지만
어떠한 확실한 동기나 의도도 적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귀납적으로 주인공은 악하기 때문에, 저지르게 된다. 하는 식으로 간단하게 귀결되는 것 같음.
산부의 배를 밟은 것도, 남의 칼에 흠집을 낸 것도, 결국 금각사에 방화를 하는 데에 대한 간단한 복선이나 연출일 뿐. 딱 거기까지라는 거임.
그저 하나의 장치로서의 복선과 연출.
어떠한 것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방화를 독자에게 어거지로 납득시키려는 그냥 하나의 장치.
물론 여기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애초 이 소설이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실제 인물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을 다시 알고 보게 되면(그 인물의 실제 성격은 알 수 없지만)
작가는 이 주인공을 처음부터, '얘는 방화범이다. 파괴적인 성향을 지니고, 꼬여버린 방화범. 그러니까 방화를 저지르는 거야' 이라고 상정해놓고 쓴 것이 보이게 됨.
이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차고, 무슨 지옥처럼? 되길 염원한다는 식의 기도는 그걸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이면서
작가가 주인공을 귀납적으로 이새끼는 그냥 본 투비 방화범임. 그러니까 방화지를 거임. ㅇㅇ 이런식으로 찍어 놓는 낙인이었고.
그러니까 설득할 필요도 없었던 거지. 얘는 그냥 원래 그런 새끼다. 변태처럼 칼에 흠집을 내고, 여자의 배를 아무렇지 않게 밟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저주하면서 누군가 죽기를 바라면서 종국에는 금각사에 방화를 저지르는 본투비 이블.
더불어서 31세 청년의 철학놀음도 볼만했음. (가관이었다고)
시대가 시대였던 이유도 있지만 지나치게 남발하는 어려운 한자어 사용은 무슨 권위의식처럼 독자를 누르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음.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아 또 중2병 철학녹음 도졌네 그냥 대충 넘어가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넘어간 부분도 꽤 있엇고.
작가는 그 글들을 쓰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괜히 턱을 쓸면서 '아. 존나 멋잇어.' 라고 했지 않을까.
아름다운 문장, 세련된 연출 등 장점이야 나열하면 참 많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식으로 중2병 놀음하면서 괜히 어려운 한자 남발하면 묻히기 십상일 것 같음.
그럼에도 평점
4/5
크큭, '방화' 말인가? 그것은 무지한 너희들을 향한 나의 '구원'이었다. '파괴'란 미의 종착지, 미의 완성이다!
괜히 써놓고 보니까 쫄린다. 제대로 이해도 못했네! 빼에엑 들어올 것 같음 ㅋㅋ
사실 제대로 이해한 소설인지도 모르겠지만
'금각사' 나는 세계문학 전집으로 표현되는 전형적인 근대소설의 일본식 버전으로 읽혔음. 주인공의 내면 갈등과 해결을 통한 성장이라는 점에서 근대소설이고, 그 밑바탕 정서는 철저히 일본(동양)적임. 좀 작위적이고 촌스러운 구석도 느껴지긴 하지만.. 독갤에서도 꾸준히 읽히는 작품인거 보면, 동양 남자들의 찌질한 내면세계를 밀도있게 그려냈다고 봐야할 것 같음
자신을 지배하는 금각사를 파괴하고 깨달음을 얻겠다, 그것을 남들에게도 선사하겠다는 건 시종일관 보이던 태도랑 다른 느낌이었음. 그 수단이 여태까지 해오던 짓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또 결과가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나오란 법은 없다만 적어도 이전처럼 편협하지 않고 자기라는 굴레를 벗어난 결과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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