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독후감이라는 용어 자체에 압사당할 수 있쓰니
걍 후기, 짧은 생각 정도로만 정리해두자고
쨌든 이런 후기를 써보는 건 '좋은 효능이 있다~'를 넘어서 꼭, 꼭, 꼭 강권하고 싶음
책을 읽는 이유야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어떤 경우라도 독서는 넓은 범주에서 경험의 일종이고
이것을 체득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파편화되어 있는 이미지를 후기라는 형태로 연결시켜보는 것은
일방적인 독자의 입장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창출해내는 글쓴이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음

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말해노코 거창하게 말한 것 같은데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후기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흩어져있는 느낌이나 생각을 길어올려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해보고 의미를 부여해보는 것임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단 말이지.
그걸 그냥 '아름답다'라는 일차원적인 감상으로만 남겨두게 된다면, 물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소설의 어느 부분이 아름다운 것인지, 그리고 그 요소가 왜 나라는 특정 인물에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리하여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없게 됌.
나는 <<나를 보내지 마>>의 설정이나 소재보다는 그것이 회상의 형식으로 쓰여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는 점, 어떤 의문에 대해 계속해서 추적하는 스토리가 수수께끼 같이 느껴지는 이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는 점, 무엇보다 주인공과 인물들 간 관계가 나와 친누나 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아름답게 여긴다는 것을 후기를 쓰는 과정에서 찾아냈음.

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후기를 쓰는 것이 어렵다면 요컨대 '피상적인 생각이나 감정의 구체적인 근거를 고민해본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지.
길게 쓸 필요도 없음. 내가 어떤 책을 읽었을 때
1. 이 책의 좋았던 점과 그 이유
2. 별로였던 점과 이유
3. 내 삶과 이 책 사이에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
이 세 가지에 대해 딱 한 줄씩만 써보자는 식으로 시작해보라는 것이지
진짜 한 줄만 써도 의미가 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나도 몰랐던 내 생각들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고구마줄기처럼 계속해서 뽑혀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