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특정 사건 위주로 기억하는 방식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특정 사건이나 인물이 세계를 바꿨다는 인식은 상당히 명쾌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브로델은 이와 다르게 개개인들의 삶을 지배해오고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변화하거나 혹은 변화하지 않는 장기 지속적인 측면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데, 이 장기 지속적인 측면은 인간 삶의 대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브로델은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것들, 의식주를 기초로 하는 물질문명에 기반을 두고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역사를 구성하는지, 그 위에서 작은 규모의 교환이자 경쟁으로 작동하는 시장경제와, 독점적이고 반-시장적이며 권력과 결합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설명한다.
브로델에게 자본주의란 단순한 상품의 생산과 교환이라는 것을 모두 포괄하는 성질이 아닌, 이 시장경제 구조를 뛰어넘는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지위를 계속 누리는 영역 체계로, 이 체계는 시대가 바뀌어도 새롭게 이익이 발생하는 영역에서 독점적인 이득을 가져가고자 한다.
이러한 설명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흡수성-어떠한 것이 나오더라도 자본주의에 편입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자본주의란 다른 모든 것들을 기반으로 하는 독점지배적 상층 경제임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의 결합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오늘날에선, 특정 금융과 빅테크들이 이제 세계의 권력적 측면까지 손에 넣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권력결합적 특징에 대한 설명을 쉬이 납득하게 하는 동시에 그 위협성을 느끼게 한다.
다만 브로델의 논리를 따른다고 할 때 드는 의문은, 자본주의라는 것을 일종의 시장 꼭대기층을 지배하는 자유롭게 변하는 무엇인가로 설정하였을 때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자본주의가 가지는 독점적 성질은 권력과의 결합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기에 적극적으로 권력과 결합하며, 어느 곳에서든 상부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은 하부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브로델의 저작이 어떤 글인지에 대한 개괄로서 유용한 글인데, 그가 세계를 설명하는 모델 자체에는 타당성을 느끼지만 어떤 자료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그의 저작을 읽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역사학적인 이야기이므로, 개인적으로는 브로델의 설명을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상층 구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권력과 결합하여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지에 대한 부분에 더 흥미가 간다.
AI: "내가 정상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