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메로스 — 일리아스: 일단 재밌음. 제일 재밌었던 전투는 사르페돈 시11체 쟁탈전. 마지막에 화해하면서 끝나는게 뽕참. 이준석 씨가 쓴 해설도 좋았음.


2. 코맥 매카시 — 핏빛 자오선 : 처음 읽었을 땐 건조한 폭력성에 놀랐고 두 번째 읽었을 땐 광활한 사막 묘사에 놀랐음. 판사 홀든은 역대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음.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픽션들 : 진짜 자기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함. 짧은데 깊음. 주기적으로 읽어줘야 함.


4. 박상륭 — 열명길 : 박상륭은 죽음의 한 연구도 정말 대단하지만 난 초기 단편들 모아놓은 열명길+아겔다마 이 두 책이 더 좋았음. 열명길, 남도 연작, 뙤약볕 연작 다 대단하고 마지막 단편 유리장은 어질어질함.


5. 허먼 멜빌 — 모비 딕 : 모비 딕은 초등학생 때 어린이 세계명작 이런 걸로 읽어본 적이 있음. 그때 에이해브 선장이 모비 딕과 함께 바다로 끌려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한 뭐랄까 뽕차는 느낌이 들었음. 나중엔 문학동네판으로 읽었고 그때의 감정을 한 70퍼정도 느낄 수 있었음. 소설-고래 비문학-고래 비문학에 나오는 정보 관련된 소설 내용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듦. 고래 정보를 막 풀면서 독자들도 고래에 익숙해지게 한 후 최후반부에 모비 딕이 직접 등장하는데 이때 셰익스피어 작품마냥 변하고 그냥 어흐


6. 윌리엄 포크너 — 압살롬, 압살롬! : 포크너 최고작임. 문장이 존나 길어서 한 5페이지정도 되는 부분들이 좀 나오긴 한데 포크너의 장점만 모아놓은 그런 작품. 결말부는 아직도 소름끼침. 분위기도 존나 을씨년스러워


7. 모옌 — 개구리 : 중문학은 이상하게 읽을 때마다 뭔가 정겹다는 느낌을 받았음. 내용 자체는 어둡지만 읽을 땐 웃으면서 봤음. 후반부엔 진짜 영화를 텍스트로 읽는 줄 알았음. 2부(?)에 연극 형식으로 변형되는 것도 마음에 듦.


8.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창백한 불꽃 : 원래 롤리타를 넣으려 했는데 대신 이거 넣었음. 내가 볼때 나보코프는 뭔가 직소마냥 독자들하고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이 그 예시임. 가상의 시인이 쓴 999행짜리 시 + 그 시에 대한 가상의 편집자의 주석 + 색인 이라는 미친 구성이 매력적임. 


9. 오규원 — 오규원 시 전집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임. 오규원 시 전집에 해설이 하나도 없는 건 상당히 아쉽지만 그래도 워낙 좋아하니까 넣었음. 자기만의 시론이 있고 그걸 나름 구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참 좋아함.


아쉽게 못 들어간 책들


10. 미시마 유키오 — 가면의 고백 : 문장을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나 싶었음. 주인공의 고독 뭐 그런게 잘 느껴짐. 근데 탑까진 아님. 금각사도 마찬가지.


11. 조설근 — 홍루몽 : 구성이 탁월하고 상당히 잘 읽힘. 잘 만든 중국 사극 연속시청하는 느낌? 결말부는 아련함. 근데 탑은 아님. 


12. 사뮈엘 베케트 — 몰로이 : 마찬가지로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나 읽으면서 대가리가 깨질 것 같아서 뺐음. 말론 죽다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역시 마찬가지임.


13. 황병승 — 여장남자 시코쿠 : 한국 시인 중에 가장 특이한 시세계를 가진 시인이 아닌가 싶음. 되게 좋아하고 넣을까 고민했는데 오규원이 방을 차지해서 뺐음. 


14. 찰스 부코스키 — 호밀빵 햄 샌드위치 : 재미 고트임. 천박하고 웃김. 근데 만화로 치면 대털같은 거라 딱히 탑으로 뽑고싶진 않았음.


15. 이연주 — 이연주 시 전집 : 아마 한국 시인 중 가장 우울한 시를 썼던 시인이 아닐까... 그래도 탑은 아님. 분위기나 시어로 승부하는 느낌? 사실 우울한 걸로 따지면 장진성이라는 탈북 시인이 쓴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이것도 만만찮음.


16. 기형도 — 입 속의 검은 잎 : 내가 처음으로 산 시집임. 참 좋아했음. 근데 탑까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