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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권은 본래대로라면 훌륭한 국가(최선자의 국가, Kallipolis)가 어떻게 변질될 것인지 다루려고 했는데 4권에서 잠시 등장한 여성 공유라는 파격적인 주제를 깊게 다룹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플라톤의 형상 이론을 시작하며, 인식(episteme)과 의견(doxa)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잠시 인식과 의견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플라톤은 ‘인식’을 ‘참된 앎’으로 여겼으며 ‘의견’은 ‘거짓이 섞인 앎’으로, 즉 앎과 무지의 중간이자 있음과 있지 않음의 ‘중간자(metaxy)’로 간주했습니다. 물론 그 중 ‘옳은 의견’이라고 해서 의견임에도 유익한 것은 구분했지만, 이는 지성에 의해서 알게된 앎(to noeton 또는 noesis)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반면 ‘인식’은 거짓이 아니기에 ‘있음’으로 간주했습니다. 5권에서 ‘인식’의 대상이 되는 이 ‘있음’은, 6권에 이르러 변하지 않는 영원한 본질인 ‘이데아(또는 형상, idea 또는 eidos)’로 심화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식할 수 있는가? 이는 6권에서 다룹니다.
1.서광사의 박종현 선생님 판본을 읽고 요약한 내용입니다.
2.부족한 제 실력 탓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3.원전을 읽어보시고 직접 논의를 따라가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본문>
1. 첫 번째 파도: 남녀 수호자의 동등한 지위와 역할
소크라테스는 혼과 정치 체제에 있어 나쁜 4가지 종류를 언급하려고 했지만, 대화를 듣던 일행들은 4권에서 언급되었던 여자의 공유에 대해서, 결혼과 출산 및 양육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소크라테스는 이 논의가 파격적이므로 대답하기 난감해 하면서도, 이를 마주치게 될 논의의 세 가지 파도라 일컬으며 탐구했다.
첫 번째 파도는 동등한 남녀 수호자의 역할이다. 국가의 형성을 논의하며 남자를 대상으로 수호자를 육성하는 것을 이야기했으므로 대상을 여자로 옮겨 이야기했다. 남자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시가와 체육 교육이 주어질 것이고, 각자의 성향(physis)에 맞는 일을 할 것인데, 남자와 여자가 다르니 어떻게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남자와 여자라는 언어적 구분에 치중하지 말고, 성향에 따라 구분하여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일에 있어서 같은 일이면 기술(techne)적으로 같기에 성별에 구별 없이 성향이 동일할 것이지만, 서로 다른 일이면 성별을 무관하고 다를 것이다. 즉, 수호자의 직무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2. 두 번째 파도: 국가의 단결을 위한 공유 체제
두 번째 파도는 결혼과 출산이다. 국가에 있어 최대선은 단결이고, 최대악은 분열일 것이다. 특정 통치자 또는 시민을 가족으로서 특별히 대하거나, 구성원 간에 재산의 규모 차이가 있으면 국가에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배우자와 자녀, 재산을 공유하도록 해야한다.
수호자들은 같은 성향(physis)을 가졌으니 서로 결혼하게 하되, 배우자와 분리된 생활을 하지 않고 공동 숙소에서 공동 생활을 할 것이다. 결혼은 적령기에 있는 남녀가 출산을 위한 결혼 축제에 참여해서 추첨에 의해 맺어지게 되지만, 사실 평등한 추첨이 아니라 훌륭한 수호자끼리, 열등한 수호자끼리 짝을 지어서 훌륭한 수호자의 자손을 더 많이 확보할 것이다.
태어난 수호자 계급 아이 중에서도 훌륭한 수호자의 아이에게만 교육이 주어지고 이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되어 양육을 담당할 전문가에게 길러질 것이다. 부모 세대는 결혼제 이후 7개월~10개월 정도 뒤에 태어난 아이들을 자녀로 부르고, 그 자식의 결혼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자녀의 자녀로 대할 것이다. 자녀들 역시 부모 세대 전체를 부모로 여길 것이고, 자신과 같은 세대의 아이들을 형제 또는 자매로 대할 것이다. 재산과 가족을 공유함으로써 내 것과 네 것이 없으므로 온갖 분쟁과 시비를 피할 수 있으니 이는 수호자 계급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4권 도입부에 아데이만토스가 던진 비판(수호자에게 주어진 책임에 비해 보상이 적다)에 대한 답변이다.
3. 수호자의 전쟁 수행 방식과 헬라스적 연대
전쟁에 있어 수호자는 자녀들을 전쟁터에 데려가 참관하도록 해서 전투에 대한 교육을 할 것이다. 전투에서 공훈을 세운 전사는 마땅한 보상(더 많은 결혼의 기회)을 주되, 전투에서 도망치거나 전사자의 전리품을 탐한 전사는 직위를 박탈하는 등의 벌을 줄 것이다. 전쟁 또한 헬라스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을 전쟁으로 부를 것이며 헬라스인과의 싸움은 사소한 분란으로 대하며 분란의 원인만 제거하는 식으로 자비롭게 임할 것이다.
4. 세 번째 파도: 철학자 왕의 등장과 인식의 본질
글라우콘이 지금까지의 대화는 함께 논의한 이상적인 국가가 수립되고 나서 가능한 것들인데, 어떻게 이 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세 번째 파도가 시작됐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 왕이나 철학을 하는 통치자가 등장해야 함을 언급하며, 철학자의 본질(ousia)을 논했다.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인데, 이는 형상과 이에 관여하는 사물들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인식(또는 앎, episteme)을 가진 자들이다. 형상과 이에 관여하는 사물을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것은 의견(doxa)으로써, 진정한 앎이 아니다. 인식은 있음(실재, to on)에 관여하고, 있음이 아닌 것에는 무지가 관여할 것이다. 인식은 능력(dynamis)일 것인데, 능력은 있음에 관여할 것이니 왜냐하면 능력은 있는 것에 대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인식과 의견은 다른 능력일 것인데, 인식은 실재(to on)에 관계하지만 의견은 판단(doxa)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과 의견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그런데 의견은 있음에 관계하지 않고, 있음이 아닌 것에 관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의견은 중간에 있는 것(중간자, metaxy)이다. 결론적으로 철학자는 인식에 관계하는 것, 즉 지혜를 사랑할 수 있는 자들이다. 의견을 인식으로 착각하거나, 의견에 관계하는 것을 사랑하는 자들은 철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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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식할 수 있는가?" 이는 6권에서... 인식과 의견의 차이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플라톤 저서 읽어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기대되네요! 덕분에 적절한 시기에 꼭 읽어야 할 소장도서를 마주해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두 번째 파도: 국가의 단결을 위한 공유 체제 앞에 놓였네요...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