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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아즈마 히로키, 문학동네)
0.
이 책의 골자는 기본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하 포스트모던)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일본문화다. 개중에서도 서브컬쳐가 그 중심이다.
나는 대중문화를 학술적 대상으로 삼을 때 ‘너무’ 깊게 보는 경향이 생기는 걸 여러 번 봐왔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 대중문화에 민망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게끔 만든 동인은, 포스트모던과 일본 서브컬쳐 문화가 맞닿아있다고 작가가 주장하는 지점에서 동감하는 부분이 있던 탓이었다.
1. 그래서 포스트모던이 뭔데 씹덕아.
라고 물을 것을 대비해서, 작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 설명을 간략히 적어본다면,
‘근대 이래로 사회의 규범(이데올로기/이성/국민국가 등)이 유실된 문화, 사상 전반’
이것을 다시 작가는 ‘탈 이야기(또는 이야기 소실, 이야기 유실 등등...)’라고 하는데, ‘탈중심화’라고 하면 두루뭉술하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 이미지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은 어떠한 뿌리로서의 심층(의미, 이야기)가 있어 그로부터 가지치기 하듯 표층이 자라나던 근대와 달리, 심층은 없고 표층만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러한 것을 ‘데이터베이스식 세계관’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십수 페이지를 할애해서 적은 포스트모던 설명을 문단 세 개로 요약한 탓에 논리가 많이 빈약해졌다만, 내가 본 중 포스트모던을 상당히 깔끔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혹시 포스트모던 등에 관심이 간다면 이 책으로 입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일반 대중서로서 꽤 잘 팔렸다는데, 그 이유가 짐작될 정도로 대중친화적이다.
2. 포스트모던과 일본문화
이 파트에서 꽤 재밌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는데, 일본 사회의 변화를 작가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60~70년대는 이미 세계가 데이터베이스식 세계(포스트모던, 거대한 이야기가 유실된 세계)로 이행했음에도
2) 당시 학생들은 교육으로서 트리형 세계(근대, 심층-거대한이야기-가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서 배웠음.
3) 이때 학생들이 어른으로 자라나며 세계와 자신이 배운 세계관과의 괴리로 인해 ‘거대한 이야기’를 날조한다는 설명이다.
그 거대한 이야기의 날조의 형태는
>옴진리교, 전공투, 1세대 오타쿠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근대적 이데올로기를 찾아가기 위해 ‘날조’를 해버렸다는 주장은 참신하면서도 명쾌한 맛이 있었다.
이어 <건담>과 <에반게리온>의 소비의 차이를 들어 ‘오타쿠’ 세대가 어떻게 분화하는지를 설명하는데, 넘어가자.
결론은 ‘가짜 이야기’에서 ‘이야기 아닌 것’으로 더더욱 포스트모던 스럽게 이행한다는 이야기인데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는 걸 권한다. 재밌으니까.
3. 동물화? 그래서 오타쿠들이 짐승 새끼들이라는 거임?
정답을 우선 말하자면, 그렇다.
일단 기다려봐라. 욕을 하고 싶어서 ‘동물화’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니다.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선 ‘동물적 욕구’와 ‘인간적 욕망’을 구분해야 한다.
동물적 욕구란 어떤 대상과 관계 맺는 것으로 충족되는 갈망이다. 예를 들어 배고프면 > 먹으면 해결된다. 그야말로 ‘욕구’다.
근데 욕구가 원래 이런 거 아닌가? 그래서 인간적 욕구를 알아봐야 한다.
인간적 욕구란 결핍이 충족됨에도 해결되지 않는 갈망이다. 뭔 소리인가 싶은데, 아래의 예시를 보면 감이 올 것이다.
나는 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어떤 단체에 기부를 했다. 충족되는가? 아니. 기부 한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기부하는 나’를 알아봐줬으면 한다.
이것이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의 의미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적 욕망은 이렇게 ‘타자’의 존재 하에 기능할 수 있다.
자, 그럼 다시 동물적 욕구를 보자. 동물적 욕구에도 타자가 필요한가?
아니.
동물적 욕구는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화’란 ‘타자’ 즉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상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왜 작가가 ‘서브컬쳐’를 설명할 때 굳이 ‘동물화한다’고 표현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서브컬처는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없이 기능하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4.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포스트모던 > 중심을 잃고 파편화된 시뮬라르크의 모음집으로서의 서브컬처
동물화 > 커뮤니케이션(타자)이 배제됨에도 기능이 가능한 소비재로서의 서브컬처
이런 서브컬처가 생산되는 일본, 그 일본의 문화 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꽤 재미있는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대충 소개했는데, 포스트모던이나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뭐라고 더 중얼거리고 싶은데, 잠이 와서 이만.
커뮤니케이션 없는 소비자.. 보편성이 있는거 같은데 재밌을거 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