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새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대표작들 중 하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러 만화 거장들의 인터뷰를 보고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어 찾아보게 되었을텐데 난 제법 만화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많이 봤는데도 불새를 보고 이런 느낌의 작품을 다른 만화가들이 그리는 걸 못 봄.. 동시에 왜 만화가들의 만화가인지 알게 됨. 이 사람이 만화에 대한 어떤 틀을 전부 공사해놔서 현재 일본의 만화시장이란 게 생긴듯. 에반게리온 이전에 나가이 고의 데빌맨이 있었다면 데빌맨 이전엔 불새가 있었다고 봐야할 듯


2. 내일의 죠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레전드가 되었지만 스포츠-심지어 격투라는 소재로 작품을 진행하는데도 이건 소년만화로서 분류가 어렵고 내용도 상당히 정적이고 고즈넉하다. 오래된 만화 특유의 작화나 액션에 전혀 적합하지 못 한데도 이 만화가 권투만화의 고트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권투'가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 둘 다 혼을 갈아 넣어서 연재했고 마지막 장면은 그들 또한 모든걸 불태워버린 상태가 되었다. 많은 격투물들에서 나오는 근성론 또한 이 작품에서 파생이 되었을테지만 이 만화는 인생을 좀 더 겪은 뒤 다시 봤을 때는 근성이 아닌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된다


3. 란마 1/2

액션+ 러브 코미디. 기본적으로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80년대에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지만 그 창시자는 타카하시 루미코라고 생각함. 초창기에 나온 판타지 러브 코미디인 시끌별녀석들이나 리얼리즘 러브 코미디인 메종일각도 좋았고 타카하시 루미코의 가장 큰 특징과 장점이 두드러진 건 란마 1/2임. 신선한 설정과 '캐릭터'가 극안에서 알아서들 잘 놀고 케미를 만들어주는.. 스토리나 서사 따위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 이런거구나 느끼는 작품.


4. 터치

만화를 영화처럼 만들면 이렇게 된다. 대사 풍선에서 작품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는 게 아니라 컷의 전환 연출, 시선, 사물의 클로즈업으로 극의 서사를 쌓고 작품속 분위기를 묘사하는 게 압권임. 몇몇 장면은 시리즈물이나 영화에서 그대로 차용해서 연출했다. 적어도 아다치 미츠루의 이런 만화적 연출들 덕분에 만화의 한계점은 더욱 높아졌을 듯. 그런데 이런 걸 다 떠나서 만화 자체가 로-코의 정석이다. 걍 순수 재미가 고트급이라 여전히 화자되는 듯 살면서 5회 이상은 읽었다.


5. 총몽

만화나 애니 ova에 90년대 시절은 이런 세기말적이고 파괴된 미래가 배경인 작품들이 엄청 많은데 그중 으뜸은 당연히 총몽이 아닐까 싶다. 여러 작품이 탑9에 들었지만 일부러 장르별로 최대한 다양하게 넣었는데 총몽은 포기할 수 없었다. 상당히 독창적이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면도 있고 80년대 미국 SF영화의 영향도 많이 받은 거 같다. 아무래도 작화에 대한 이야길 해야할 거 같은데 SF-디스토피아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야 많지만 이 작품은 극화체를 적극적으로 디스토피아의 묘사를 하면서도 만화적 연출을 적절히 섞어서 뚜렷한 개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모험활극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음.. 실사 영화가 기대 이하로 나온 게 상당히 아쉬웠다.


6. 오늘부터 우리는

일본 만화에 있어서 '학원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인데 내가 본 학원물은 언제 다시봐도 좋았던 건 이 작품 뿐이었다. 니시모리 히로유키는 지금 이 top9에 열거한 다른 '거장'들과는 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작품만큼은 다신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니시모리도 이 작품과 비슷한 만화를 셀프복제로 몇 만들었지만 이 정도로 재밌진 않았고 이 작품을 오마쥬한 다른 코믹 학원물들도 이걸 따라갈 수 없었다. 쇼와 시대이자 도쿄란 대도시가 아닌 치바현이란 배경이 주는 특이점 때문일 것인데 이 만화에서 나오는 개그 코드들은 지금봐도 여전히 생명력이 있다. 


7. 기생수

굳이 내가 말을 더 얹지 않아도 충분한 명작. 솔직히 이아와키 히토시의 그림체는 호불호가 있는 영역이고 기본적으로 역동적이 움직임에 대한 묘사가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부분의 연출력, 감성들은 때때로 이노우에 다케히코를 능가할 때가 있다. 데즈카 오사무의 후예들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독창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가 보여주는 만화에서의 철학적 관점을 가장 현대로 잘 이식했던 작가가 아니었나 싶다. 다른 작품들은 멋부리기나 겉햩기에서만 머무린 경우가 많았으므로..


8. 요츠바랑!

삶이란 게 꼭 드라마적인 일들이 벌어져야만 흥미로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화 안에서 그게 표현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상물'이야 많고 많지만 이 작품 특유의 온기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거 같다. 그런데 왜케 신간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9. 신부 이야기

만화계의 장인정신.. 모리 카오루는 작화의 신이다. 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론 역시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읽어본 사람들은 전부 알 것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봤을 때 이 만화도 곧 연재가 종료될 것이 자명한데 제발 마지막 엔딩이 해피엔딩이길 기원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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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에 들지 못 한 명작들 - 베가본드, 슬램덩크, 드래곤볼, 바나나피쉬, 블루자이언트, 소용돌이, 3x3아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