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시인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러시아 상징주의를 이끌었던 대머리 흑마법사 안드레이 벨르이죠.





그 당시 문학계는 수학이야말로 마법, 주술이자 사악함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였습니다.


안드레이 벨르이,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인생이라는 가장 큰 변수마저 간악한 마법을 이용해 규명하려 합니다.







이제 갈때까지 간 그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의 한 손에는 논리 다른 손엔 객관성을 이용해


마치 사냥감을 찾는 사냥꾼처럼 문학이라는 세계에서 어슬렁거립니다.


그리고 벨르이는 그의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러시아 시들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난 좀 다르게 본다




난 운율이 빠져있는데 본다.




벨르이는 러시아 시안에서도 약강 4보격이라는 곳에 포진해 있는 운율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점차 시 속 운율 그 자체보다는 그 시안에 운율이 빠져있는 곳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지피티마냥 높은 수준의 자료 수집과 객관성에 기초한 분석을 통해 러시아 작가 고유의 스타일과 시대성을 이 비어있음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응애 나 애기코프! 벨르이 오니짱 다이스키!



안타깝게도 나보코프는 이러한 흑마법사 빡빡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를 토양삼아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시작이니...




사탕 줄테니까 아저씨랑 같이 놀래? 흐흐



이번에는 프랑스 대머리 작가의 마수가 애기코프의 머리카락털을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기코프 옆에는 이미 사탕때문에 아일랜드에서까지 온 청년 조이스가 있었지요...


안돼 애기코프! 그의 마법에 현혹되지마!









요래 됐습니다!



결국 마개조당한 나비코프는 역시나 벨르이와 플로베르같이 이상한 대머리 작가가 되어있었고


그 역시 그를 키운 수많은 마법사들의 가스라이팅 여파로 간악한 술책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아테네의 타이몬, 로버트 프로스트 시,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셜록 홈즈, 사무엘 존슨,


괴테의 마왕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랑수와 라블레의 작품 다수


사뮈엘 콜리지의 쿠블라 칸


윌리엄 워즈워스의 와이 강


월터 스콧의 호수의 여인


장 드 라퐁텐의 개미와 베짱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벤 채프먼...?


골키퍼 레프 야신(?)




아... 안돼!



수많은 문학적 직물을 짜서 기어코 주문을 걸 준비가 된 나비는 여기서 그가 기억하는 안드레이 벨르이와 귀스타브 플로베르를 소환합니다.




EXPECTO PATRONUM!




잠깐... 여기서 장면을 잠시 멈추고 부연설명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벨르이 영향의 경우, 창백한 불꽃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그의 이론이 구체화된 형태로 나옵니다


우선 이를 알기 위해서는 나보코프의 또 다른 반역 즉 예브게니 오네긴을 설명해야합니다


여기서 나보코프는 방대한 주석으로 러시아 운율과 영어 운율을 이야기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그가 만들어낸 용어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스커드(Scud)입니다.


독붕이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뭔데 이 쓉덕아


아님말고


이 스커드는 약강 5보격이라는 운율 틀안에서 비어있는 운율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분명한 정확히 벨르이의 영향이죠 물론 나보코프가 정식으로 개념화하긴 했지만요.


사실 나보코프는 이미 러시아 시절 시를 지었을 때 이 스커드를 이용해 큰곰자리까지 구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이미 어렸을 적부터 그가 벨르이에게 마개조당하고 있었다는 증거밖에는 더 안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프랑스 대머리 아저씨의 영향의 경우


그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보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나보코프는 플로베르의 특성 중에서 무엇보다 대위법에 집중합니다


그는 농업 박람회의 장면이 문학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위법의 최상급의 예가 나타난다고 보았지요


로돌프와 엠마의 대사만 따로 놓고 읽는다면 그저 아름답고 설레는 로맨스가 따로 없지만


농업 박람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대사들이 서로 상충하고 부딪히며 기묘한 조화가 벌어지는 것 말입니다


이를 통해 결국 플로베르는 문학 사상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라고 나보코프가 생각한 것입니다


조이스 역시 이를 읽으며 영향을 받았다고 나보코프는 주장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조이스는 대위법을 동기화라는 새로운 작업을 완료했다고 설명하지요...


등장인물들의 동일한 행동을 계속해서 집요하게 보여줘서 같은 시간대, 똑같은 사건이 이렇게 다르게 묘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자 여기까지 다시 나비의 주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EXPECTO PATRONUM!




자 잠깐 다시 여기서 나비코프가 소환한 이 마법사들이 어디서 활약하는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창백한 불꽃 115행에서부터 125행 사이에는 사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스커드가 사용되기 때문이죠


찰스 킨보트에 따르면 그라두스는 왕을 죽이기 위해 젬블라를 떠납니다


그런데 그라두스가 젬블라에서 막 떠날 무렵 존 셰이드 즉 시인은 바로 이 구절을 적고 있었다고 말하죠




115 And there's the wall of sound: the nightly wall(그리고 소리의 벽이 있다. 가을에 우는)


116 Raised by a trillion crickets in the fall.(무수한 귀뚜라미가 쌓아올린 밤의 벽.)


117 Impenetrable! Halfway up the hill(난공불락! 나는 언덕 중턱에서)


118 I'd pause in thrall of their delirious trill.(귀뚜라미의 광적인 울음소리에 사로잡혀 잠시 멈춘다.)


119 That's Dr. Sutton's light. That's the Great Bear.(저것은 서턴 박사네 불빛. 저것은 큰곰자리.)


120 A thousand years ago five minutes were(천 년 전에는 5분이)


121 Equal to forty ounces of fine sand.(고운 모레 40온스와 같았지.)


122 Outstare the stars. Infinite foretime and(별과의 눈싸움. 무한한 과거와)


123 Infinite aftertime: above your head(무한한 미래. 그대 머리 위에서)


124 They close like giant wings, and you are dead.(그 두 시간이 거대한 날개처럼 포개지면, 그대는 죽는다.) (창백한 불꽃 제1편 115행~125행, 45쪽)




이걸 시각적으로 구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강세가 막혀있는 스커드를 점으로 찍으면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데 뭔가 에스컬레이터가 보이죠?


놀랍게도 킨보트는 그라두스가 약강 5보격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까지 언급합니다




우리는 아득히 먼 젬블라를 떠나 푸른 애팔래치아까지 나아가는 그라두스를 끊임없이 염두에 두면서 시 전편을 통해 따라갈 것이다. 그는 시의 리듬이 만드는 길을 따라 어떤 각운은 타고 지나가고, 휴지 없이 다음 행으로 이어지는 시행의 끝부분에서는 미끄러지듯 돌아가고, 행간의 휴지부에서는 함께 숨을 고르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가듯 한 행 한 행 타고 내려가다 하단에서는 폴짝 뛰어내린다. 또 두 단어(596행 주석 참조) 사이에 숨기도 하고, 새로운 편이 시작되는 지평선에 다시 나타나 약강격 율동으로 일정하게 행진해 다가와 길을 건너고, 여행가방을 든 채 5보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이동하다 뛰어내려 새로운 생각의 열차를 타고, 호텔 로비로 들어가 셰이드가 단어 하나를 지우는 동안 침대 등을 끄고, 시인이 그날 밤의 작업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으면 잠든다. (창백한 불꽃 18행 주석, 101쪽)




존 셰이드가 이 구절을 쓰던 날(7월 4일), 총잡이 그라두스는 두 반구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다니기 위해 젬블라를 떠날 준비를 했다(181행 주석 참조). (창백한 불꽃 120-121행 주석, 150쪽)




바로 벨르이의 영향이 이 먼 젬블라 땅까지 퍼져버리게 된것입니다...


제가 설명한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도 느끼셨겠지만...


사실 벨르이는 한국인들은 볼 수 없습니다...


니가 선택한 한국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하지만 플로베르의 영향은 그대로 살아있으니 너무 낙심하지는 마십시오


그래서 나보코프가 플로베르가 만들어낸 눈부신 대위법의 활용은 어디서 하느냐?


바로 작품 그 자체가 대위법의 구성입니다


이해가 안되신다고요?


다시 한번 작품 속으로 가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책장을 앞뒤로 넘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시 본문이 실린 부분을 잘라 묶어두거나, 그보다 간단하게 아예 책을 두 권 사서 편한 테이블 위에 나란히 펴놓고 보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창백한 불꽃 머리말, 35쪽)




이 창백한 불꽃의 간악한 작가는 아예 책을 두 권 사거나 밑줄도 못 긋는 독붕이들에게 책을 찢어서 읽으라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두가지 서로 상충하는 모티프들을 겹쳐서 보는 것?


어? 이거 음악의 대위법적 구성 아닙니까?


이게 바로 작품 그 자체가 대위법적 구성을 성취하고 있다고 하는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뿐만 아니라 창백한 불꽃을 읽다보면 작품 내적으로도 대위법적 구성이 잘 드러납니다


일례로 찰스 킨보트와 존 셰이드는 이상하리만큼 대위법적 구성에 진심이죠


킨보트는 계속해서 그라두스, 자신 그리고 셰이드를 겹쳐서 서술하고


셰이드의 시는 제3편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시면 압니다




이렇듯 나보코프는 이 두 거장의 영향력을 마음껏 누리며 한 쪽은 기법으로 다른 한쪽은 구조를 통해 작품을 구축해나갑니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가 뭔데 이 씹덕아


현실을 살아


라고 물으신다면...













































































































喝!!!!!!!!




수능의 폐해가 아직도!


한국의 독자들은 작가 술래잡기만 하는 그런 독해만 하는 것인가?


파편적으로 그리고 단편적으로 주어지는 단어가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못깨닫는거냐?


내가 평생을 믿어왔던 신념이 겨우 오타 하나때문에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꼈냐 이 말이야!


그럴때 오히려 낙담하기보다 새로운 의미 체계가 만들어지는 그 발견의 미학을 아직도 못 깨닫는거냐 네이놈!!!!




느리구나... 깨닫는 것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