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주의: 스토리 묘사를 하진 않았지만 이 글은
개인적인 체험, 깊은 강, 침묵 세 권의 책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를 담고 있음.
깊은 강과 침묵을 완독함.
이 두 권의 책을 읽기전에 나는
오에 겐자부로 선생의 개인적인 체험을 읽었는데,
오에 선생님을 투영한 작중 인물의 처절한 경험이
무언가 영성적인 것으로 해결되기를 은연중에 바란것 같음.
개인적인 체험에서
주인공은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을 위해 나아가다가 불현듯 되돌아 나와 아이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
이 커다란 전환에는 설득력있는 특정한 사건이나 깨달음 같은 것은 없었음.
서사적으로는 설득력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분명한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 더 현실과 가깝다는 생각을
최근에 나는 하고 있음.
개인적인 체험을 덮은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암으로 인해 종말 선고를 받은 한 개그맨이
벤펜다졸이라고 하는 개 구충제에 희망을 걸고 복약하던 것이 생각이 났음.
동물용 구충제는 그 개그맨의 수명을 연장시키지 못했고,
죽음의 예감 앞에서 그는 공포에 무너져 우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흉폭함을 만나면
희망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것 같음.
죽음이라는 필연을 앞에 둔 수 많은 인간들에게 종교는
그 공포를 감경해 주었던 공훈이 있다고 생각해 왔음.
종잡을 수 없는 운명의 횡포 앞에 내던저져
참담하게 고통에 시달렸던 오에 선생님의 작중 인물을 보며
나는 종교적인 무엇인가 가 그를 구해주길 원했나 봄.
이런 암묵적인 바람이 깊은 강을 뽑아 들게 만들었고, 깊은 강을 완독한 후
곧바로 침묵을 읽을 수 밖에 없었음.
작가가 본인의 관에 함께 수납할 책으로 두 권을 택했다고 하는데
나는 어렴풋하게 나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느낌임.
침묵을 통해 제기된 문제 의식이
깊은 강에서 어느 정도 자문자답의 형태로 답이 내려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하는데 아마 오독일 가능성이 높을 것임.
작가는 비문에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도 푸르릅니다." 라고 썻음.
일평생 신을 믿은 신자로서, 그리고 오랜 시간 병으로 투병했던 환자로서
그리고 타인인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개인의 이유 속에서
엔도 선생님은 신의 침묵에 대해 의문을 생애 내내 가졌을 거라고 추측함.
그 문제 의식과 잠정적인 해답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 침묵일 것이고
본인이 평생 사로잡혔을 문제 의식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 깊은 강이라고
오독이든 뭐든 나는 읽었음.
종교는 오랜 시간 동안 타인에게 강요를 했던 원죄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원형에는 그 후세의 인간을 그토록 광신적이도록 만든
고결하고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있다고 나는 느낌.
그것을 빛이나 영성적인 무엇이라고 한다면
엔도 슈사쿠는 문장을 통해서 그 빛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였고,
신을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빛은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 것 같음.
이런 소설이 흔치 않기에, 종교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음.
깊은 강은 15년만에 읽으니 작품으로서는 별롣더라 인물 문장 너무 진부하고 자의식적 과잉임. 그래도 추천하고픈 책인건 맞아.
깊은 강 읽고 느낀건데 나는 작가가 말한 두 가지 인물중에라면 인도에 다시는 안 올 인물이라는걸 깨달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