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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권에서 시작해 7권까지 형상(또는 이데아)을 인식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교육 방법으로 다섯 가지의 과목과 변증술적 논법에 대해 논했습니다. 8권에서는 다시 본격적인 정치 철학으로 돌아와서, 5권 도입부에 언급했던 혼의 좋지 않은 네 가지 형태와 이것과 대응하는 네 가지의 정치 체제를 탐구합니다. 최선자의 체제는 4권에서 건설을 완료했고 5~7권에는 최선자, 즉 철학자 왕을 교육하는 것을 이야기했었습니다. 8권에서는 최선자의 체제가 어떻게 변질되는지 탐구합니다. 

특이할 사항으로, 앞에서 철학자가 되는 과정을 인식의 상승에 의한 것으로 언급하며 선분의 비유와 동굴의 비유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8권에서 제시되는 체제들은 인식의 단계가 지성(noesis)에서 상상(eikasia)으로 추락하는 것과 대응합니다. 이 점을 유의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각각의 체제와 이에 대응하는 인간 유형을 비교할 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빗대서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1.서광사의 박종현 선생님 판본을 읽고 요약한 내용입니다.

2.부족한 제 실력 탓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3.원전을 읽어보시고 직접 논의를 따라가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본론>

1. 서론: 최선자 정체의 변질과 타락의 시작

5권 도입부에서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경영과 혼의 상태에 대해 좋지 않은 네 가지 유형을 설명하고자 했었으나 여성 공유 문제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아서 중지했었다. 7권까지 최선자의 국가(kallipolis)와 철인 치자를 이야기하고, 8권에 이르러 다시 5권에서 못다 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소크라테스는 각각의 체제가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이야기하는데, 이 과정은 인식(episteme)과 앎(noesis)을 추구하던 단계에서 감각(doxa)적인 것을 추구하다가 마침내 상상(eikasia)으로 현상을 다루는 단계로 추락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철인 치자에 의한 최선자의 체제는 교육과 양육, 역할 분담, 우생학적 선별을 통해 유지될 것이었다. 하지만 선별의 실수와 그렇게 생겨난 부적합자에 의해 체제가 변질되어 갈 것이다. 그렇게 생겨나는 체제는 명예 지배 체제, 과두 체제, 민주 체제, 그리고 참주 체제이다.


2. 명예 지배 체제(Timokratia): 지혜 대신 승리를 탐하다

명예 지배 체제(Timokratia)의 경우, 최선자의 체제와 과두 체제가 혼합된 성향을 보일 것이다. 수학적 계산으로 산출된 출생일에서 벗어나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에게 받은 수호자의 자질을 갖지 못할 것이고 그 수가 증가하면 철인 치자의 성분을 갖는 금과 은의 사람과 세속적인 성분을 갖는 청동의 사람으로 나뉘어 내분이 발생할 것이다. 이들은 체육과 전쟁에 힘쓰면서도 학문은 멀리하여 결과적으로 더 이상 지혜를 추구하지 않고 승리와 명예를 추구할 것이다. 또한 은밀히 재산을 축적하고 쾌락을 탐닉할 것이다. 이런 체제의 사람은 훌륭한 아버지에게서 자랐으나 속세의 분쟁을 피하기만 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것에 치중하는 것에 불만을 느낀 아들과 같을 것이다. 지혜의 추구에서 물질적 추구에 가까워지므로, 선분의 비유에서 인식의 단계 상 추론적 사고(dianoia)에서 믿음(pistis)의 단계 사이에 걸친 상태에 있다. 
  

3. 과두 체제(Oligarchia): 재산이 지배하는 두 개의 국가

과두 체제(Oligarchia)는 부유한 자만이 통치에 참여하는 체제로 물욕을 극한까지 키운 체제이다. 보유한 재산의 규모가 기준에 미달하면 관직에 관여하지 못하므로 진정 관리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무능하지만 부유한 자들이 관리가 될 것이다. 또 부자들은 언제나 소수일 것이지만 가난한 자들은 다수여서, 마치 한 국가 속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 나머지 과두 체제의 통치자들은 반란이 두려워서 자국민으로 구성된 군대를 통솔하지 못하고 용병에 의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부자들에게 착취당한 자들 중 일부(통칭 ‘수벌’)는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이 되어 혼란을 조장할 것이다. 이런 체제는 마치 아버지가 무고당해 재산을 전부 상실하고 처벌을 받아 몰락한 것을 목격해서, 자신은 재산의 축적을 일생의 목적으로 삼는 아들과 같을 것이다. 이 체제는 오직 물질만 추구하므로 더이상 이성과 가까워질 수 없는 믿음(pistis)의 단계에 위치해 있다. 


4. 민주 체제(Demokratia): 극단적 자유가 낳은 화려한 혼란과 새로운 예속을 향한 활기찬 출발
  
민주 체제(Demokratia)는 과두 체제에서 착취당하던 가난한 자들 중 강한 분노를 통해 혁명을 일으킨 자들로 성립할 것이다. 이들은 평등을 주장하며 대체로 관직을 추첨으로 부여할 것이다. 민주 체제는 평등과 자유를 중시하므로 온갖 체제에서 볼 법한 인물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성상 민주 체제는 가장 아름다운 것(poikilos)처럼 보일 수 있고, 이런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제멋대로 살며 즐거움만을 추구할 것이다. 이성에 따른 절제와 학문 활동은 등한시되고, 감각적 즐거움만 추구하며, 법률과 통치에 순종하는 것을 부정하면서도, 모순적으로는 선동의 자질을 가진 자들(수벌)을 추종하며 부자를 과두 체제 지지자로 규정해 부자의 재산을 빼앗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다. 즉 극단적인 자유의 허용이 극단적인 혼란을 초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속이 될 것이다. 민주 체제는 본격적으로 선동을 통해 군중이 형성되므로 믿음(pistis)과 상상(eikasia)의 사이에 놓인다. 


5. 참주 체제(Tyrannis): 자유의 과잉이 초래한 최악의 예속, 이성의 패배
  
참주 체제(Tyrannis)는 민주 체제에서 박해받은 자가 복수를 달성해 이루어진다. 참주들은 민주 체제의 사람들이 통치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재산을 모으길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자유롭게 살도록 두고 국고를 개방해 재물을 나누지만, 전쟁을 계속 일으켜서 통치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전쟁에 수반되는 비용을 세금으로 징수해 민중을 가난하게 만든다. 참주는 착취당했던 경험에 근거해서 자신처럼 분쟁을 일으킬 세력(수벌)을 전부 제거하고 거액으로 친위대를 고용해서, 국가 전체가 멸망하거나 참주의 체제를 억지로 수용할 때까지 감시와 숙청을 반복할 것이다. 이 단계는 공포라는 환영(eikon)에 의해 지배되므로 상상(eikasia)의 단계에 머물러 벗어날 수 없다. 참주는 마치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는 나쁜 부양자 같은 아들로, 친부 살해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민주 체제의 민중이 구속 없는 체제를 희망하다가 참주 체제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노예로 만드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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