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최근 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한민국이 단종앓이를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삼촌의 권력욕에 의해 희생된 어린 왕의 이야기는 이전에도 한국인들의 마음을 잘 건드리는 소재였기 때문에 단종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로 각색된 바 있다.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이러한 단종 이야기의 시초라 볼 수 있는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고명편은 한명회가 수양대군에게 접근해 계유정난이 일어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 2부 충의편은 단종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수양대군을 왕으로 세우려는 사람들 간의 대립을 다루고 있고, 3부 혈루편은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에서 귀양 생활을 하다 죽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유심하게 봐야 할 인물은 바로 한명회인데, 그는 비호감 외모를 가진 대신 꾀와 음모에 능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지금까지 단종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사극에서 한명회가 특이한 외모를 가진 것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역사에 따르면 한명회는 기골이 장대했다고 한다.



<왕사남>에서 유지태 배우가 분한 한명회의 모습이 실제 역사와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에는 계유정난의 최종 흑막이 한명회인지라 이광수가 그를 카리스마 있는 빌런보단 비호감 악한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렇게 설정한 듯 하다.



또 주목해야 할 인물은 수양대군이다. 이 소설의 수양대군은 다층적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그에겐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있으나, 왕위에 오르고 싶을 정도는 아니며 목표 달성을 위해 형제인 안평대군이나 사촌인 단종을 죽여야 한다는 부하의 말을 듣고 주저하고 고뇌한다. 동시에 내시 두 명이 자기 앞에서 소신발언을 계속 하니 단종 바로 앞에서 그 둘을 베어 죽이고, 나중에 사육신은 멕시코 카르텔들이 하는 양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등 그에게는 잔혹한 면과 유약한 면이 공존하고 있다.


수양대군과 다르게 정말 악의와 권력욕으로만 가득 찬 캐릭터는 한명회다. 수양대군이 상주가 되어야 한다고 꼬시고, 김종서나 황보 인 등 주의할 인물들의 살생부를 가지고 다니며 한 명 한 명씩 잔혹하게 죽이게끔 하는 것이 한명회다.

그는 2부 그리고 3부에서는 직접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또한 최종 흑막스러운 그의 캐릭터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부에 묘사되는 성삼문과 박팽년 등 사육신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단종은 폐위되고 귀양을 가게 된다. 나머지는 역사에 나오는 대로다. 금성대군의 계획은 실패하고 단종은 사형받기 전 그를 따르는 공생 한 사람에 의해 교살당해 죽는다. 이후 영월 호장 엄흥도가 몰래 시체를 건지어 어머니를 위하여 짜 두었던 관에 넣어 부중에서 북으로 오 리 되는 곳에 평토장을 하고 돌을 얹어 표하여 두었다는 말로 이 소설은 끝난다.


잘 만든 사극을 한 편 본 것 같다. 이광수의 다른 역사소설도 이 정도만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