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번역)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라일락과 장미 - 루이 아라공 詩
· 시 하나 번역해 봤음
· 검은 5월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한 사람이 창문 아래를 지나면서 노래한다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엘자의 눈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찬가(讚歌)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세(C) 다리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장미와 물푸레나무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노래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사랑과 입맞춤의 다가옴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거울 앞의 엘자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무곡(舞曲)-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가브리엘 페리*의 전설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케-오-플뢰르¹의 노래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 루이 아라공 詩
· 셰익스피어, <리처드 2세>
· 번역) 어느 살해당한 소녀에 대하여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시인이 당(黨)에게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시작법(詩作法)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그림자를 위한 십자가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루이 아라공 - 말뿐이 아닌 사랑
· 번역) 내일을 위하여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인생은 고통스러워도 살 가치가 있다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푸가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미래의 시가(詩歌)*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중대 결정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시편(詩篇)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향기로운 공기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순진무구한 목요일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샤워를 위한 노래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엘자의 손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새들 - 루이 아라공 詩
· 번역) 엘자를 향한 찬가 - 루이 아라공 詩

우리 발 아래 프랑스는 마치 닳아빠진 옷감과도 같아
한 발짝 한 발짝 버림당한 걸음을 우리는 걷는다

죽은 자들이 해초와 뒤섞인 바다에서
뒤집힌 배들은 주교가 쓴 모자와 닮았다

하늘과 바다 가장자리에 늘어선 십만 개의 야영지들
하늘을 향해 말로* 해변으로 이어진다

썩은 말 시체가 널브러진 저녁에
짐승들이 이동하는 발 구르는 소리처럼 울려온다

건널목에서 줄무늬쳐진 차단기가 올라간다
우리들의 심장은 다시 너덜너덜해진다

십만 개 존 왕**의 심장을 때리는 사랑은
언제까지 입 다문 채로 남아있을 터인가

오 성 세바스티안***이여 상처투성이 인생이여
그대는 나를 닮았는가 나를 닮았는가

분명히 제 상처를 언제나 자기 가슴보다
더 아낀 자들만이 내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나 외치리라 내가 입에 올린 그 사랑을
꽃들이 전화(戰火)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밤에

나 외치리라 나 외치리라 불타오르는 마을에
몽유병자들이 지붕 위에서 넘어질 만큼

나 외치리라 곧 다가올 아침처럼
칼이 칼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칼갈이처럼

나 외치리라 나 외치리라 내 사랑하는 눈아
그대는 너는 내 종달새이자 갈매기로다

나 외치리라 나 외치리라 포탄보다도 세게
상처입은 자보다도 취한 자보다도 굳세게

나 외치리라 나 외치리라 네 입술은 유리잔과 같아
붉은 포도주와 같이 기나긴 사랑에 취했도다

너의 팔에 묶인 덩굴이 날 이 세계에 묶어둔다
죽은 자를 잊고서 나는 죽을 수 없다

승선한 자들의 눈빛을 나는 기억한다
누가 감히 됭케르크에서의 사랑을 잊을 수 있겠는가

쏘아올린 조명탄에 나는 잠에 들지 못한다
누가 감히 취하게 만드는 술을 잊을 수 있겠는가

제 몸에 맞는 참호를 병사들이 판다
마치 무덤 속 혼령이 되는 것과 같도다

바위처럼 굳은 얼굴 미쳐버린 모습
언제나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잠자리에 든다

봄날의 향기를 모래는 모르고
북쪽 사구(砂丘)에서 5월****은 죽음을 맞는다

* Plage de Malo-les-Bains. 프랑스 북해에 접한 해안으로 됭케르크에 위치해 있다.

** 잉글랜드의 존 왕(John Lackland, 1166~1266). 이른바 실지왕(失地王)으로 무능하여 선대에 걸쳐 이어온 잉글랜드의 넓은 영토를 날려먹은 왕으로 유명하다.

*** Saint Sébastien(?~287). 가톨릭교회의 성인. 로마 황제의 근위대원 출신이었으나 기독교도임이 드러나자 온몸에 화살을 맞는 형벌을 받았으나 치료를 받은 뒤 황제를 비판하자 몽둥이에 맞아 순교한다.

**** 이 시의 배경인 1940년 5월은 독일군이 프랑스 침공을 개시하면서 동시에 승기를 잡은 해이다.

저자 루이 아라공은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그해 징집되어 1940년 제3경기갑사단 의무 소대장을 맡아 벨기에 전선에 참전하나, 전세가 밀리자 됭케르크 해안으로 후퇴하여 영국군 구축함에 승선하여 탈출한다. 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동명의 영화 배경에 실제 있었던 인물.
부대는 다시 프랑스 브레스트에 이르러 재상륙하여 전투를 이어가지만 이미 파리가 독일군에게 함락되고 사단 병력은 무장해제당한다. 그럼에도 이 전투에서 분투한 공로로 아라공은 무공 메달과 십자무공 훈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