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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을 소개한다




벤허.



아마도 대다수는 이 제목을 들으면 원작 소설보다는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 의해 제작된 찰턴 헤스턴 주연의 명작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영화였고, 특히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이는 영화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1959년작 벤허 영화는 원작 소설을 초월했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연출과 전개, 그리고 놀라운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이뤄낸 놀라운 업적인 아카데미 11개 부문 수상을 제외하고서도 이 영화는 찬사를 받을 점이 많다.



원작에서의 아쉬운 점인, 히로인인 에스더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능동적 여성상으로 각색한 점,


평면적인 악역이었던 원작과 달리 메살라와 벤허의 우정을 부각한 점 등 호평할 점이 많다.



주인공 벤허의 일대기인 모험 소설이자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 소설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는 원작과 다르게


이야기적 군살을 깔끔히 발라낸 영화는 완성도 측면에서 원작보다 낫다는 평을 주기 충분하다.




















특히나 작품의 클라이맥스인 전차 경주 장면의 액션은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액션을 보여주었다.


지금 보아도 충분히 감탄스러울 만한 이 격정적인 액션 장면이 당대에는 얼마나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이 글 내내 영화의 대단한 점을 말하고 싶지만,


이 리뷰는 영화 리뷰가 아니라 소설 리뷰이므로 이만 줄이겠다.





















그렇다면 원작 소설은 영화 발사대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물론 그렇진 않다.



미국의 작가 루 월리스(1827–1905)가 집필한 이 소설은 당대 평론가들에게는 평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작품의 장르적 재미에는 충실해서 훗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출간되기까지 50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것만 보아도 영화 발사대의 취급을 받을 작품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작품의 집필 동기인 종교적 메시지에도 충실해서, 기독교인인 필자에게는 나름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주었다.































2. 그래서 무슨 내용인데?



이 작품의 주된 서사는 복수이다.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의 귀족 청년 벤허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로마인 메살라와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유대의 귀족으로, 친구인 메살라는 로마의 천인대장이 되어서.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알겠지만 당시의 유대는 로마의 입장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지배지였고―


이는 유일신 야훼를 섬기는 유대의 종교적 특성에서 기인한다―이곳의 주둔하게 된 친구 메살라 또한 같은 고민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메살라가 정복지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떠올린 방책은 유대의 유력자인 벤허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지만,


동포들을 배반할 수 없던 벤허는 이를 거절하며 둘의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얼마 후 새롭게 부임한 로마의 유대 총독 그라투스가 벤허의 집 앞을 지나던 중 우연히 떨어진 기왓장이 총독에게 떨어져 총독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하고,


이를 본 메살라는 총독 암살 혐의로 친구인 벤허를 체포한다.



벤허는 자존심조차 내버린 채 친구인 메살라에게 오해라며, 적어도 가족만은 봐달라 애원하지만 벤허와 의절한 메살라는 그 청을 거절하고,


벤허를 갤리선의 노예로 보내버리고 가족들조차 끌고 가 감금시킨다.





친구의 배신.


흔한 복수물의 도입부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응당 이 다음에 올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락에 떨어진 주인공은 기연을 얻게 되어 자신을 배신한 친구에게 복수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 소설의 전개도 그와 같다.













갤리선의 노예로 끌려간 벤허는 해적의 습격으로부터 함대의 대장인 퀸투스 아리우스를 구해내게 되고,


훗날 집정관 자리에까지 오르는 그의 양자가 되어 로마의 귀족이 된다.



기연을 얻어 막대한 유산과 능력을 얻은 벤허는 한때 친구였던 원수, 메살라에게 복수를 감행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인공 벤허는 단순한 복수를 감행하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스포츠였던 전차 경주, 벤허는 메살라가 전차 경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들어 그를 이끌어내고,


메살라를 바로 그곳에서 패배시켜 그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이것이 소설판과 영화판 <벤허>가 공유하는 줄거리이다.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인상 깊게 묘사된 전차 경주. 이 작품의 백미이자 클라이맥스다.





















3. 소설에 대한 말, 말, 말...


그러나 영화판을 먼저 보고서, 혹은 줄거리를 대략 알고서 이 작품을 처음 펼치는 독자들은 당황하게 될 것이다.


작품의 시작을 여는 건 벤허가 아니다. 메살라도 아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지하기 위해 온 세 동방박사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부제가 '그리스도 이야기' 인 이유이며,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사건의 시작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벤허의 일대기인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이다.


작품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드러내며 시작되며,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러니까 <벤허>는 그리스도의 공생애 중에 살아가던 한 유대 청년의 삶과 복수를 통해 그리스도를 엿보여 비추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작품 속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는 단순히 배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벤허가 죽어갈 때 물을 준 것은 예수 그리스도였고,


작품의 가장 마지막에 그야말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벤허의 가족들을 구해낸 것 또한 예수 그리스도였다.


또한 복수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래서 이제 뭐함?'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인간사에 있어 가장 큰 마침표인 복수를 이뤄낸 벤허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이다.


벤허는 처음에 그분을 유대의 왕으로 만들려 했고, 그분이 죽고 나서는 그가 인간의 왕이 아닌 하나님의 아들임을 깨닫는다.



영화판 역시 훌륭히 이런 점을 살려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이 그리스도교인이라면 나는 영화뿐 아니라 이 작품을 읽는 것을 추천할 것이다.


원작에는 벤허 자체에 초점을 맞춘 영화판과는 달리 소설만이 주는 메시지가 존재하고, 그것에 담긴 영성적 의미가 있다.


































4. 세줄 요약



그리스도의 탄생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자 복수물.


원작은 영화판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재밌음.


기독교인이라면(만약 가톨릭이더라도) 매우 강추.


































다 읽었으면 열심히 썼으니까 개추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