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를 좋아한 영화감독들







영화의 신


스탠리 큐브릭




물론 롤리타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죠.


리오넬 트릴링이 '조우'에 쓴 글에서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20세기의 첫 번째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 대목은 아주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과거의 모든 위대한 사랑 이야기에서 연인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전적인 충격과 소외감입니다.


이를테면 로미오와 줄리엣, 안나 카레니나, 마담 보바리, 적과 흑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곧 어떤 의미에서든, 혹은 적어도 당대에는 그렇게 여겨졌던, 금지되거나 부정한 요소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 그것은 연인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 도덕적·정신적 가치가 붕괴하면서, 작가가 그런 종류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는 일, 다시 말해 그런 충격과 소외를 낳을 관계를 구상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고, 마침내는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충격 효과를 얻기 위해 작가들이 의지하게 된 것은 음란(에로틱)한 묘사였습니다.


반면 트릴링은 롤리타가 어쩐지 고전적 전통 속에서 그것을 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았습니다.


곧 위대한 사랑 이야기들이 지닌 모든 격정과 다정함을 지니는 동시에, 연인들이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요소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나보코프는 이 관계에 대해 작가가 승인하고 있다는 어떤 암시도 끝까지 유보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사실, 험버트가 4년 뒤 다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녀가 더 이상 어떤 의미로도 님펫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에야, 그가 그녀에게 품고 있던 정말로 진실하고 이타적인 사랑이 비로소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 이들의 소외라는 요소는 작가로부터조차, 그리고 물론 독자로부터도, 거의 마지막까지 성취되고 또 유지되는 것입니다.


—테리 서던과의 인터뷰 중







사진 제일 왼쪽


도널드 카멜




나보코프의 문체가 지나치게 화려하다거나 너무 바로크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그가 모두의 취향은 아니라는 점은 나도 잘 압니다),


나는 그저 조금만 참고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야기와 장면들, 대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빼어나고, 유머가 있으며, 긴장감이 넘치고,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주인공에 대해서 말하자면, 킨보트, 곧 찰스 크사베리라는 이름의 젬블라 왕국의 폐위된 국왕은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사랑스럽고, 용감하고, 우스우면서도, 기이하고, 비극적이며, 무엇보다도 완전히 실감나는 주인공이죠. 적어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이 아이디어 노트 속 결과물은 거칩니다. 아주 거칠죠.


그리고 물론 이 노트 속에 담긴 재료를 영화 한 편에 담기엔 200퍼센트쯤 지나치게 많습니다.


하지만 이 페이지들에는 나보코프의 장엄하리만치 복잡하게 얽힌 책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와, 그것이 한 편의 경이로운 영화가 될 기본 형식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제대로 다듬어진 훌륭한 영화의 교보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더 현명하게는, 아주 멋진 각본을 써낼 수도 있을 겁니다.


—도널드 카멜의 창백한 불꽃 각본화 아이디어 노트 서문 중







한국 영화계 거장


박찬욱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 창백한 불꽃


—2025년 벌쳐 연말 문화 문답 중




영화 롤리타를 본 지 삼십년 만에 드디어 믿을 만한 원작 번역을 만났다.


그 세월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추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남자 이야기였는데, 웃다 웃다 슬퍼졌다.


이런 놈을 불쌍히 여기도록 만들다니


나보코프도 참 엔간하다.


—2015년 박찬욱의 서재 중




최근 프닌을 읽었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웃긴 책이더라고요.


문장도 아름답고요.


그 사람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릿터 48호 중







폭력의 역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사실은 창백한 불꽃이죠.


하지만 롤리타 역시 그 엄청난 정서적 충격과 기묘함,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를 해부해내는 방식 때문에 따라잡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 통찰은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하고 정확하죠.


—마이클 알메레이다와의 대담 중 나보코프의 최고 작품을 롤리타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크로넨버그의 대답




문잘알 ㅇㅈ


그리고...







제발 창불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