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읽을 수 없다.
책은 오직 다시 읽을 수 있을 뿐이다.
훌륭한 독자, 중요한 독자,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독자란 곧 재독자다.
왜 그런지 이제 말해보겠다.
우리가 어떤 책을 처음 읽을 때, 줄에서 줄로,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눈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듬듯 옮겨 가는 바로 그 고된 과정, 책 위에서 수행되는 이 복잡한 육체노동 자체, 다시 말해 그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공간과 시간의 조건 속에서 익혀 가는 바로 그 과정이 예술적 향수와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다.
그림을 볼 때 우리는 특별한 방식으로 눈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림 역시, 책과 마찬가지로, 깊이와 전개의 요소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
그림과의 첫 대면에서 시간의 요소는 실질적으로 끼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그 책과 친숙해질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그림 앞에서의 눈처럼, 전체의 상을 한 번에 받아들이고 또 그 세부를 음미할 수 있는 물리적 기관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독서에 이르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책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림을 대할 때와 비슷하게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진화가 이룩한 그 기괴한 업적인 물리적 눈과, 그보다 더욱 기괴한 업적인 머리를 혼동하지는 말자.
책이 무엇이든, 그것이 허구의 작품이든 과학의 저작이든, 책은 무엇보다 먼저 머리에 호소한다.
허구와 과학 사이의 경계선은 사람들이 흔히 믿는 만큼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문학 작품은 무엇보다 먼저 머리에 호소한다.
정신, 두뇌, 찌르르 울리는 척추의 맨 꼭대기, 그것이야말로 책 앞에 동원되는 유일한 도구이며, 또 그래야 한다.
공감
재독이 참 필수이긴한데 새 책 유혹 참기가 힘듦 ㅋㅋ
절대적으로 공감 - dc App
캬
이거 출처가 어디임?
나보코프의 문학강의에서 본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