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마야콥스키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시입니다. 1927년 초현실주의자들이 문학의 문제와 현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당시 떠오르던 공산당에 하나 둘씩 합류한 뒤, 아라공은 끝까지 공산당 소속으로 남은 대표적인 열성 정치가로 남았습니다. 동료(였던) 앙드레 브르통 등이 탈당한 것과는 대조적으로요(폴 엘뤼아르는 도중에 제명당했다가 레지스탕스 당시 다시 재가입하긴 합니다). 다음해 아라공은 마야콥스키의 아내의 여동생인 엘자 트리올레를 파리에서 처음으로 만나는데, 이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가 평생 아라공의 뮤즈가 되는 동시에 그가 혁명투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같은 곳에서 마야콥스키를 만나기도 하고요.

1931년 7월, 소련 방문 당시 처음 쓰여져 모스크바에서 처음 발표되고 이후 파리에서 출판되었는데, 다음 해 1월 16일 시의 몇몇 구절이 문제가 되어 기소를 당합니다. 군인 불복종 선동, 경관 살해 선동, 실존인물 겨냥 위협(대놓고 '레옹 블룸을 총살하라'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등등. 그나마 동료 문인들이 구명운동에 나섰고, 특히 브르통은 아예 소책자로 <시의 비참함>이라는 제목까지 붙여 내며 기소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아라공의 시를 비판합니다. 이 사건으로 아라공은 완전히 초현실주의와 관계를 끊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전향했으며, 그해 6월에 기소가 완전히 풀리자 국제혁명작가회의 참석을 위해 소련으로 다시 향합니다. 이 일련의 사건에는 '아라공 사건(L'Affaire Aragon)' 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살면서 처음 옮기는 장시(長詩)인데다가, 당시 시대상황을 모르면 의미를 알기 쉽지 않기에 본문 번역만큼 역주 붙이는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렸습니다. 농담 안하고 번역과 주석에 걸린 시간 비율이 50:50 정도 될겁니다. 내용이 낯설고 위협적으로 느껴질지라도 친소련적 시집인 <우랄 만세>와 함께 소설 연작 <현실 세계>, 그리고 2차 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저항시로 이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도기적인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번역 저본은 Front Rouge, 『Persécuté Persécuteur』(Stock, 1998)이며, 커밍스(E. E. Cummings)가 옮긴 영역본(The Red Front, 『E. E. Cummings Complete Works 1904-1962』, Liveright, 1991)을 참조했습니다. 오시마 히로미츠(大島博光)가 2부와 4부를 옮긴 일본어 발췌 번역이 아라공 선집(『アラゴン選集』, 飯塚書店, 1979) 1권에 실려 있으며 이 판본에서도 표현과 역주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