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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분을 읽을땐 이 책이 저항과 소수자에 대해 말하는 책인줄 알았음.
사실 여기까지는 나는 별로 거부감들지 않았음.
이런 책들도 있을수 있지~ 생각하고, 문체가 좋아서 계속 읽었음.
근데 저 주제를 말하려고 작가가 설정한 등장인물들이 너무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음.
가부장제의 화신같은 장인어른이랑 영혜 강간해버리는 남편.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도 이해하고 넘겼음.
이 책에서 말하고싶은 주제를 잘 표현하려면 저런 등장인물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근데 영혜에서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는거임.
내 입장에서 영혜는 그냥 정신병자임.
미친년임 그냥.
아무런 말 없이 갑자기 냉장고에 고기들 싹다 버려버리고, 남편 회사생활에 중요한 식사자리 가서 깽판치고, 애들 보는앞에서 손목긋고 등등..
저항과 소수자에 대해 말한거였으면 이렇게 쓸리가 없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젖가슴얘기랑 나무 된다고 할때 책이 말하려는게 뭔지 이해할듯 말듯 잘 모르겠어서
뇌에 상태이상맞은 상태로 열심히 해석들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다 저항이랑 소수자 얘기하길래 진짜 걍 병신책인가?? 이럴리 없는데??
했음.
그리고 막판에 디씨에서 누가 해석한 글을 읽게되었는데, 그거 보고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감탄을 느낀것같음.
이 책이 말하려는건 폭력이었음.
그걸 이해하고 보니까 내가 설득력없다고 했던 부분까지 작가의 의도였다는걸 깨닫고 감탄중임.
해석 적어준 디씨칭구야 고마워…!
나는 여전히 설득력이 별로 없었음..
섹 파 구하는건 여기가 제일 쉽더라
http://eiour.com
https://www.youtube.com/watch?v=yhmn8Jv8uFo
어떤
해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해를 해결했다니 다행이네. 시간 된다면 나중에 이것도 봐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이야.
여기선 <소년이 온다>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점적으로 얘기하긴 하는데, 한강의 작품세계를 아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임. 그리고 네 말대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소수자에 관한 걸로만 알아서 슬플 따름임. 폭력이라는 거대함에 대한 작은 인간의 반응 같은 걸로 읽어야하는데, 다들 오해하는 것 같더라
만약에 한강을 더 파보고 싶으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같은 것도 재밌을 거임. <채식주의자>가 폭력에 대한 완전한 거부가 실패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라면, <소년이 온다>는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폭력은 사람들의 연을 끊을 수 없다, 이런 내용임. <흰>은 <채식주의자>에서 나온 질문인 '인간이 폭력을 완전히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가?'랑 비슷한 질문을 약간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가는 건데,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따로 읽어보고
@TD/M 너 아주 좋은사람이구나..!!!!
나 채식주의자 안 읽고 네 감상문만 읽었는데 시부모랑 남편이 가해자고, 주인공이 피해자였다가 스트레스로 미쳐 버려서 가해자가 되는 과정을 묘사했다는 거임?
글쓴 친구가 어떤 해석을 읽었는지는 모르겠고, 글쓴 친구가 해석한 게 내 해석이랑 같은지는 모르겠는데, 한강의 가장 큰 theme은 '연약한 인간'과 '강력한 폭력'임. (위에 내가 남긴 한강 연설이랑 김창완 씨랑 한 인터뷰, 권희철 문학평론가가 쓴 <흰> 해석을 참조했음) 한강이 다른 작품들에서 '어떻게 인간은 이렇게 폭력적일 수 있는가?', '인간은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이타적일 수 있는가?', '폭력은 인간의 연과 사랑을 끊어낼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을 던져왔다면, <채식주의자>에서는 '인간이 폭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있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탐구했음. 결론은 인간은 폭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하게 보일 수는 없다임.
@TD/M 가능하게 보일 수 없다는 건, <채식주의자>의 구조랑 연결되어 있는데, 주인공 영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내용이 아예 없고, 전부 가족이랑 지인들 시점으로 진행됨. 그래서 영혜 나름으로는 자신이 폭력을 완전히 거부했다고 생각해도, 타인들이 보기에는 아니라는 거임. (한강은 일종의 열린 결말을 낸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내 생각에는 거부하지 못했다고 봄. 타인한테 저지르는 폭력을 자신한테 저지르는 것일 뿐, 폭력을 끊어낸 게 아니라 그냥 대상만 달라진 거라서 말이야)
@TD/M 그러니까 주인공이 지딴에는 폭력에 반대하겠다고 1. 채식주의자 선언하고 고기 다 갖다 버림 2. 남편 회식 망침(가해자가 활개치고 다니는 거 방해?) 3. 자식들 앞에서 자해(남을 상처입히지 않고 자신을 상처입힌다?) 로 폭력에 반대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폭력으로 비친다는 거임? 남편이나 자식들 입장에선 그게 자신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니까
정리하자면, 시아버지랑 형부 (남편이 아니라 형부임), 그리고 '육식'은 폭력을 상징하고, 주인공은 그걸 거부하려고 하는 사람임. 그리고 그 폭력을 타인에게 쓰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자신한테 쓰고
@최후의거인 그런 셈이지. (영혜의 진짜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는 김창완 씨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거임.) 그리고 그냥 단순히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 강박적으로 예전의 삶을 싫어하는 게 핵심임. 처음에는 육식을 포기하는 걸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음식을 섭취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스스로 나무가 됐다고 믿음. 햇빛 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으면서. 게다가 형부가 자신을 성폭행할 때도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아니라 엄청 수동적으로 따르고. 자기 자신을 지킬 줄을 모르고, 도리어 해하는 게 폭력을 초월했다고 믿는 거임.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품들 중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써진 편이지만, 모든 걸 상정적으로 바라봐야 함. 단순히 가해자, 피해자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최후의거인 자세한 건 소설을 직접 읽어보는 게 잘 이해될 거임. 단순히 내용을 전하는 것으로만은 부족해서. 그래도 부족한 글 잘 읽어줘서 고맙고, 도움이 됐길 바라
@TD/M 이렇게 해설 보니까 재밌네 설명 고맙다
(내가읽기엔) 채식주의자는 메세지 자체가 강하지 않아서 좋았음. 걍 글을 잘씀
희랍어 시간도 강렬했음 평이 그닥이라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여운이 며칠 가더라
초기작들보면 더죽임 오히려 요새들어 사회 문제를 넣으면서 작가의 세계관 자체는 복잡해진 부분도 있다 생각함 글도 죽이지만 통찰력이 겉절이들 하고는 차원이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