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문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
"셰익스피어 전집은 뭘 사야하죠?"
선생님: 얘야, 펠리칸 셰익스피어면 충분하단다
아아ㅡ 모르는건가
펠리컨 셰익스피어로 셰익스피어 전집 읽고, 감상도 디시에 하나하나 쓸 무렵 나는 깨달았다
모두들 되다만 셰익스피어 전집일 뿐이다
국내 셰익스피어 번역본들이 **셰익스피어를 판본으로 번역했다, 라고 표기하는 걸 할 일 없는 독자라면 책을 훑어보다 봤을 거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는 '영어'로 글을 썼지만, 펠리칸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나온) 펭귄 셰익스피어, 아덴 2판,3판 셰익스피어, 옥스퍼드 1판, 2판 대충 셰익스피어, RSC 셰익스피어, 캠브릿지 셰익스피어 등등
원서를 찾고자 하면 무수히 많은 셰익스피어 판본들이 악수를 나누고자 하니까
그리고 당연하지만, 미묘하게 각각의 판본들이 미---세하게 다르다. 사실 무시할 정도로 철자 정도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때때론 대사의 표기법이나 분량, 심지어 여기 셰익스피어에선 이것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판본에는 수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흠그정돈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실, 일반 독자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어떤 작품이 셰익스피어 전집에 속하냐, 안 속하냐 정도면 꽤나 크지만 단순히 철자 표기나 몇몇 줄 정도라면 넘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하나하나 다양한 판본들은 전부 진심이다
왜냐면 저 판본들 나오기 위해서 매번 수십 명의 영문학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갈아넣어지고, 십년, 수십년 단위로 새롭게 나오니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셰익스피어가 워낙 잘.나.가.니.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기억을 지운 랑자처럼
셰익스피어가 여러모로 미스테리한 구석이 많은 세계문학의 슈퍼스타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반은 거짓말이다
셰익스피어 음모론은 독붕이라면 들어봤을 거다
사실 전부 다른 사람이 썼다!!! 는 음모론은 영문학 좀만 파보면 개소리,지구평평론자 급이란 걸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삶에서 뭐했는지 모르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응, 동시대에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 지조차 모르는 극작가들 많아 오히려 셰익스피어라서 많이 알려진거야
셰익스피어는 학년 미달이라 그런 걸작 못 쓴다고? 응 아니야 그 시대 기준 적당히 잘 배운 거고, 못 배웠는데도 극작가 하는 사람들도 많아
셰익스피어가 혼자인데, 그렇게 많은 걸 쓸 수 없다고?응 아니야 어차피 다들 협업했고, 협업한 거 전부 합쳐서 셰익스피어보다 훨씬 많이 쓴 사람들도 많아
셰익스피어 음모론에 대한 상식적인 반박에서 알 수 있듯
엘리자베스-제임스 시대 영국에서 극작가는 말 그대로 하루하루 무대에 올리기 위한 쪽대본을 싸지르는 기계에 가까웠다
시간이 촉박하고, 저작권 의식도 희박하면 뭘 한다? 어차피 내가 셰익스피어 형님 아우고, 벤 존슨과 술도 같이 마시는데, 좀 쓰까쓰자~ 도 가능하고
이게 오늘날까지 연구자들으 미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알다시피 셰익스피어의 '원본'은 남아있지 않다
오늘날 전해지는 모든 셰익스피어 판본은 결국 당시 그걸 연기했던 배우들의 기억 내지 (아마도 가지고 있었을) 대본 등을 조합하여 셰익스피어 살아생전 출간한 해적판, 그리고 셰익스피어 사후 그의 후배들이 선배를 기리기 위해 모아서 출간한 이른바 '폴리오' 판본 등에서 기인한다
이는 당연히 이레적이다
오늘날에도 드라마, 영화를 사람들이 봐도, 실제 그 시나리오 출판물까지 사는 사람은 적잖아? 엘리자베스 시대에선 굳이 그런걸 '공식적으로' 출판할 필요성조차 없던 시기다
당연히 배우들의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일단 서로다른 판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애초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연극'이다
오늘날에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그때그때 연출자의 재량에 따라 특정 대사를 삭제하는 등의 일이 빈번한데 당대에도 흔했다
자연스럽게 출판된 어떤 판본에 있는 대사는 다른 판본에 없다
그럼 그 대사를 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게 왜 셰익스피어 대사야 씨----야"
오늘날에도 복돌이가 존재하는데
당시에 저작권 의식이 있겠냐고
물론 선배를 존경해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올리는데, 연출자가 보기엔 좀 부족해서 새로운 대사를 직접 끼워넣거나, 당시 유행하는 다른 연극에서 일부 빌려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유명한 예시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맥베스'와 셰익스피어의 후배인 미들턴의 '마녀들'의 예시다
멕베스가 2번째로 마녀들을 찾아갈 때 나오는 노래들은 영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주문이자 노래로도 유명한데
이게 똑같은 구절들이 미들턴의 '마녀들'에서도 나온다
오늘날까지도 교수들이 서로 현피 뜨는데
확실한 건
셰익스피어가 썼던 걸 미들턴의 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대사를 빌려온 게 후대 출판본으로 정착이 되었거나,
혹은 그 반대거나 정도로 보면 된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희곡들이 '출판물'로 나온게 전부 저 작가들이 죽은 이후, 혹은 무대에 상영된 기록 이후라서 선후관계 따지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끝없는 콜라보였다
당장 셰익스피어만 하더라도 서른 편이 넘는 희곡들을 활동 시기만 보면 기계처럼 썼는데 당연히 상당수는 서로 협업, 콜라보를 했다
문제는 셰익스피어가 협업하면서 자기 이름을 숨기거나, 혹은 누군가와 협업하는데 그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숨기거나, 혹은 안 알려지는 경우가 허다해서
결국 오늘날까지도 문체분석 프로그램까지 동원하며 개고생을 하며 연구한다
현재 공인받은 후기작 몇 개는 셰익스피어의 사후 첫 전집인 폴리오에도 포함 안 되고, 수세기 후 연구로 셰익스피어가 최소한 콜라보 협업을 했으므로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무분별한 씹덕 콜라보는 참으로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장 최근에 나왔던 옥스퍼드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인 헨리 6세 연작을 말로우와의 협업으로 판단하고 단정했는데
다른 판본들에선 딱히 언급이 없는 걸로 봐선 일단 옥스퍼드 쪽의 주장으로 보인다
애초에 '콜라보'를 했다고 명확히 말하지도 않고, 단순히 문체 분석만으로도 한계는 존재하기에 결국 끝까지 연구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윽한 셰익스피어의 아토모스피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여러 셰익스피어 판본들을 전부 수집하거나
혹은 많아봐야 3,4개 출판본마 존재하는 안전한 모더니즘을 읽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불확정성 원리 ㄷㄷ
모더니즘은 이런 것이다! 할만한 입문작 ㅊㅊ좀
더블린 사람들
ㄳㄳ
악무한에 불과하니 그냥 속시원하게 문학은 뒤졌다 선언하고 미학하죠?
그냥 셰익스피어 소네트로 만족하면 될것을
그럼 아무 판본 주워먹고 맘에 드는 판본으로 집어먹으면 되는거죠?
겨울이야기가 사라졌으니 완전한 전집은...
셰익스피어는 아직도 살아있다!
arden 2가 좋았는데
ㅅㅂ 읽을거많네 - dc App
그래서 에드워드 3세는 반 정도 셱스 작품으로 인정되는 추세임?
틀딱 빼곤, 일단 최소 일부는 쓴 거 맞다는게 정설 맞는데 작품에 끼기엔 그냥 아무튼 아무튼 대충 생략하는데, 쓴거 맞음
와 시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