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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튜브에는 체르노빌 참사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바로 그 발전소에 들어가 찍은 영상이 남아 있다. 삑삑대는 방사선 경고음과 화면에 흩뿌려진 하얀 점(방사선에 노출된 카메라의 피폭 증상)만 아니라면 그저 평범하게 망가진 공장처럼 보일 법한 모습. 촬영진은 발전소 내에서 방사선이 강하게 검출되는 곳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영상을 남겼고, 영상 마지막에는 심지어 체르노빌을 관광지로 소개하는 웹사이트까지 소개한다. 심지어 이 웹사이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는 투어라는 해명문까지 남아 있어 체르노빌 사고가 알려진 것만큼 파괴적인 것은 아니라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방사능을 흡수하며 붉게 변해 죽은 체르노빌 인근의 '붉은 숲' 역시 방사능은 많아도 사람이 없어 동식물은 번성하고 있다는 얄궂은 후일담을 들려주며, 방사선을 불안해하는 마음이 어쩌면 과장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그저 우리가 방사능을 무서워해야 할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직후, 그 발전소에 접근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이런 것이다. 왜 우크라이나에 있던 체르노빌 발전소가 터졌는데, 우크라이나보다도 오히려 벨라루스에서 왜 더 많은 아이들이 갑상선암에 걸렸는가? 왜 사방으로 흩어 놓았던 방사성 물질을 온 자연이 다시 한데 불러모아 접근도 힘들 정도로 농축시켜 놓았는가? 왜 양털 공장에서 털을 깎으며 만진 손이 부르트고, 그 씻은 물이 흘러간 강물을 마신 사람들이 두통과 함께 쓰러졌는가? 이 모든 일들 중 이미 가난하고 힘들어 갖고 있던 지병과, 그 지병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증상을 냈을 만한 치명적인 피폭 증상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애초에, 그 기준을 지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심을 품고 있는가?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는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소련 내에서도 정리되지 않고 이따금 숨겨지던 와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어떤 지식이 응축되고 있었으며 어떤 의도가 어떤 결과를 빚어냈는지를 보여준다.


발전소가 폭발한 이후 엄청난 방사성 물질이 주변에 유포되었다. 개중 하늘로 솟구친 물질은 바람을 타고 구름에 섞여 있었고, 인공 강우로 인해 모스크바에 도달하지 않고 벨라루스에서 비가 되어 쏟아졌다. 이곳은 이후 서방에서나 소련에서나 결코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받지 못할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받게 되며, 독재 정권 치하에서 <체르노빌> 저술 당시까지도 공식적인 피해를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땅으로 흩어진 여러 물질은 각각이 전부 문제였다. 흙은 그 자체로 방사성이었고 그 흙에서 자라난 식물도, 그 식물을 먹은 동물도, 죽어가면서 온몸으로 방사선을 받아냈지만 여전히 그 기세가 누그러지기에는 부족해 자연스럽게 시체로 방사선을 누적하기 시작했다. 방사성 고깃덩이가 된 가축들은 방치되어 있으면 그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차라리 분산이라도 시켜두려 흩어놓자 일부 공장에서 조용히, 정상 고기와 섞여서 소련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식량으로 소비되었다. 소시지에서 울리는 가이거 계수기는 해외로 팔리는 베리믹스에서도 요란하게 울렸고, 당시 누군가는 향후 십 년 간 피해를 톡톡히 볼 방사선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식은 그러나 세월의 증류 속에서 겨우 축적된 것이다. 나가사키/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후, 광범위한 방사선 피폭 사례연구는 거진-최소한, 공개적으로는-진행되지 않았고 원자력 개발 과정에서 피폭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소련조차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의 구체적인 피해 범위와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피해가 너무 광범위해보여 애초에 방지하거나 보상할 방법은 커녕 자기들이 살던 땅을 떠나 살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는 더더욱. 수많은 자료가 모스크바에 수집되는 동시에 수많은 입막음이 진행되었고,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모스크바에 가까운 곳으로 올수록 피해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되 발전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애초에 피폭 때문이 아닌 지병으로 인한 사고사를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강하게 피폭되어 누구도 섭취할 수 없는 우유는 모스크바로 보내진 뒤에야 피폭 사례로 인정받았고, 체르노빌 인근 주민은 결국 먹을 것이 없어 다시 위험 지역으로 돌아가 땅을 경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그곳에서 짧은 수명으로 살아갔다.


그나마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은, 제목이 말해주는 '생존 지침서' 정도였다.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정작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먹거나 입거나 만지지 말고 즉시 버리고 거리를 두라고 하는 자기모순적인 이 문서에는 당시 증류된 모든 지식이 녹아 들어가 있었다. 이 지식은 선별적으로 유포되었으며, 지침서의 일부 내용은 몇 년 내로 소련 당국과 국제 원자력 기구에 의해 부정되었되, 현재는 당시 확인할 수 있던 최선의 생존 지침서로 여겨진다. 그보다 더 좋은 문서가 있다면, 그건 각 지역의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어딘가는 발전소와 매우 가까우면서도 안전하고, 어딘가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발도 들이지 말아야 할 기괴한 굴곡의 방사선 피폭 지도 정도겠지만 그 지도는 애초에 아직 만들어지지도, 만들어진 후에도 일반인들의 손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 점에 있어선 소련은 서방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유럽이 식민지에, 미국이 자국 영토에 핵 실험을 한 후 그 여파로 인한 소송을 진행 중이던 차에 체르노빌은 참담하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고로 남아야만 했다.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사고를 하나의 끔찍하지만 선이 뚜렷한 폭발로 정리해낼 수 있었지만, 체르노빌 사고는 그보다 훨씬 끈적끈적하고도 드넓은 것임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체르노빌>이 밝힐 수 없었던 사실이 있다면 이 사고의 무마과정에 가짜 과학의 유서 깊은 유포자들이 함께 했었다는 점인데, 담배 회사가 폐암과 담배 사이의 유연관계를 '논란의 여지'로 만들고자 투입했던 방해로 시작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하는 지구 온난화 부정론까지 이어지는 사슬에서,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 및 발표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참 웃긴 일이다. 지식은 발견하는 것도, 농축하는 것도 비싸지만, 유포하는 것조차 참 비싼 것임이 틀림없다. 그게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