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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흔한 13세 청년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통해 계몽주의적 합리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도끼는 백치에서 휴머니즘이 배제된, 타락한 합리주의를 보여주며, 이전의 기조를 이어감


죄와 벌과도 유사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합리주의의 기저에 있는 자본주의적 속물성에 훨씬 주목함


이미 물질주의적 태도가 사회로 깊이 침투한 상황에서, 문제는 그 태도를 받아들이냐 마냐가 아닌, 얼마만큼의 위선을 택할 것인가일 수밖에 없음


그런데 백치의 주인공인 공작은 위장 대신 솔직함을, 나스따샤는 위악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도끼는 여기서도 광인의 향연을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음


또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위선을 택한 투기업자들도 또한 인간인지라 비합리적인 실수를 행하고 자승자박의 상황에 줄곧 처한다는 것


초반에 로고진이 공작을 고리대금업자 쁘찌쯔인과 비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견 없이 대상을 물질로만 환원시키는 고리대금업자의 직업적 태도가 공작의 편견 없는 태도와 어떤 공명을 일으킬지도 기대가 되는 바임


죄와 벌과는 달리 일필휘지로 쓰인 작품이라 알고 있는데, 이에 번역을 뚫고 어느 정도의 러프함이 새어 나오기도 하지만, '잘 읽힌다'라는 것이 장점인 도끼답게 역시나 잘 읽힘



진작 다 읽어버려야 했을 책이지만, 현생이 무지 바빠진 데 이어 건강마저 나빠진 탓에 도저히 책을 읽을 여력이 없었다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다만, 오히려 그 건강 상태가 작품의 공작과 어울리는 점이 있어 그리 나쁘게 볼 수는 없을지도..?


도끼는 일단 잘 읽히는 번역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웬만해선 옛 번역을 택했던지라 이번에도 역시 올재 이동현 역을 골랐음


그런데 당연하게도 된소리가 무지막지한 수준이라 호불호가 상당할 듯하니 혹시 번역본에 관해 고민이라면 이 점을 필히 고려해보아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