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비문학 책을 읽다보면, 문학책에서 볼 수 있는 서정적이고, 미사여구가 가미된 문장이 아님에도 감동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해에는 늘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조와 문체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 같다.


문학을 선호하는 이들에 대한 태도를, 쇼펜하우어 철학에 빗대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의 감각과 아름다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서정성 하나 없는 비문학이 주는 결말과 위안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극성이 되어 문학, 비문학을 갈라치는 행위는 의미 없다.


마치 심신일원론처럼, 같은 것이 다르게 표현될 뿐이고, 인간 개성에 의해 다르게 감각할 뿐이다. 이것을 모르고, 자신의 재능을 한정 짓기에 그들은 현상에 자아를 의탁한다.)




무거운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건, 이 책이 무거운 책이 아닐 것 같다는 정보의 불충분이다. (이따금 잘 모르는 게 약이 되고, 읽게 만든다.)


나는 쇼붕이가 개좆인줄 알았다. 근데 철학, 문학, 논리학, 심리학, 과학, 미학 등 광범위하게 다뤄서 놀랐다.


특히 예술에 대한 부분(제3권)은, 논증 난이도는 낮은데, 교양이 없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주석을 통해서 얄팍하게 넘길 뿐이란 걸 느꼈다. (시발 상속시치...)


꼭 팡세 안 읽어본 사람처럼, 파스칼의 내기가 모순이니 뭐니 지적하는 것처럼,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비관, 염세라고 단정 짓는 건 잘못된 일이라 생각된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약이 주는 독단이 무서운 것이다. 나보다 명석한 파스칼이, 당최 이해 안 되는 파스칼의 내기를 제시한 배경을 이해할 생각까지


진전치 못하고, “파스칼 병신임?ㅋ” 하는 건 정말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쇼붕이 왜 자살 안하고 이율배반 하냐고 묻는 건 의표세를 안 읽은 거다.)




이 책 쉽지 않다. 문체 자체는 직관적인데, 제1권의 개념이 정말 생소하다. 그래도 칸트 ‘형이상학 서설’을 완독한 입장에서는


12 범주 외에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꺼드럭력으로 으악주고 겁을 먹인다. 그거 다 개구라다.


내겐 오히려 암호처럼, 어떤 다채로운 메시지가 심층적으로 담겨있는지 해독하기 어려운 카프카의 문학 작품(예를 들면 성도 아닌 소송)이 더 어렵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하는 의지와 교리의 합목적성, 쇠렌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절망과 급여을 받는 성직자들,


카뮈가 말하는 과학을 부정하는 신학(페스트), 예수회와 결의론을 부정하는 파스칼의 프로뱅시알 서한 등


정말 궁금한 주제가 많지만... 논란이 될 주제가 많지만 염려가 되어 지운다...


또 의표세 제3권과 제4권에 관한 감상을 적었지만... 그냥 지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