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9월에 작성한 안톤 체호프 완전 파헤쳐 보기 - 독서 마이너 갤러리에서

체호프의 단편집과 희곡집, 평론집 등 그의 문학 작품과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을 여러 권 소개했습니다. 


나름 체호프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더 많은 책들과 텍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수록 

저의 지식은 여전히 얕았구나, 하고 느끼게 되네요. 


본격적인 문학가가 되기 이전의 체호프는 소설을 투고하고 연재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만큼, 무궁무진한 소재와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런 점에서 체호프란 작가는 여전히 살아 있는 작가, 온전히 발견되지 않은 바다 속 보물선과 같은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만 말을 줄이고, 이번에 제가 찾은 책과 텍스트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결투 (중편소설, 다빈치 노벨라, 조준래 역)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나온 "체호프의 문장들"에서 '결투'라는 작품이 나오는데, 바로 그 결투가 이 작품입니다. 

시니컬한 철면피 캐릭터가 나오는 소설이라네요. 


2. 무도회가 끝난 뒤 - 러시아 (여러 작가의 작품이 섞인 앤솔러지, 창비, 박종소 박현섭 엮은이) 



여기에 실린 체호프의 작품 '입맞춤'은 출판사 녹색광선에서 나온 "낯선 여인의 키스"와 같은 작품입니다. 

원제는 영어로 Kiss인데, 녹색광선의 것은 좀 과한 느낌도 있는 터라, 요 책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 (단편집, 인디북, 이승억 역)



지만지에서 나온 유머단편집처럼 잘 안 알려진 단편을 담은 단행본입니다. 

이승억 역자는 국내에서 러시아어로 석사 학위도 받고, 러시아의 국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데 

번역은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4.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단편집, 에디터, 이항재 역)



표지는 무슨 공포소설처럼 보이는데... 역자는 이항재 역자라 신뢰가 갑니다. 

이 단편집은 여자들의 사랑을 다룬 체호프의 단편을 담았다고 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이 인상적입니다. 

"(...) 사창가인 소볼로프 마을 부근에서 살았던 체호프는 매춘하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한때 이 방면의 전문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5.  어리석은 프랑스인 (단편집, 써네스트, 문석우 역)



이 단편집은 특이하게도 음식을 테마로 한 체호프의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사실 체호프에게 인간의 삶, 사랑, 꿈 등의 테마는 수없이 발견되곤 했지만 음식을 테마로 다룬 작품만 모아둔 건 신기하네요.

문석우 역자는 체호프 연구로 박사 학위로 주요 논문도 체호프를 다룬 만큼, 체호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6. 사냥이 끝나고 (장편 추리소설, 키멜리움, 최호정 역)



체호프가 추리 소설(탐정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 소설은 체호프가 24살 때, 신문 연재소설의 형태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체호프는 이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그저 연재될 것 같은 장르의 소설로 의도적으로 썼다고 하네요.


7. 나의 인생 (중편집, 작가정신, 남혜현 역)




중편소설 2편(나의 인생, 삼 년)을 엮은 책입니다. 

나의 인생은 "체호프의 문장들"에서 자주 나오는 작품인데다, 러시아의 현대문학 비평가인 D. S. 미르스키가 

"시적 파악과 의미 면에서 체호프의 걸작으로 인정될 만하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8.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논픽션, 동북아역사재단, 배대화 역)



체호프의 삶과 그의 문학 세계를 논할 때에 꼭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사할린섬 여행입니다. 

체호프는 사할린에 가기까지의 여정과 지역 조사(사할린 유형수와 농민 등)를 꼼꼼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썼습니다. 

이 책은 당대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문화와 풍경을 아는 데도 중요하지만, 체호프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변환점을

맞이하게 되는지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할 수 있습니다. 


9. 서양 연극사 이야기 (논픽션, 평민사, 밀리 S. 배린저 지은이, 우수진 역)



이 책은 2016년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판본이 구판이어서 해당 사진으로 올렸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체호프를 단편작가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 체호프의 문학적 성취나 문학적 가치는

희곡, 즉 '연극'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책의 238~269쪽을 보면 체호프의 작품이 러시아 연극은 물론 세계 연극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 이지 러시아 :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논픽션, 서병용 지은이, 피그마리온)




러시아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 안내서입니다. (본 사진은 구판이고, 2019년에 신판이 나왔습니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체호프 박물관과 그의 별장 등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고, 

그의 문학적 삶을 엿볼 수 있는 토막글이 있습니다. 


198쪽, "(...) 동시대인이 회상한 체홉과 대학생들과의 인상적인 대화 내용을 들어보자. 

"당신에게 신념이 없다면, 당신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한 학생이 체홉에게 말했다. 

"나는 신념이 없네." 체홉이 대답했다. 

"당신의 단편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당신의 단편이 추구하는 게 뭐죠? 그 속에는 반박도, 사상도 없습니다... 재밋거리가 다지요..."

"그게 다일세." 체홉은 학생의 말에 수긍했다. 


(...) 체홉은 자신을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일상 문학이라 불렀다. 체홉이 이반 부닌에게 물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내 작품을 읽어줄까요? 7년?"

(이반) "7년은 왜요?"

(체호프)"그럼 7년 반."

(이반) "천만에요. 시의 수명은 더 긴 법입니다."

그러자 어지간해서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체홉이 화를 내며 말했다. 

"시인이란 말입니다, 인정 많으신 나으리." 체홉은 언성이 높아지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은빛의 먼 곳, 협화음, 싸우자, 싸우자! 어둠에 맞서 투쟁하자!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만 시인이라는 말이지요."

체홉은 젠체하기에는 너무나 직업적인 사람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그 외는 '은빛의 먼 곳'이었다."


11. 한국 근대문학의 러시아 문학 수용 (논픽션, 권영민, 박종소, 이지연, 오원교 지은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표지만 보더라도 웅장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무래도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책이라 학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법하지만, 

그럼에도 체호프를 더욱 더 깊게, 전문적으로 파고 싶다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