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쉐도우 스파링하는 게 아니라 책 뒷표지에 도련님을 권선징악 소설이라고 설명했더라고

내 생각에 이 소설에서 징악된 건 아무것도 없음

막판에 교감이랑 미술 뚜드려맞은 거? 걔네가 맞은 건 걍 분풀이었을 뿐이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님

교감이랑 미술은 주인공 일행이 사라진 시점에서 다시 그짓거리를 하며 할 거고

물끝호박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고 마리아는 계획대로 교감한테 시집 가겠지

이게 뭔 정의구현? 난 애초에 나쓰메 소세키가 권선징악을 염두하지 않았을 거라고 봄

밑에 도련님에 대한 글 쓴 거 보니까 주인공의 성격을 언급하더라고

이게 핵심임. 주인공 같은 약간 미성숙하면서도 어느 정도 편향된, 그리고 단순한 성격의 화자를 내세우면 화자와 주변부 사이를 철저히 괴리시킬 수 있음.

화자는 자기의 관점을 통한 세상만 바라볼 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름.

나름 시니컬하고 한 성질머리 하지만 도련님만큼 에도 촌뜨기가 없는 것임

만약 이 소설을 다 읽고 마냥 유쾌하다거나 후련함이 느껴진다? 이건 주인공한테 철저히 감정이입했을 뿐 정황을 제대로 파악한 게 아님. 작가의 의도가 여기에 있음.


그리고 한 가지 더. 제국 시절의 소세키가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만 난 좁은 의미의 폭력, 넓은 의미의 전쟁에 대한 통찰이 이 소설에 있다고 봄.

러일 전쟁의 승전기념? 축제에서 패싸움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 일행이 폭력으로 교감네를 참교육하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일련의 사건만큼 아이러니하고 무질서하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 없음.

승전기념에서 다시 폭력이 반복되고, 폭력으로 문제를 무마하려 하지만 부조리는 계속 이어지는 것임

여기에 작가가 어떤 의사표명을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전쟁과 폭력의 말로가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