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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썼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구조는 잘 짜여졌고, 소재나 주제는 약간 뻔하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다, 생각한다. 다만 신형철 평론가가 쓴 해설은 너무 간단한 느낌이라 소설집을 온전히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정영수 작가라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몇 번 마주한 적이 있다. 돈끼호테를 좋아하고 아니 에르노의 팬이라고 한다. 어딘지 외모도 그렇고(?) 취향도 그렇고, 그야말로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의 한국작가이다.


 하지만 작가가 쓴 소설에 깊이 빠져 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때때로 '어쩌라는 거지?', '왜 이렇게 감상적이야...', '이거 자기 경험을 그대로 베껴 쓴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특히 마지막 생각은 거의 강박적으로 든 나머지 깨닫고 보니 어느새 모든 작품 속 화자의 모습에 작가를 오버랩하면서 읽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기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느낌?


 비단 정영수 작가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다른 한국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도 비슷한 감상이다. 오해하지는 말길. 위에서 말했듯이 정영수 작가는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라고 확신한고, 다른 한국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세련된 문체로 자기만의 경험이나 고백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것만 빼면.


 요즘 한국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작가들이 문체나 구조가 너무 기술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거다. 문예창작학과는 예비작가들에게 세련되고 유려한 작문만 가르칠 뿐, 소설의 본질이나 철학에 대해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두서 없이 적다 보니 글이 점점 산으로 가는 듯한데, 요컨대 요즘 한국작가들의 글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순 있어도 모종의 감동이나 메세지를 얻기는 힘들다는 거고, 그게 아쉽다는 개인적인 한탄이다. 소위 묵은지 작가들의 글은 투박하고 거칠어도 작가만의 어떤 철학이나 치열한 삶의 태도가 느껴져 감동이나 영감을 받곤 했는데 현재 활동하는 한국작가들에게선 그런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소위 오토픽션이라는 자기기술적 소설이 판을 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현대 한국작가들은 오토픽션, 그러니까 자기 얘기 밖엔 쓸 거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철학이나 사상이 부재한 건 아닐까. 물론 작가가 꼭 어떤 이념이나 주의를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작가가 왜 소설을 쓰는지, 소설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다고 할까. 


 글쓰기가 한낱 자아실현의 도구로 전락한 것만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