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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바빌론>은 대화문으로 시작한다. 몇 개의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쪽이 그들의 소재를 알려준다.
이름이 찰리인 이 남자는 면식이 있는 이들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곧 설명문들이 그 대화가 파리의 어느 바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가까이에서 묘사된 장면을 제시하고 뒤늦게 이를 에둘러 설명하는 도입이 극의 중간과정을 생략하거나 순서를 비튼 듯 갑작스러운 느낌을 준다.
예전 세대 소설들의 전기적인 서술이나 장편소설의 문법과 구분되는 이 단편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시작 이후의 진행도 정보를 조금씩 간접적으로 공개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찰리 웨일스는 딸을 보러 파리에 돌아왔다고 말한다.
아내의 누이인 마리옹이 딸을 돌보고 있다.
이어 밝혀지는 내용은 찰리가 파리에 돌아온 것이 단순히 딸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직접 딸을 돌보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부부가 사별한 과정과 과거가 밝혀진다.
젊고 방탕한 부자였던 찰리는 아마도 실제의 대공황을 모티브로 하는 듯한 경기 침체로 재산을 잃고, 아내와 딸마저 잃었다.
찰리가 딸의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내를 죽게 해 잃고 만 마리옹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니 이 단편은 한 사람이 지난 날에 저지른 잘못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추억을 되새기는 듯했던 도입부의 대화는 이제 과거를 경계하고 혹여 있을지 모를 유혹에 대해 자신을 점검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실상 술을 끊고 지인들과 만나기를 거부하는 등, 찰리는 마리옹의 신뢰를 되찾는 데에도 본인이 바랐던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데에도 성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찰리가 과오를 청산함에도 불구하고 딸을 되찾는 것이 결국 본인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요인 때문에 좌절되고 만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술에 취한 지인들이 마리옹의 주소를 알아내 들이닥친 탓에 찰리는 거의 달성할 뻔 했던 딸과의 재결합에 실패하고,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거듭 언급되지만 어떻든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피할 수 없는 책임들이 자신에게 남아 있음을 찰리는 잘 알고 있다.
결말의 극적인 효과가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어느 정도 작가가 스스로 겪은 대공황에 대한 결론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았던 그 사태가 많은 것을 앗아갔으나 찰리가 직접 말하듯이 '원했던 것들은 모두 불황이 아니라 호황 때에' 잃고 말았다.
공황은 이 비극의 범인으로 지목되기보다는 이미 스스로 진행되고 있던 것들을 앞당긴 정도로만, 어쩌면 일종의 판결을 내린 것으로만 묘사된다.
다분히 자전적으로 보이는 소설의 체념에 안타까운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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