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티파자에는 신(神)들이 내려와 산다. 신들은 태양과 압생트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 야생의 푸른 하늘, 꽃들로 뒤덮인 폐허, 돌무더기에 굵은 거품으로 부글부글 끓는 빛 속에서 말을 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엇인든 다른 것을 붙잡아 보려 애쓰지만 눈에 잡히는 것은 속눈썹가에 매달려 떨리는 빛과 색깔들의 작은 입자들뿐이다. 향초(香草)들의 육감적인 냄새가 목을 긁고 엄청난 열기 속에서 숨이 컥컥 막힌다. 풍경 깊숙이, 마을 주변의 언덕들에 뿌리를 박은 체누아의 시커먼 덩치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확고하고 육중한 리듬으로 털고 일어나 바다로 가서 웅크려 엎드린다. 우리가 도착하여 지나는 마을은 벌써부터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연다. 노랗고 푸른 세계로 들어서면 알제리 여름의 대지가 향기 자욱하게 톡 쏘는 숨결로 우리를 맞이한다. 도처에 장미향 부겐빌레아 꽃이 빌라들의 담을 넘는다. 뜰 안에는 아직 희미한 붉은빛의 부용화, 크림처럼 두툼한 차향(茶香) 장미와 테두리가 섬세한 길고 푸른 붓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돌들은 모두 뜨겁게 달았다. 우리가 미나리아재비꽃빛 버스에서 내릴 즈음 푸줏간 고기 장수들은 빨간 자동차를 타고 와서 아침 행상을 도느라 요란한 나팔을 불어 대며 마을 사람들을 부른다.
알베르 카뮈, 『안과 겉 · 결혼 · 여름』, 김화영 역, 민음사, 2025, 103p.
시지프 신화 읽고 보면 그 내용이 은근히 녹아 있는 게 보여서 더 재밌더라
서양 애들 진짜 풍경 묘사 개쩌는건 사실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