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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2월 20일, 프랑스의 유력 신문 중 하나인 <피가로>지에서 기괴한 글이 실린다.


물론 편집장이 약 좀 빨아서 괴상한 걸 끼워넣을 수도 있겠지만, 보시다시피 신문 1면에 전면 도배시켜놓았다.


<피가로>지는 오늘날에도 제법 이름 듣기 쉬운 만큼 유력한 일간지인데, 대체 얼마나 중요한 글이기에 유력 주간지 1면을 도배시킨 것일까?


전쟁의 선언이라도 되는 걸까? 


사실 반은 맞았다. 이 기괴한 기사는 전쟁을 선언하고 있었다.


물론 듣보의 글이긴 했다. 사실 편집장이 자기 아버지와 친구라서 빽으로 신문 1면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간에 중요한 전쟁을 선포하는 글은 이날 실렸다.


<미래주의 선언>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상천외한 글은 사실 발표 당시엔......아무 일도 없었지만, 훗날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된다.




이미 19세기 중후반부터 모더니스트들이 각자 태동하고 있었고, 활동하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모더니스트들이 '집단'으로서, 그리고 확실하게 모더니즘으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미래주의>가 처음이라고 언젠가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미래주의>는 오늘날에도 확실히 중요한 모더니즘 운동으로 자리 잡는다. 


 '선언문' 을 중심으로 예술가 집단이 공통의 목표와 비슷한 방법론으로 예술을 한다는 점에서, <미래주의>는 최초의 모더니즘 운동이였다.



하지만 나는 대개 '러시아 미래주의자'들만 이야기했는데, 왜 굳이 '러시아'를 붙였을까?

러시아가 원조가 아니라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주의의 원조는 누구보다도 트롤을 잘하는 트롤탈리아- 이탈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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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주의 선언>을 아버지 빽으로 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 이 사람은 필리포 톰마소 마리네티라는 작가다.


오늘날 <미래주의>를 시작하고, 이끈 장본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머리카락 또한 미래에 두고 왔음을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누구보다도 '미래'를 사랑했다.




마리네티는 변호사 아버지 밑에서 풍족하게 자라며 파리에서 오래도록 유학생활을 했는데, 작가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긴 했다. 듣보였지만.


그래도 파리에서 <크레테유 수도원>이라 불리는 예술가들 집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했다. 대충 유토피아 꿈꾸는 이들끼리 하하호호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리네티는 아직 젊었고, 머리카락도 아직은 현재에 남아있었기에, 야심차게 자신의 시들과 함께 <미래주의 선언>이라 이름 붙인 선언문을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후, 며칠 후, 파리 <피가로>지에 이를 다시 프랑스어로 발표하면서, <미래주의>의 시작을 힘차게 선언한다.



이 선언 자체는 충격적이었다.


힘을 숭배하고, 속도를 사랑하며, 모든 종류의 새로운 것, 즉 미래적인 것을 외쳤다.


물론 오늘날 보기엔 굉장히 문제적인 글이었다.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자고 대놓고 선언하고, 얼른 전쟁하자고 외치는 또라이 글인데, 오늘날에 이런 거 발표했다가는 바로 매장당하고, 인터넷 잉여들에게 사돈팔촌까지 죄다 신상 털렸을 것이다.


아무튼 간에,


마리네티가 보기에, 이미 이탈리아는 과거의 영광에만 메몰된 채, 발전이 없는 노답 국가였고, 과거의 모든 걸 쳐부수는 것만이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는 과거의 예술을 부수고, 미래, 즉 과학기술과 자동차 같은 힘만이 발전을 준다고 믿었다.


그는 과거, 박물관과 미술관을 부수자고 과격하게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늘날 <미래주의 선언>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을 그는 외친다.


<파이프로 덮개를 장식한 경주용 자동차 포탄 위에라도 올라탄 듯 으르렁거리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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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



앞서 말했듯, 발표 당시엔 놀랍게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없었다. 그냥 왠 듣보 하나가 빽으로 괴상한 기사 실어놓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이탈리아로 간 마리네티는 동료들을 끌어모으고, 극장에서 선언 낭독 퍼포먼스 등을 펼침으로서 점점 <미래주의>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미래주의>는 온 유럽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긍정적으로 본 것은 하나 있었다.


이제까지 누구나, 예술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생각했지만, 선뜻 말하지 못했던 걸 마리네티가 먼저 외쳐주었으므로, 다들 탑승하기 시작했다.


바로 새로운 종류의 예술! 20세기도 시작되었는데, 꼰대들이 기성 문단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 예술가란 족속이 그렇듯, 남들이 하는 걸 하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니까.


바야흐로 <미래주의>를 시작으로 우리가 아는 <다다>, <초현실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이미지즘>, <신고전주의> 등, 후발주자들이 드디어 대량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제각기 미래주의처럼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모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어쩌면 이러한 '선언문'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수많은 선언문들이 있었고, 포스트모던과 달리, 이들은 이를 충실하게 따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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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새로운 예술을 외친 마리네티와 이탈리아의 원조 미래주의자들은 어떤 찬란한 문학 작품을 낳았을까?


파운드의 경우처럼, 노답 쓰레기라도 글이라도 잘 썼다면, 우리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그런 거 없다.


노답 트롤탈리아처럼, 마리네티와 미래주의자들은 딱히 오늘날까지 읽을 만한 성공적이고 뛰어난 문학 작품은 남긴 게 없다.


말 그대로 선언만 하고, 망했다.


물론 '선언문'만은 오늘날까지 널리, 망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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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굳이 이탈리아에서 이런 게 일어났는가?


물론 이탈리아 자체가 워낙에 낙후되었고, 자연스레 발전을 원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거기에 자동차박이들이 나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사실 이 자동차성애자들에겐 선배가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의 대예술가이자 예술계의 교황이었던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라는 선배가.


단눈치오 본인은 관종 기질에 자신을 바이런적 영웅처럼 치장하려는 허풍쟁이였는데, 늘 과격함과 힘을 추구했고, 오늘날 미래주의와 파시즘의 원시조상으로 치급받는다. 거기에 그 당시 막 등장한 비행기성애자라 파일럿 이끼마스! 하면서 신문물을 즐기기도 하였다.


1차 대전 직후 틀딱이 된 단눈치오는 민병대 이끌고 도시 무단 점령해서 개판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만 봐도 누구보다도 언리미티드 빠워를 숭배했다.


이런 단눈치오를 보고 자란 후배 예술가들은 그를 따라 자동차박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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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래주의자들이 글을 안 쓴 건 아니다. 정말 열심히, 일절 이절 뇌절까지 할 정도로 수도 없이 쓰고 또 썼다.


그 당시엔 자기들끼리 돌려보기야 했다. 물론 죽고 나선 사실상 잊혀졌지만.


그래도 짤처럼, 마리네티 본인은 총박이기도 해서, 기관총을 형상화하기 위한 음성-시를 쓰기도 하는 등, 여러 생각 외로 흥미는 있는 미래주의적 실험을 하긴 했다.


소죠젠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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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래주의, 혹은 미래파가 제일 효과적으로 쓰인 건 그림 쪽이었다.


속도와 힘, 변화를 표현하는데 이미지가 무엇보다도 효과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태생적으로 미래주의는 힘과 전쟁을 외치는 선언문만 봐도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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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미래로 이끌겠다는 일념으로 미래주의자들은 뇌절을 계속한다.


수많은 미래주의 선언들을 발표하고, 대충 패션 미래주의 선언, 요리 미래주의 선언, 별의별 미래주의를 발표한다.


물론 딱히 효과는 없다. 


1차 대전이 일어나자, 마리네티는 전쟁을 외치며 전쟁 전쟁 거렸고, 거기에 심취한 동료 미래주의자들 상당수가 총알받이가 되었지만, 

전쟁이 끝나도 계속 전쟁을 외친다.


그러다가 이탈리아에선 무솔리니와 파시즘이 등장한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파시즘과 과거를 부수자는 미래주의는 서로 모순되게 보이지만,


마리네티는 힘과 전쟁이 더 좋았는지, 파시즘에 열렬하게 가담하기 시작하며 수많은 미래주의자들은 파시스트로 진화한다.


마리네티는 파시스트 선언 등을 쓰면서 쭉 한 마리 파시스트 돼지로 살다가, 그렇게 뒈진다.


미래주의 선언문만 남긴 채. 


물론 다른 미래주의자들은 이름도 제대로 기억되지 못한다.



이것이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초라한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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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웅신"



국내에 소개된 건 <미래주의 선언>이나 <미래주의 요리책>이 있지만, 글쎄.


그냥 <러시아 미래주의>나 <러시아 아방가르드> 쪽을 보자.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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