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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호메로스 선생님의 일리아스랑 오뒷세이아를 완독했습니다. 살면서 한번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만 하고 있었는데, 완독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다른 책 완독했을때처럼 자세하게 감상을 적고 싶은데, 분량도 너무 많고, 깊이도 떨어질 것 같아서 간단하게 느낀 점만 적어볼게요.
일리아스를 처음 펼쳤을 때는 서사시 형식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읽기가 좀 버거웠는데요. 거기다 등장인물도 많고 이름도 하나같이 어렵고, 인물 배경도 너무너무 길어서 흐름이 자꾸 끊겼어요. 초반부 함선 목록 나왔을 때 잠시 유기했다가 1달이 지나고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천천히 되짚어가면서 읽다 보니까 조금씩 읽히기 시작하더라고요. 반복되거나 비슷한 표현도 많고, 나름의 패턴도 보이고 해서 적응된 다음부터는 너무 재밌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대략 일리아스 중반부쯤? 본격적으로 각 진영이 싸우기 시작했을때부터 재밌어졌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건, 신이던 인간이던 진짜 미화나 포장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이었습니다. 영웅이라고 해서 나름 고결하고 좀 낭만이 있을 줄 알았더니, 그냥 힘 세고 고집 세면 주위에서 영웅이라고 불러주는 점이 좀 묘했어요. 물론 크게 성격적 결함이 없으니까 주변인들이 따르는 거긴 하겠지만, 전형적인 영웅하고는 차이가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신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파렴치해서 좀 놀라면서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우스야 뭐 워낙 이미지가 별로라 그러려니 했는데, 아폴론<< 진짜 생각했던 이미지랑 많이 달랐어요. 엄청 자상하고 쿨할 줄 알았는데…
반대로 헤르메스는 분탕 많이 치고 북유럽 신화 로키처럼 촐싹거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심하게 촐싹거리지도 않고 일도 잘해서 호감.
트로이아랑 아카이오이 두 쪽 다 진짜 사적인 이유로 전쟁하고, 신들도 거기에 동조해서 각자 편 정하고 도와주는 게, 신화를 읽고 있는데도 곳곳에 인간다움의 흔적이 엿보여서, 오히려 좋았어요.
결국 중요한 건 인간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정말 먼 옛날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문장을 읽으면 특유의 웅장함이 자동적으로 그려지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영웅들이나 일반 사람들이나 신들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고 치이고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목표를 잃지 않고 끝끝내 이뤄낸다는 것이 인간찬가 같기도 하고.
일리아스보다는 오뒷세이아가 좀 더 재밌었는데, 일단 고생하는거만 봐도 재밌고, 폴리페무스 상대하는 장면은 직접 읽으니까 쾌감도 느껴지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타케 오고 난 다음부터 잔인하긴 해도 슴슴한 맛이 있고. 결말도 깔끔하게 끝난 것 같아요.
저는 일리아스랑 오뒷세이아 전부 다 천병희 선생님 역으로 읽었어요. 인물들이 말투는 고풍스러운데 하는 말이랑 행동이 딴판이라 오히려 더 인간적인 것 같아서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네요.
주석도 풍부하고 읽기 쉽기도 하고.
읽으면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그리스 비극을 읽을 차례인데, 다 읽고 나면 단테의 신곡에 재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기대가 되네요.
그리스 비극도 짱 재밌음 ㅎㅎ
일리아스랑 오뒷세이아 살 때 같이 사놨는데 잃시찾 완독한다음에 바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가끔 화를 못 이기는 장면이나 지혜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아테네가 그에게 이러한 꾀를 불어넣어줬다' 이거나 '아레스가 그에게 분노를 주어서 그랬다' 같이 신이 조종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것도 재밌음
일리아스는 신들이 애매하게 개입하는게 재밌음 - dc App
간보면서 더 재밌어지게끔 약올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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