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b

-에로스가 신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스러우며, 사람들에게는, 살아있는 동안이건 죽어서건 사람으로서의 훌륭함과 행복의 누림에 있어서 가장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거스리 <희랍철학입문>에 나오는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희랍인들은 그리스도교들이나 유대인들이 하듯, 먼저 신의 존재를 단언한 다음. "신은 선하다" "신은 사랑이다"라는 등의 말을 함으로써 신의 속성들을 열거하기 시작하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삶이나 자연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즐거움이나 두려움을 주는 것들에 의해서 몹시 감화를 받거나 외경의 마음을 갖게 되면, "이것은 신이다"라든가 또는 "저것은 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도교도는 "신은 사랑이다"라고 말하고, 희랍인들은 "사랑은 신이다"라고 말한다.-



-세계에 있어서 작용하고 있는 지배력이나 힘, 우리와 더불어 태어나지 않았으며 우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존속하게 될, 그러한 지배력이나 힘은 그 어떤 것이든 이처럼 하나의 신으로 불릴 수 있었고, 또한 그런 것들 대부분은 신이었다.-



신은 사랑이다. 가 아니라 사랑은 신이다.


프나는 신이야~라는 밈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세대는 좀 더 희랍적 사고에 가까운 게 아닐까.




181a

-아름답게 그리고 옳게 행하여지면 아름다운 것이 되지만, 옳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추한 것이 되니까요.-



자연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이 조화이건 아니면 무규정적인 것이건 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추는 어떤가? 추한 것도 자연 안에 있는 것일까? 결여된 것이 추하다면 그건 어떤 의미의 결여를 말하는 걸까? 있고, 없고를 말한다면 미와 추를 동시에 논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아름다운 남자는 여자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여자에게 있는 것이 없다. 그런데 충족되고 결여된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어째서 아름답다고'만' 할 수 있겠나. 그렇다고 추하다고 하기에는 딱 봐도 아름다운 남자가 없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면 절충해서 아름다우면서 추하다고 할 것인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러면 미에는 항상 추함이 따라온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있고, 없고를 말하는 결여에서 한 가지 조건을 넣어본다. '일정한 형식'의 있고 없고에 따라 아름답고 추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되면 추하다는 것은 단순히 아무런 형식도 없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 '특정한 형식'의 결여나 불완전을 말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이 형식은 무엇인가? 도대체 어떤 게 우리의 가시적 세계 너머에 있길래 결여된 것을 추하다고 여길 수 있게 만드는가?



이전 대화편부터 이데아론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문구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뒤에 디오티마가 말하는 에로스는 무언가 좀 다르게 여겨진다.



202b

-그러니 아름답지 못한 것은 반드시 추하다고도, 좋지 않은 것은 반드시 나쁘다고도 주장하지 마세요. 마찬가지로 에로스 또한 좋은 것이 아니며 아름다운 것도 아니라는 데 당신 스스로 동의하고 있다고 해서, 에로스가 추하며 나쁨에 틀림없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더 생각지는 마시되, 이들 둘 사이의 어떤 것이라 생각하세요.-





202d

-죽게 마련인 것과 불사의 것 사이의 것이에요. 위대한 영이죠 소크라테스 님! 모든 영적인 것은 신과 죽게 마련인 것의 사이에 있으니까요.-



즉 에로스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중간자이다.





이어서

210e

-이미 사랑과 관련된 것들의 최종 목표에 이르러서, 갑작스레 그 본성에 있어서 놀라운 아름다운 어떤 것을 명확히 직관하게 되는데..

첫째로 그것은 언제까지나 있으며 생성되지도 않고 소멸되지도 않으며, 성장하지도 않고 쇠잔해지지도 않으며 다음으로는 이런 면에서는 아름다우나 저런 면에서는 추하지도 않고 어느 때는 아름다우나 다른 때는 그렇지 않은 일도 없으며 어느 것과 관련해서는 아름다우나 다른 어느 것과 관련해서는 추하지도 않으며 여기서는 아름다우나 저기서는 추하지도 않죠...

그것은 그 자체로 자체의 힘으로 언제나 한 가지 단일한 모습인 것이지만, 다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것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죠. 이를테면 다른 것들은 생성되고 소멸하지만, 그것은 어떤 면에서도 전혀 증감되지 않으며 그 어떤 일도 겪는 일이 없어요. -



이런 아름다운 것 자체를 직관하게 되면 모상이 아닌 진짜 덕을 낳고 기르게 되어 신의 사랑을 받는 불사자가 된다.

에로스는 아름다움 자체를 향한다. 그런 에로스의 협력을 받아 불사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





이렇게 꿈만 같은 사랑 이야기는 마치 신화처럼 맴돌다가 알키비아데스가 오면서 현실(뜬금없는 모상에 대한 이야기)로 뚝 떨어지게 된다.

마치 플로티노스의 상향에 이르는 길. 영혼과 좋음의 신비적 합일을 이루어내는 관조 사이에 정암학당 해제에 나온 대로 '갑자기' 무언가 끼어들어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211d

-인간에게 삶이 살 가치가 있는 건, 만일 어딘가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바로 이런 삶에서 일 겁니다. '아름다움' 자체를 바라보면서 살 때 말입니다. 당신이 일단 그걸 보게 되면 황금이나 옷이나 아름다운 소년들이나 젊은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할 겁니다.-



칸의 설명대로 아름다움 자체란 그러한 본성을 경험한 사람의 지성뿐만 아니라 감정들, 나아가 도덕적인 품성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말을 공부하는 선생님들에게 했더니 어떤 분이



수사물 미드를 보면 예술 한답시고 인체를 분해하는 미친놈들이 나오는데 그런 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다른 선생님들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이건 뭐... 사실 <국가>까지 읽어봐야 이런 말이 안 나오겠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추구한다고 절제와 정의를 무시하는 건 플라톤이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생각해 보니 <향연>에도 4주 덕이 나오지 않던가.

에로스가 갖추고 있는 훌륭함으로 언급되는

196d

-그래서 이 신의 올바름(정의)과 절제 그리고 용기와 관련해서는 언급되었지만, 지혜와 관련해 언급할 일이 남게 되겠습니다.-


향연에서 에로스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하나의 실천적 이념으로서 제시된다.


212a

-그가 접촉하고 있었던 것이 모상이 아니기 때문에 덕의 모상들이 아니라 진실과 접촉했기 때문에 진정한 덕을 낳을 것이다.-



<국가>로 향하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다음 주는 파이돈입니다. 파이돈도 2주 차로 할 생각인데

1. 향연처럼 2주 후에 한꺼번에 하자

2. 절반 나눠서 (88b까지 한 번 끊어서) 주마다 하자

원하시는 걸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