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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유의 시 형식인 와카(和歌)와 이야기(物語)가 더불어 있는 구조, 이른바 '우타모노가타리'(歌物語)라는 갈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노래와 이야기를 혼용한 단락이 125번 모둠해서 짜여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성을 띤다. 그러는 한편, 첫 단이 한 남자의 성인식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단이 어떤 이의 죽음으로 끝나는 점으로 보아, 편집자가 실존 인물의 한평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연구자들은 생각한다.
 
 연구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인물이 바로 아리와라노 나리히라在原業平(825-880)다. 9세기 후반의 <일본삼대실록>이라는 역사책은, 이 인물이 "용모가 수려하고, 매사에 자유분방한 인물로서, 학문적인 소양은 별로 없지만 와카를 잘 지었다"고 전한다.
 
 작가 또는 편집자는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헤이안 시대의 궁궐을 드나드는 당대 귀족의 일원이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성별조차 모른다. 내 나름의 부엉이셈으론 여성일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보지만, 남성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세'는 일본 고대 황궁의 이름으로서, <이세모노가타리>란 제목은 일단 '일본 궁중의 이야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추구하는 효과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궁궐의 것'으로 대강 번역할 수 있는 '미야비'다. 반대 표현은 '히나비'로서 '촌스러운 것, 천박한 것'을 뜻한다. '미야비'란 결국 '일본 특유의 고풍스럽고 세련된 아름다움'이라는 피상적인 해석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본적인 것'을 우선 이해해야만, '미야비' 또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그 '일본'에 대한 '신앙심'은 당연히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차이의 흐름 아래 자리한 '조각바위'을 발견할 때, '미야비'의 실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이세모노가타리>의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제 54단
 
옛날, 사나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여자에게 노래하다.
 
만날 수 없어 꿈길만 의지하는 나의 소매엔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만 싸이는가
 
 
むかし, おとこ, つれなかりける女にいひやける。
 
ゆきやらぬ夢ぢをたどるたもとにはあまつそらなる露やをくら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