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쩌는 소설 맞다…




료빈은 성큼성큼 큰길을 따라 걸었다. 머릿속에는 생각이 뒤엉켜 있었지만 그는 그보다 자신의 영적인 상태에 더 깊이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였다.


“나 자신을 위한 해결책을 찾은 것일까? 내 고통도 끝날까?”


료빈은 먼지 쌓인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그는 격한 감정으로 숨이 가빴다. 그는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 사시나무 그늘 풀밭에 앉았다. 그는 더워진 머리에서 모자를 벗고 삼림 지대에 무성하게 자란 보드라운 풀 위에 팔꿈치를 괴고 누웠다.


“그래, 나는 나 자신을 납득시켜야 해.” 그는 개밀풀 위를 기어오르는 작은 초록 벌레의 움직임을 쫓으며 생각했다. 통풍초 잎 하나가 초록 벌레의 길을 막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는 자문했다. 그리고 초록 벌레를 막고 선 잎을 옆으로 밀어 주고 벌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른 잎 하나를 낮추어 주었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가? 나는 무엇을 찾았는가?”


안나 카레니나 8부 12장(을유문화사, 이혜승 역)


“그렇다, 이것을 내 마음에 뚜렷하게 새기고 잘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눈 앞에 있는 아직 짓밟히지 않은 풀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그리고 각시개밀의 줄기를 기어오르다가 개쑥갓 잎에 막혀 망설이고 있는 푸른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좇으면서 생각했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짚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딱정벌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개쑥갓 잎을 젖혀주고 또다른 풀을 휘어 딱정벌레가 그 위로 건너가도록 해주면서 자신에게 말했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안나 카레니나 8부 12장(문학동네, 박형국 역)


“그래,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해.” 눈 앞에 불쑥 솟은 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개밀 줄기를 따라 오르다가 왜방풍 잎사귀에 가로막힌 녹색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레빈은 생각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해.” 그는 딱정벌레를 방해하는 왜방풍 잎을 걷어 내고는 다른 줄기를 구부려 벌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생각했다. “뭐가 나를 황홀하게 하는 거지? 내가 발견한 게 뭐길래?”


안나 카레니나 8부 12장(열린책들, 이명현 역)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관념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항상 문학이 관념의 패턴이 아니라 형상의 패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관념은 한 권의 책이 갖는 형상과 마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료빈이 무엇을 생각했는가도, 톨스토이가 무엇을 생각했는가도 아니다. 


흥미로운 존재는 바로 사고의 전환, 변화, 몸짓을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하는 작은 벌레다.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 중






디테일과 물질의 신이자


인형의 장난감 





Lev (GOAT) Doll’s t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