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의 이별 Pozegnanie widoku 



난 봄을 탓하고 싶지 않다. 

또다시 나를 찾아온 데 대해서. 

난 봄을 책망하지 않는다. 

해마다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대해서. 


난 잘 알고 있다. 

내 슬픔이 신록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걸. 

풀잎이 흔들린다면 

그건 바람 때문이란 걸. 


물가의 오리나무 숲이 

또다시 바람결에 윙윙댄다 해도 

내게는 더 이상 고통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걸.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당연한 소식처럼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호숫가가 

예전처럼 아름답다는 명백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유감은 없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작열하는 열대의 태양 아래 빛나는 해변이 아니라 해도.


심지어 바로 이 순간 

이 부서진 자작나무 그루터기에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는 광경도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다. 


속삭일 수도, 웃을 수도 있으며,

행복하게 침묵할 수도 있는 

그들의 권리를 존중한다. 


심지어 그들이 사랑으로 맺어지고, 

그가 살아 있는 두 팔로 

그녀를 뜨겁게 포옹하는 것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다. 


새를 닮은 새로운 생명체가 

갈대밭에서 버스럭댄다.


제발 그들이 이 소리를 듣길 

간절히 기원한다. 


밀려드는 파도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요구하지 않으리라. 

민첩하면서 동시에 게으르고, 

내 말에는 좀처럼 복종하지 않는 파도에게는. 


숲의 고유한 색조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리라. 

때로는 에메랄드 빛이었다가 

때로는 사파이어 빛이었다가 

때로는 검게 빛나는 그 색조에게는. 


단 한 가지만 동의하지 않으리니, 

저기, 저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 

현존의 특권ㅡ 

나, 이제 과감히 단념하련다. 


나는 너보다 더 오래 살았다.


이렇게 멀리서 네 생각에 잠길 만큼 

딱 그만큼만 더.






다만 그대에게 시가 혐오스럽더라도 

잘 쓰여진 시선집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시를 애정하게 될 거라 확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