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 싫어하는데 이건 좋더라




시인의 소명



예전 언젠가 쉬기 위해


어스레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았는데


멀리서 조그맣게 똑딱이는 소리


박자 맞추듯이 들려왔지.


화가 나서 얼굴을 찡그리다가


결국 마음을 돌려


나는 마치 시인처럼


그 이상한 똑딱 장단에 맞춰 말하였지.




그렇게 시구를 만들어 가며


한 구절, 한 구절마다 그 장단과 함께 뛰어노느라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지.


15분 동안이나 웃고 또 웃었지.


내가 시인이라고? 내가 시인이라고?


내 머리도 그토록 이상해졌단 말이냐?


—'물론, 친구여. 그대는 시인이랍니다.'


딱따구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




나는 이 숲속에서 무엇을 기다리는가?


강도처럼 매복하고서 누구를 기다리는가?


격언을? 비유를? 갑자기


내 시의 운율이 그 뒤에서 덮쳐 온다.


몸부림치는 그 운율을


시인은 시구로 요리하지.


—'물론, 친구여. 그대는 시인이랍니다.'


딱따구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




운율은 화살과도 같은가?


저 떨림을 보라, 저 흔들림을 보라.


화살이 도마뱀의 급소를 맞혔을 때,


그 버둥대고, 떨고, 뛰어오르는 모습!


아, 죽어 가고 있구나, 가엾은 녀석.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물론, 친구여. 그대는 시인이랍니다.'


딱따구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




서투른 문구들이 당황해서 허둥거리며


술 취한 단어들이 서로 밀치락달치락!


그러다 결국 하나도 남김없이 한 행 한 행


똑딱 박자의 사슬에 매달리네.


이것을 기뻐하는 잔인한 종족들


시인은 고약한 자인가?


—'물론, 친구여. 그대는 시인이랍니다.'


딱따구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




새여, 비웃는 건가? 놀릴 셈인가?


내 머리가 이상해졌다면


내 마음은 더 끔찍해지지 않았겠는가?


두려워해라, 오, 내 분노를 두려워해라!—


그러나 시인은 비록 노한다 해도


어쨌거나 운율을 자아낸다.


—'물론, 친구여. 그대는 시인이랍니다.'


딱따구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지.






즐거운 지식(즐거운 학문)의 부록, 포겔프라이 왕자의 노래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