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 교수님! 그럼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모더니즘의 걸작 소설은 무엇인가요?"
"좋은 질문이야, 토마스. 20세기의 걸작 소설로는 역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처음 절반 부분, 조이스의 <율리시스>, 그리고 카프카의 <변신>이 있겠지."
"흠, 그게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3대걸작이군요?"
"난 '3'을 싫어하는데?"
"네?"
"거기에 하나 더, 내가 러시아인이란 걸 잊은 모양인데, 우리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대가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까지 합쳐서, 4대 걸작이라 할 수 있겠지."
"저기, 벨르이가 누군데요?"
"자네는 C야, 토마스."
물론 러시아쿼터제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보코프가 뽑은 안드레이 벨르이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의 소설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모더니즘이 낳은 걸작 소설 중 하나인 것은 변함이 없다.
오늘은 바로 이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와있는 벨르이에 대해서 짧게 알아보자.
러시아는 언제나 기이했고,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러시아였다.
심심하면 차르가 숙청하고, 성호를 긋는 손가락 갯수 가지고 정교가 분열되어 서로 죽이고, 타타르에게 침공당하고, 혐성도 부리면서도
인해전술과 지옥 같은 러시아 땅으로 코르시카의 난쟁이도 박살내고, 아무튼 기이했다.
러시아는 예로부터 참으로 기괴한 나라였다. 마치 판소나 로판의 중세시대 같은 곳. 근대식 궁정에서 19세기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서 춤추면서 계몽을 논하지만, 밖에선 중세 농노들이 밭을 가는 땅, 그곳이 러시아였다.
발전이 늦은 만큼, 사실 러시아 문학의 본격적인 시작도 우리가 아는 푸슈킨에서 시작되었지만, 푸슈키는 대충 낭만주의 때 인간이다.
그만큼 발전이 늦은 것이다.
하지만 치타는 언제나 웃고 있듯, 러시아 또한 달릴 준비를 오랜 시간 끝에 마쳤고, 막판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푸슈킨과 고골이 나온 직후부터 급속도로 포텐이 터지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 일명 <황금 시대>가 열리게 된다.
누가 탄생했기에 황금 시대냐고?
必要韓紙?
하지만 한 번 상승한 러시아 문학은 이후로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간다.
황금 시대 이후, 러시아 상징주의가 시작되면서, 또다른 전성기, 소위 말하는 러시아 문학의 <은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들이 딱히 포텐이 딸려서 금보다 못한 은이라 불린 건 아니고, 그냥 황금 시대가 먼저 있어서 은 시대가 된 거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다루었고, 앞으로도 다룰 친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일 거다.
참고로 저 목록의 인간들 거의 전부가 대충 스탈린에게 갈려나갔다.
저 사진에도 빠진 이들은 많다. 불가코프도 빠졌네, 아무튼-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안드레이 벨르이> 또한 이러한 러시아 문학의 2번째 전성기를 연 대표적인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안드레이 벨르이, 본명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부가예프는 1880년, 실시간으로 망해가고 있던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지식인 계층인 인텔리겐챠 출신이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학계의 수학자였다.
다행히 수학혐오를 하지 않던 벨르이는 모든 걸 두루두루 배우던 중, 모스크바 대학에서 이제 막 일어나고 있던 러시아 상징주의 운동을 접하게 된다.
특히, 오늘날에도 대표적인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이자 동갑내기였던 알렉산드르 블로흐와 친해지게 된 것이다.
둘은 이렇게 사이좋게 러시아 상징주의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둘의 사실은 사실 곧 소원해진다. 왜냐하면-----
벨르이가 블로흐의 아내였던 류보프와 바람이 난 것이다.
참고로 류보프는 우리가 아는 주기율표 만든 멘델레이프의 딸이다.
물론 류보프는 그대로 다시 블로흐에게 남았지만, 두 시인 사이는 냉랭해졌고,
이러한 사건이 영향일 끼친 작품도 나오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결투 같은 거 없이, 스무쓰하게 상징주의 운동은 다시 전개된다.
대머리를 믿지 마.
벨르이는 수학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면서 이과에게 세뇌된 탓인지 특히 확률과 엔트로피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와! 엔트로피! 너도 마법소녀가 되어서 지구를 구해줘!
그리고 그러한 벨르이 앞에, 계약을 종용하는 이가 나타났다.
"나와 계약해서, 러시아 상징주의를 이끌어줘!"
러시아 상징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 러시아의 철학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나타난 것이다.
솔로비요프는 대충 마더 러시아가 매번 마더를 찾듯, 지혜의 여성형 소피아를 강조하며 상당히 신비주의 색채가 띄는 철학을 펼쳤는데,
이게 상징주의 작가가 될 벨르이에게 그대로 꽃혔다.
간달프의 인도 아래, 반지를 떠맡게 된 프로도처럼, 벨르이는 솔로비요프의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점점 신비주의에 주화입마하기 시작한다.
솔로비요프의 동생인 미하일과는 거의 영혼의 베프 관계가 되었는데, 이 미하일이 그에게 필명으로 쓰라고 <안드레이 벨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 까지 한다.
사실 그 후의 벨르이의 삶 자체는 그다지 특별하게 볼 만한 점은 없다.
그는 상징주의 시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저명한 시인이 되었고, 또 여러 소설들이나 고골에 대한 평론집, 혹은 시에서의 언어를 강조하는 산문과 강의 등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고, 벨르이는 그 당시 지식인들처럼, 노답 러시아 제국 OUT!! 을 외치며 혁명을 환영하였다.
많은 작가들처럼 소련 작가 연맹에서 활동하며, 1934년, 5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물론 우리가 아는 이 시기 러시아 작가들과 달리, 굉장히 평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숙청>이 일어나기 직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벨르이의 문학 자체가 소비에트가 추구하는 리얼리즘 문학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기에, 좀 더 살았으면 백퍼 숙청각이였지만.
"아까비."
벨르이의 시와 소설은 상징주의스럽고, 언어를 강조하는 것답게, 실제론 언어적인 실험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 원서를 읽지 못하는 이상, 체험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그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뽑히는 <페테르부르크>는 단순히 언어실험만 하거나, 여기에만 열중하는 소설은 아니다.
모더니즘 문학처럼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를 주인공으로 삼아 펼쳐지는 이 거대하고도 멋진 소설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을 패러디하듯, 제정러시아 관료 아버지와 그를 폭탄으로 암살하는 지령을 받은 혁명당원 아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더하여, 푸슈킨의 <청동기마상>을 오마쥬하며 청동기마상이 등장하고,
러시아가 언제나 두려워하는 몽골의 침공, 즉 러시아에서의 동(아시아)과 서(유럽)의 투쟁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대산세계문학총서에도 번역본이 있다는 점에서, 영역으로도 그의 작품들이 생각외로 많이 번역되지 않은 현실에서,
나보코프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걸작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횽이 딱 10초 준다.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 준다. 읽어라."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현대 소설 3대 거징 조이스, 프루스트, 카프카가 나보코프에서 나온 말인건가. 전달되는 와중에 인지도가 조금 적은 벨르이는 빠진거고
공산주의들은 특이한게 지네가 대박터트려놓고 막상 지네들이 리미트걸어서 발전직전을 다 갈아버림 타노스같아
안드레이 벨르이 작품은 대단히 난해해서 쉽게 읽히지 않는데, 희한하게도 한국에서 번역운은 있어서 대표작 두 편이 모두 러시아어 원본을 토대로 정성껏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저는 안드레이 벨르이 작품으로 [은빛 비둘기]를 먼저 읽었는데, [페테르부르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난해한 작품이지만 (빅토르 펠레빈의 [P세대] 등을 번역한) 박혜경 교수가 젊을 적 대학원생 시절에 의욕적으로 달려들어서 번역한 제대로 된 번역본이었습니다. 대산문학총서로 나온 안드레이 벨르이 [페테르부르크] 번역본 역시 이현숙 교수가 번역한 러시아어 직역본입니다. [페테르부르크]의 경우에는 [은빛 비둘기]에 비해 서사가 살아 있어서 좀 나은 편입니다. 그래도 무척 읽기 어렵지만서도...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업 제대로 당함
토머스... 기분 탓인가, 저 토마스라는 학생 성씨가 핀천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