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평, 사상계 거장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한국에선 요시모토 바나나 친부로 알려져 있다.
이 양반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인데 독학으로 비평을 공부해서 거물이 됐다는 특이 이력이 있는데 그에 따른 반골 정신인지 명성을 얻은 뒤에도 대학 교수직등 전부 거절하고 문단에서 잘 안 다루던 서브컬쳐나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도 자주 했음
1984년 여성지 ‘an an'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이때 꼼데가르송 풀착장을 하고 화보를 찍었다. 당시에는 일본이 소비사회의 피크를 맞이하던 시기였고 패션에선 꼼데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가 이끄는 디자이너 브랜드 붐이 일본사회를 휩쓸었기 때문에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요시모토도 이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이었음 (이후 실제로 패션론 등의 글이 발표됨)
이걸 본 소설가 하니야 유타카는 자본주의 상품에 야합하는 거냐고 문학지를 통해서 비판하는 글을 발표함. 사실 하니야도 요시모토도 60년대엔 같은 신자파 진영이었고, 학생운동의 사상적 지주 같은 존재였음. 이 시기 요시모토의 ’공동환상론‘은 지금도 일본 사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저작이고. 다만 세월이 흘러 80년대 탈정치, 소비사회, 서브컬쳐의 시대가 도래하자 요시모토는 일상생활의 미시적인 혁명이나 대중매체, 이미지론 등으로 관심 영역이 옮겨감.
그리고 꼼데가르송이란 브랜드는 그런 요시모토의 관심사에 딱 맞는 브랜드였음. 기존 옷의 개념을 파괴하는 해체주의적이고 반항적인 브랜드니까. 실제 프랑스 패션계에 데뷔해서 본토 패션에도 큰 충격을 줬음.
반면 하니야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자파였기 때문에 소비로서 일상의 혁명을 꾀한다는 요시모토의 말을 개소리 취급하고 소비는 착취에 불과하며 허영심 넘치는 옷을 광고해 줄 뿐이라고 디스했음. 요시모토는 사실 그렇게 안비싸다고 니가 낸 시집도 문고본 안내고 비싸게 팔지 않냐고 반쯤 인신공격까지 했는데, 패션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작가가 만드는 예술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문학과도 비교해서 우열을 가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음.
그렇게 몇달간 지면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다 어영부영 마무리 됐는데, 이후 요시모토는 당시를 꼼데가르송 사장 가와쿠보 레이를 고평가하며 ‘이런 화보를 찍으면 보통 옷을 주는데, 가와쿠보 씨는 다시 가져갔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라고 회상하기도 함. 서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하니야가 사망한 이후 그를 고평가하는 글을 요시모토가 투고하기도 했음.
번외로, 꼼데가르송에 영향받아 만들어진 브랜드가 메종 마르지엘라인데, 마찬가지로 해체주의적이고 컨셉츄얼하고 기존 패션에의 반골정신이란 공통점이 존재함.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특히 일본 지식인들이 유달리 사랑하는 브랜드가 꼼데랑 마르지엘라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등으로 유명한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도 작년에 한 방송에서 마르지엘라 자켓을 입고 나와서 트위터에서 배틀이 벌어진 바 있다
패스트 패션의 극한까지간 요즘세상엔 저런 논쟁은 그냥 귀여워 보임.
상당히 맛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