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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냅, 욕구들


리디셀렉트에서 몇년 전에 조금 깔짝대다가 완독하지 못했었는데, 가족이 해당 도서를 구매한 것을 보고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 깔짝댈 때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 초반-중반-후반으로 진행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나와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거식증을 다룬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들이 '뼈말라' 유행 등 관련한 현상들을 심심치 않게 다루고, 그런 현상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나는 거식증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적인 사고를 가진 경험이 별로 없지만, 이런 이유로 해당 주제에 대해 한 번쯤 읽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는 이 책의 내용은 '거식증으로 고생하는' '여자들'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논의로 발전한다.

마지막에 옮긴이가 '거식증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던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이한 건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거식증에 관한 책이 아니라, 모든 여자의,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 숨어들어 불안, 죄책감, 수치심, 슬픔을 일으키는 것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책이다.'라고 작성했는데,

이것에 정말 공감하여 인용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페.미니즘 도서 중 제일 좋았는데, 이 책은 에세이면서 지적인 성찰이 가득하다.

나와 다른 몸을 상상하는 것은 분명 당사자들이 겪는 경험과는 전혀 다를 테지만, 그 간극을 모두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부분마저도 이 책은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나는 어릴 때는 한동안 에세이들을 매우 싫어했었고, 요즘도 맛 없는 음식을 먹은 표정으로 빨리 읽고 치워버리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좋아한 에세이들이 이 책을 포함하여 벌써 여러 작품이 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들만을 전달하는 글들보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서적인 반응까지 일으키는 글들의 매력을 절절히 느끼는 중이다.

감정의 질이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작가의 성찰 덕에 오랜만에 다시 나의 인문학적 뇌를 다듬는 경험도 했다.

이런 방향으로 사고를 벼려내는 과정은 아무래도 특정 직업군이 아니라면 일상 속에서는 하기 힘들다.

지인들과도 갑자기 이런 깊은 논의를 가져가기 힘들고, 장시간 이어지는 술자리에서나 가능할까 싶지만 대부분은 개똥철학에 그친다.

다시 한 번 이런 지적인 논의를 가능케하는 책에 감사함을 느꼈다.


동저자가 알코올에 대한 책도 썼다는데 궁금하다.

이 책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발병한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아쉽네.


개인 점수는 4.5점/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