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을 읽을 때
처음 읽을 때에 비해 두 번째 세 번째 반복해서 읽을 때에는 감흥이 덜할 줄 알았다

이미 한번 잠자리를 가진 여자와의 두 번째 정사는 딱히 흥미롭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5년 만에 꺼낸 책을 읽다 보니 재독에도 그 나름대로의 희열이 있는 것 같군

한 줄 한 줄 읽어나갈 때마다 머리가 느꼈던 감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충실하게 재현해 나가는 데서 오는 그 성실하며 안정적인 쾌감...

하지만 안정적이라 해서 따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느꼈던 쾌락을 내 손에 쥐고 마음대로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완전한 통제감,

거기에 더해
과거에 발견하지 못했던 짜릿한 문장을 새롭게 느끼게 되면서 피어나는 은은한 배신감.

통제과 배신이라는 상반된 감각이 책과의 섹스를 보다 격렬하게 만든다

달아오른 그녀의 육체의 세부를 천천히 연주할 때 들려오는 낯선 신음...


이렇게 야한 신음을 낼 줄 아는 여자였던가...?


익숙한 애무가 틔우는 낯선 교성이 나와 그녀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아직 현실 속 여자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고,

지금 읽는 책은 금각사이며,

좋아하는 작가는 미시마 유키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