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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꽤나 본 사람이나, 혹은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더라도 영화 관련 글 등을 읽은 사람들에게 미장센, 스타일, 몽타주 등은 그다지 낯선 용어가 아닐 것이다. 이 용어들이 명확하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는 흐릿하더라도,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용어들은 일종의 영화적인 용어들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영화 이외에서도 이러한 용어들이 종종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용어들이 충분히 자리잡았음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다음의 질문을 남긴다. 그렇다면 다른 오디오비주얼 매체와 구별되는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은 이러한 용어들이 영화 비평의 역사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가를 추적함과 동시에, tv시리즈와 리얼리티 쇼, 미디어 아트 등 각종 오디오비주얼이 범람하는 시대에 영화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글이기도 하다.
글은 스타일과 미장센이라는 용어가 영화 비평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동시에, 미장센에 대해서는 음향적인 미장센과 사회적 미장센이라는 합의된 의례의 영역까지 서술함으로써, 미장센의 지평을 보다 넓히고자 하는 앞부분과, 영화의 고유성으로 인정되었던 요소들이 tv시리즈들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뉴스, 라이브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것에 있어 단순히 미장센이란 용어를 넘어선 무엇인가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디스포지티프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미셸 푸코가 '이질적인 요소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연계의 본질'이라 언급한 것으로, 일종의 규칙설정에 가까운 개념이다. 저자는 이를 씬 중심의 미장센이 지배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시퀀스 기반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영화와 관련된 수많은 요소들의 충돌로 영화에 접근하게 만들어 영화를 더욱 확장적으로 이끌고자 한다.
영화 비평의 역사를 훑어본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글인데, 영화 비평사에 존재했던 사조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영화 용어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오늘날 tv시리즈나 리얼리티 프로, 미디어 아트 등의 다양한 오디오 비주얼 매체가 영화와도 연결되는 시기에, 영화의 인터미디어적 측면을 바탕으로 영화를 보다 넓은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함으로써, 영화의 고유한 물성이나 특성만을 고집하는 고전적인 비평에만 갇히지 않고, 디스포지티프란 개념을 사용하여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는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새로운 용어가 자리잡을 수 있는지에는 다소 의문이 생기는데, 이는 디스포지티프라는 용어의 사용 이유에는 설득력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너무 넓은 범위까지 포괄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적용의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오늘날처럼 오디오비주얼 매체가 확대될수록 오디오비주얼 내에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위치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현실적이라는 점들에서 그렇다.
글에 제시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설치 미술인 '에메랄드'는 그 자체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오디오비주얼일 수 있으나, 과연 이것의 감상 과정에서 영화라는 요소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설치 미술에서 디스포지티프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영화의 영역을 발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설치 미술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장치들은 어쩌면 영화의 본질은 물성적인 기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영화를 영사기 상영으로만 보지 않는 시대에 이런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은, 영화가 있을 장소를 더욱 고민케 만든다.
이처럼 디스포지티프란 용어의 가능성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으나, 영화 비평 역사에서 각종 용어들의 사용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영화에 나타나는 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즐거움을 주는 글이긴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실험적인 영화적 시도들은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좁지만 매니악한 영화라는 작은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인상을 가진다. 이는 영화가 대중문화의 한복판에서 힘을 발휘하던 20세기와는 다른, 파편화된 세계에서 여전히 영화라는 매체를 쫓으며 그 매력이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작은 종교적 공동체에 가깝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러한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영화가 있을 장소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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