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정박하지도 못한 거룻배에서인지
사마르탱* 지하철 역에서인지
저 너머 노래는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개도 지팡이도 푯말도 없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엔 자비가 있길
저 앞의 군중은 멀어져 가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눈물을 흘릴 뿐인 눈동자와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을 뿐인
지난날 내 모습을 보았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저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오직 근심과 걱정에만 사로잡힌
걸인을 보았다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다리 끝에 나는 서 있었고
거기서 여명을 보았다네
오늘도 그때처럼 연기가 올랐다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던 듯한
언제나 겁에 질린 저 아이
내 젊은 날의 유령이라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환상으로 가득한 허송세월을
비참한 공간을 이십년 동안
꿈만 꾸고 있던 아이였다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공허한 팔을 지닌 젊은이를
입술은 바람 속에 메말랐고
흥얼거리던 노래에 취했다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얼굴은 곱고 취향은 사치스러운
하늘과도 마음과도 같은 광대라네
예인선 선원의 캄캄한 외침 속이라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노트르담 성당의 종탑 사이로
길 잃은 비둘기와도 같이
제 영혼을 불태운 연주자라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내 환영은 이제 첫발을 내딛고
하류의 도시는 금빛으로 빛나며
상류의 도시는 연가(戀歌) 속에 저물었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나처럼 가련하고 볼품없는 자를
저 너머 태양의 흑점이 있는 곳을
센 강 위로 그가 내게 가리켰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저 멀리 가면 무도회에서 내 반쪽을
그리고 햇빛이 저물어가는 와중에
나에게 동지라 속삭여주었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무지하고 순진한 내 분신을
그리고 머나먼 내 그림자 속
오랫동안 나 머물러왔다네
퐁뇌프 다리에서 나는 만났네
닳아버린 돌 위에 앉아서
줄곧 후렴구를 흥얼거렸다네
한때의 꿈은 내게 반짝였다네
눈먼 자여 눈먼 자여 만났도다
짝 잃은 눈빛과 함께 스쳐갔도다
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날들이여
퐁뇌프 다리 위에서
* Samaritaine. 퐁뇌프 다리 주변에 있는 파리 1구의 백화점. LVMH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근데 흑점 말고 윤슬은 ㅇㄸ?
@ㅅㄱㅅㄱ 괜찮은 번역이네요. 얼룩 같이
퐁네프의 연인들은 워낙 핵꿀잼 영화라
이거 56년 시임... 영화도 훌륭하지만
번역 ㅆㅅㅌㅊ
@퀸리스 그정도인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