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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에 나오는 관찰 예능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화면 속의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보다, 그 사람의 집에 있는 물건들이나 소비 습관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부유한지를 짐작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이 부유함에서 오는 행복감을 가늠해볼 때도 있다. 사물들의 저자 조르주 페렉은 우리의 생활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는 여러가지 ‘사물’들을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20대 초의 사회초년생 제롬과 실비이다.
작가는 이들의 특징과 상황을 인물의 내면 묘사나 대화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집에 존재하고 있는 갖가지 물건들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로 표현해낸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런 식의 물건들을 활용한 묘사가 쉴 새 없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독특한 방법이라 마음에 들었고, 독자가 먼 발치에서 그들의 상황을 바라보는 느낌이라 참신했던 것 같다. 잡다한 표현은 다 빼고, 정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데, 가면 갈 수록 묘사가 더해지면서 점점 더 적나라해지는 것 같았다.
제롬과 실비는 사회 심리 조사(설문조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들은 부유하지도,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갓 사회로 나온 초년생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세상의 측면들을 엿보고 간접적으로 경험하게끔 해주는 일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들은 부를 손 안에 넣고 싶어 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가장 큰 목표의 교본인 여러 부유층 인사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유행하는 잡지에 나오는 가구와 옷, 취미들을 몸소 따라하기도 하지만 항상 어딘가 부족하고, 어째 하면 할 수록 만족감보다는 불안과 뭔지 모를 상실감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부자들이 우연한 기회로 막대한 부를 얻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믿는 그들의 대화나, 더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노력을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부자 따라하기에 급급한 그들의 허영심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파리를 뒤로 하고 그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품고 스팍스로 떠나게 되지만, 상상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아무것도 없는 도시의 풍경에 상실감과 권태를 느끼게 된다.
“오늘날 물질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풍요로움이 어떤 정형화된 행복을 가져다주었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전적으로 ‘모던’해져야 합니다. (…) 실비와 제롬이 행복하고자 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걸려든 겁니다.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 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만 것이지요.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페렉이 덧붙인 이 말을 읽고 나니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제롬과 실비가 보여준 이러한 행동들이, 마냥 허영심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그들이 원했던 부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고.
페렉의 말처럼 행복해지려고 하는 순간, 역으로 사슬에 걸려 멈출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꽤나 슬프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초년생에게 ‘부’ 라는 것은 가지기도 어렵고, 손을 뻗으면 뻗을 수록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워진다.
차라리 그들이 현대 문명에 휩쓸리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은 실험소설이기 때문에 약간씩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류의 형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읽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렉의 사물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작품 속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메세지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sns가 발달해서 타인의 취향을 쉽게 들여다볼수도, 내 취향을 타인에게 쉽게 드러낼 수도 있게 되었다.
타인이 내 취향을 보고 관심을 주는 것이 꽤나 달가워서,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 더 특이하고 고상한 취미를 보여주거나,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올라 타 자랑하며 관심을 받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페렉이 의도한 메세지 또한 이러한 소비 문화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페렉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내 주위에 있는 사물들이 정말 나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가?’ 혹은’ 이 사물들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인 것 같기도 하다.
제롬과 실비처럼 어떠한 열망을 가지고 행복을 바랄 수도 있고, 작품 중간에 나오는 그들의 친구들처럼 밋밋하지만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페렉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사물들을 통해 독자와 비슷한 인물인 제롬과 실비를 내세워 자신만의 취향과 행복을 찾으라는 말을 남긴다. 그 과정 속에서 독자는 분명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사물들’ 을 찾게 될 것이다.
1960년대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재를 주목하는 힘이 있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생생하고 세련된 작품이었다.
페렉의 매력을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페렉추 - dc App
기대한만큼 재밌었어요. 잠자는 남자도 읽어보고 싶음
@서록 난 딴건 안읽어보고 인생사용법이랑 사물들만 읽어봤는데 - dc App
@lsd사운드시스템 인생사용법 보니까 재밌어보이긴 하는데 너무 두꺼워서 다른 작품 먼저 읽고 도전해보려고요. 다른 소설들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 재미 붙이기도 좋고.